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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연못'이라는 타이틀로 직접 작곡하고 연주한
: 오카리나(흙피리) 음반을 처음으로 낸 열여섯살의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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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흡사 유목민의 피가 흐르는 듯한 이 소년에게서는
: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자유의 향기가 난다.
: 지금은 지리산 자락 아래에 살고 있고 학교는 다니지 않는다.
: 정규교육 거부하고 자연을 배웠다
: 정규 음악 공부를 할 형편이 못 된 태주의 음악 수업은
: 무조건 많이 듣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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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밖의 숲속에 들어가 듣는 새소리는 곧 음악이었다.
: 집에 와서는 월드 뮤직 음악가 '야니'의 음반이나
: 뮤지컬 '캐츠'를 듣고 집에 있던 간단한 신디사이저로 따라했다.
: 그렇다고 태주가 명상적인 소년이라는 것은 아니다.
: 그도 팝을 듣고 좋아한다.
: 그러나 또래처럼 힙합이나 발라드를 즐기는 것은 아니다.
: 그보다는진보적 록 그룹 핑크 플로이드의 사회비판적 록 음악
: '더 월'을 특히 좋아하는 소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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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주는 축구를 무척 즐겨 집에서 4리 길인
: 악양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 아버지와 공을 찬다.
: 이들은 '주말의 명화' 빼고는 굳이 TV를 보지 않는다.
: 어머니는 '우리 식구는 이번 월드컵때 평생 볼 TV를 다 봤다'고
: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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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군은 초등학교 교육 외에 어떤 교육도 받지 않았고,
: 오로지 산과 들에서 음악을 익혀 신비감을 더하고 있다.
: 한군의 음악적 뿌리는 아버지 한치영씨에게 닿아 있다.
: 한씨는 82년 MBC강변가요제 금상 수상자로 지지난해까지
: 4장의 노래 음반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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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속의 삶을 거부하고 전국의 산골마을을 옮겨다니며
: 명상과 순수음악을 하는 기인이다.
: 한군은 그런 아버지로부터 음악을 전수받아 흙피리를 불게 됐고,
: 그의 기타와의 협연으로 신비한 소리를 연출해 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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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과 생명의 소리를 담은 열 여섯 산골소년의 '하늘연못'
: 열여섯 산골소년 태주는
: 생태가수인 아버지 한태영씨(47)와 어머니 김경애씨(46)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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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의 교실은 지리산 산자락과 악양(박경리 소설 '토지'의 주무대인
: 최참판댁의 평사리)의 짙푸른 들판이다.
: 그의 선생은 하늘과 바람과 계곡…. 선생과 그의 친구인 새들은
: 청아한 소리로 소년의 아침잠을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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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주의 학교에서는 노는 게 수업이다.
: 물과 바람과 놀고 풀잎과 어울리면서 생명의 숨을 익힌다.
: 흙피리 연주자인 그는 따로 스승을 두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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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를 빼어난 연주자와 작곡가로 키운 것은
: 혹독한 연습이나 비싼 수강료가 아니라 노는 대로,
: 느낌을 갖는 대로 허락한 자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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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태주가 제도교육에 얽매였다면
: 그의 소리는 출현하지 않았을 것이며 그냥 열여섯 소년에
: 불과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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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주는 최근 '하늘연못'이란 타이틀로 흙피리(일명 오카리나)
: 연주음반을 출시했다. 이 음반에 담긴 10곡은
: 태주가 지난 2년 동안 숲과 바람, 물소리에 취해 만든 창작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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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 곡인 '하늘연못'은 자연과 생명에 대한 소중함이 담겨 있고,
: '물놀이'는 계곡 물에서 놀던 느낌을 담은 경쾌한 곡이고,
: '고구려 벽화의 노래'는 벽화의 감동으로 만든 곡이다.
: 태주가 흙피리를 불면 그의 친구들인 새들이 모여든다고 했다.
: 새들은 태주의 흙피리 소리에 취해 아무 평도 하지 않았지만
: 이 소리를 듣던 김지하 시인은 '외로운 한 신의 소리'라고 치하했고
: 송순현 정신세계원 원장은 '천상의 맑은 기운을 담은,
: 이 땅을 살려내는 하늘의 음악이다'고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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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피리는 흙과 물과 불의 조화로 만들어진 자연의 악기다.
: 이 악기는 먼 옛날 산봉우리에 올라가 이웃 마을과의 연락을
: 주고받는데 쓰여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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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만큼 흙피리는 어떤 악기 소리보다 멀리 퍼져나가는
: 신비한 능력을 지닌 악기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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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치영씨는 '우리 국악기 중에 '훈'이라는 이름의 작은 종 모양의
: 악기가 있었는데 이것이 흙피리의 일종이다'며 '200여년 전 소리를
: 처음 접한 한 이탈리아 사람이 이 악기를 가져가 구멍을
: 몇 개 더 뚫은 뒤 서양음계인 7음계로 만들어 오카리나라고
: 이름을 붙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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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악기로 유럽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이 악기가
: 사실은 우리의 고유 악기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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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하 시인은 강화도에서 처음 태주의 흙피리 소리를 들었다.
: 시인은 소리를 듣고 '흙의 소리요 바람의 소리'였다고 표현했다.
: 시인은 또 '기껏해야 열 여섯 소년의 소리가 그토록 외로운 것은
: 인간은 본디 자기존재의 방에 있을 때엔 외롭다'면서
: 또 '태주는 지금 그 외로움을 날세우기 위해 자연 속에 있다'며
: '흙바람'에 담긴 신비의 소리를 영글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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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법스님(실상사 주지)은 지리산 실상사 찻집에서
: 태주의 흙피리 소리를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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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님은 그때의 흥취가 '절 마당의 천년 고요가 한눈에 반할 만큼
: 매력적이었다'며 '아름다운 풍경 덕분인지,
: 멋진 흙피리 소리 덕분인지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 여유롭고 평화로웠다'고 좋은 기분을 스스럼없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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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 여섯 산골소년 태주는 자신의 흙피리 소리로
: 세상의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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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고의 연주자가 되려는 욕망보다
: 탐욕의 가시에 찔린 부상자들을 치유하고 싶은 마음은
: 스승이자 친구인 자연의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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