[내 생각은…] 탄핵, 우유파동과 비슷…정치발전 계기 됐으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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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은…] 탄핵, 우유파동과 비슷…정치발전 계기 됐으면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파동은 10년 전에 있었던 우유파동을 떠올리게 한다. 1995년 10월 유방염에 걸린 젖소에서 짜낸 원유가 우유원료로 사용된다는 보도가 났었다. 이때 파스퇴르유업은 "우리 파스퇴르우유는 고름우유를 절대 팔지 않습니다"라는 광고를 일간신문에 연일 게재하였다. 마치 시중에 고름이 섞여 있는 우유가 팔리거나 다른 경쟁사가 고름우유를 파는 것처럼 소비자를 오인시키는 얄궂은 광고였다. 유가공협회가 발끈하여 파스퇴르를 부당광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하고, "파스퇴르우유가 바로 '고름우유'입니다"라고 맞불을 질렀다. 공정위는 파스퇴르유업과 유가공협회 양쪽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 시정명령을 취소시켜 달라는 파스퇴르유업의 소송을 법원은 기각하였다. 나라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게 다르기는 하지만 탄핵파동과 우유파동에는 유사점이 많고 시사점도 많다. 두 파동의 공통 키워드를 '고름'으로 설정하면 더욱 그렇다. 파스퇴르우유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저온살균 처리에 성공했기에 자기 제품을 튀는 방식으로 띄우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다른 제품을 고름우유로 모는 광고는 부당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다른 정치인들보다 덜 부패하고 열린우리당이 개혁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다른 정치인들이 부패 집단이요, 반개혁 세력이라고, 즉 '고름'정치인이라고 몰아세운 것은 부당하다. 한 우유회사, 예컨대 ×유업의 회장이 상공회의소 회장에 선출됐다고 해 보자. 이 회장이 ×유업의 주요 간부들을 빼내 따로 우유회사를 급조하고 ×유업을 포함한 기존 우유업체들이 모두 고름우유를 판다고 신문에 광고를 계속 낸다? 오늘날 경제계에서 있을 수 없는 이런 일을 정치판에서 대통령이 한 셈이다. 어떻게 대통령과 일개 산업을 비교하느냐, 우유파동에서 시정명령은 파스퇴르유업을 폐업시키는 것이 아니었지만 탄핵은 대통령직을 못하게 하는 중차대한 것이 아니냐. 같잖은 비교를 하지 마라. 이렇게 화를 낼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여기에 탄핵파동의 희극적인 면이 드러난다. 대통령의 가벼운 언행은 비판세력에는 도대체 대통령답지 않고 국정불안과 국론분열의 진원지로 인식하게 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대통령 지지세력은 민주주의 시대에 탈권위적이고 신선하다고 좋아했다. 탈권위적이고 신선하기로 말하면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들이,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적법절차에 따라 탄핵한 것이야말로 단연 백미가 아닐까? 민주시대의 탈권위를 내세우는 한편으로 감히 임금을 내쫓으려 한다고 발끈하는 것은 왕조시대 의식을 드러내는 이중적인 모습이다. 왕조시대에도 "가볍게 처신하면 그 근본을 잃고 조급히 행동하면 임금의 자리를 잃게 된다"(도덕경 26장)고 했다. 야당이 뭘 잘했고 대통령이 얼마나 잘못했다고 대통령을 탄핵하느냐는 말은 옳은 말이다. 그러나 손뼉도 짝이 맞아야 소리가 난다. DJ가 5년간 여소야대로 시달렸지만 탄핵이라는 말은 거론도 되지 않았다. 고름우유가 소송을 불사한 광고였듯이 고름정치인은 탄핵을 불사한 발언이었다. '인당수' 발언에서 고백한 바와 같이 대통령은 야당과 더불어 탄핵사태의 공동정범이다. 파스퇴르는 우유파동으로 빨리 올라섰다. 열린우리당은 탄핵파동으로 분당 때 바랄 수 없었던 제1당이 됐다. 이제 파스퇴르유업이 사법적 판결을 받았듯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받을 차례다. 청와대와 여당은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는 것은 가정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헌재가 총선 민의를 수렴할 것으로 기대한다, 여야 간에 정치적으로 해결하자 등등 전방위 여론공세를 펴고 있다. 이는 파스퇴르우유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으니 고름우유 광고는 없었던 걸로 하자는 것과 비슷하다. 탄핵사태를 일으킨 야당을 국민이 엄중하게 심판했듯이 탄핵사태를 촉발시키고 법을 어긴 대통령을 헌재가 엄중하게 심판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더라도 대통령과 여당이 법을 가볍게 아는 선동정치의 행태는 지양해야 한다.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했다. 혐오스러운 우유파동을 통해 우리 우유의 품질과 상거래질서가 크게 격상됐다. 불행한 탄핵파동을 통해 우리 민주주의와 정치질서도 획기적으로 격상되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헌재가 어떤 외부간섭도 받지 않고 탄핵을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존중하고 수용하는 마음가짐을 우리 모두가 가져야 할 것이다. 안국신 중앙대 교수 경제학 |
댓글목록
야아...!, 경제학 교수가 정치판을 독수리 눈으로보고 있네...진실은 역사가 말해 주리라...
국민이 판단할 사항이라...
그후 파스퇴르는 IMF때 부도났다가 회장의 거짓으로 회사는 겨우살아났지. 근무했던 직원중에 파스퇴르(회장) 욕 안하는 사람 못봤습니다.
민족사관고..그분이 세운 학교인데..제2 ,제3의 민족사관고가 나오길..
글쎄요... 민사고도 중앙고보다는 못하지 않은가요? 성적에 따라 자리를 바꿔 앉히고 어쩌고... 한다고 하던데... 저희 웃집 학생도 입교했다가 돌아오고 말았더군요... 그것도 뭐 공부 벌레들에겐 좋을지 몰라도 정상적인 고교는 아니라고 여겨집니다만....
개별적이고 지엽적인 문제로 이야기 한다면야..어느 곳, 어디에나 칼 들이대면 베이지 않을 곳이 있을까 마는..국제적인 경쟁력 갖춘 고등학교는 민사고 따라갈 학교가 있는지..포항 공대처럼 고등학교도 이제는 특화 되어 경쟁력 있는 학교가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그런 점에서 민사고를 설립한 그분이 업적이 평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제2, 제3의 대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