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연행(逍遙戀行) / 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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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연행(逍遙戀行) / 임보*
젊은 날 내 수줍고, 참, 물정 몰라서
이루지 못한 사랑들 이제 다 해 보고 싶네
그것도 세계적으로 화끈히 해 보고 싶네
기모노 차림의 다소곳한 일본 여인도 괜찮으리
그녀 다다미방에 드러누워 차도 마시다
샤미탱도 뜯다 하며 며칠 뒹굴어도 삼삼하리
... 핫팬티의 싱그러운 캘리포니아년도 무방하리
무개차로 해변을 달리며 탄탄한 무릎에 기대
홀짝이는 위스키도 황홀하게 화끈거리리
눈처럼 흰 백러시아 소녀도 사랑스러우리
배치카에 장작불 지펴 놓고 사슴 고기 구워 가며
겨울 밤 창 밖의 눈, 보드카의 맛도 향그로우리
알라스카 에스키모 처녀도 감칠맛 나리
순록이 끄는 썰매를 타고 곰 가죽 북 두드리며
함께 백야의 설원을 누비는 멋도 기똥차리
눈 큰 아라비아 여인 그와의 밀애(密愛)도 달콤하리
차도르에 덮인 몸 달빛 아래 열어 놓고
사막에 누우면 하늘의 별들도 눈부시리
타이티의 가슴 큰 여인 고갱의 여자들도 찾으리
홍옥처럼 윤기 흐른 검붉은 피부
비취 바다 물결에 야자수 그늘도 어지러우리
스페인의 열정적인 춤, 스웨덴의 우수 어린 눈
남미의 인디오, 중국의 귀여운 꾸냥들도 놓지지 않으리
허지만 게르만의 몸집 큰 여인들도 사양하진 않으리.
*시인. 전 충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