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진단] 런던올림픽의 재발견, <font color=blue>정몽준</font> <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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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진단] 런던올림픽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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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08.15 18:26:22 | 최종수정 2012.08.15 20:14:25 |
17일간의 열전은 끝났다. 런던올림픽에서 선전한 우리 선수들에게 다시 한 번 고마움을 전한다. 열대야 속에 밤새 응원하느라 고생하신 국민 여러분께도.
평소 우중충하기만 하던 영국의 날씨도 런던올림픽 기간에는 우리나라의 가을처럼 청명하고 시원했다. 축구 동메달에 종합5위를 기록한 우리도 기대 이상의 선전을 했지만 영국에 이번 올림픽은 예상을 뛰어넘는 성공이었을 것이다. 런던올림픽은 영국을 재발견하는 기회를 세계인에게 제공했다.
이미 해가 진 나라로만 여겨졌던 영국은 1948년 런던올림픽 이후 64년 만에 열린 이번 올림픽을 통해 여전히 건재함을 세계에 과시했다. 비단 메달 수만이 아니라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도 세계에서 손꼽히는 선진국으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한 셈이다.
영국을 여러 번 방문했지만 자동차와 기차를 이용해 영국의 서부와 중부 지역을 가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완만한 구릉에 펼쳐진 초지에 방목되고 있는 양떼와 소떼는 평화롭고 풍요로운 영국 농촌을 상징하는 듯했다.
화려했던 제국의 유산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런던은 그 자체가 문화재다. 여기에 문 닫은 화력발전소를 현대미술관으로 재활용하는 영국인들의 지혜가 더해지고 있다.
고질적 지역감정과 강성노조, 복지지상주의 등 오늘날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한국병은 영국이 이미 오래 전 겪은 고통이었다. 대처 총리가 탄광노조와 1년 동안 `전쟁`을 벌인 일은 널리 알려져 있고,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외친 베버리지보고서도 영국에서 나왔다. 007의 숀 코넬리는 스코틀랜드 독립 운동을 하고 있다.
영국을 재발견하면서 생각하는 것은 역시 우리의 현실이다. 영국에 비해 국토도 협소하고, 천연자원은 물론 관광자원도 부족한 우리는 이제 본격적인 한국병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영국이 보수당이든 노동당이든 성장을 말하는 반면 우리는 좌우 모두 성장이 마치 천연두라도 되는 양 언급조차 피하고 있다. 세계적 경제위기가 시작된다고 하는 시점에 경쟁적으로 기업에 채찍을 들고 있다.
영국에서 받아본 국내 소식은 무더위만큼이나 숨막히게 하는 답답한 내용들이었다. 한국병을 부채질하는 무책임한 공약 남발에서부터 권력에 기댄 부패의 악취에 이르기까지 걱정스러운 소식뿐이었다. 세계 경제가 위기의 격랑에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우리만 별천지인 양 권력의 아귀다툼을 벌이는 모습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이는 세계사의 거대한 조류 속에 처한 우리의 위치를 냉정하게 되돌아보는 대신 우물 안 개구리처럼 권력만 좇는 우리 정치인들의 경박함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향후 5년간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누가 맡아도 고통스러운 직책이다. 그 의미를 진지하게 되새긴다면 단순히 권력의 단맛만을 누리기 위해 멱살잡이하며 싸울 일이 아니다.
올림픽 육상경기는 그야말로 박빙의 승부다. 머리 하나 먼저 들어왔다고 메달 색깔이 달라진다. 패자나 승자나 역량은 거의 비슷하다. 그래서 간발의 차이로 메달을 놓쳤다고 분해할 것 같지만, 오히려 패자가 승자에게 축하를 보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승리의 의미를 서로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선을 다해 뛴 사람은 모두 승자이고 오늘의 패자가 내일의 승자가 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그들은 알고 있다.
우리의 정치도 이제 대통령이라는 자리와 대선의 의미를 재발견해야 한다. 국민과 나라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사람들이 서로 하겠다고 원수처럼 싸우는 것은 크나큰 모순이다. 이번 대선을 통해 우리 정치가 희망의 리더십을 국민에게 선사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훗날 다시 열리는 서울올림픽 때 세계인을 또 한 번 깜짝 놀라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정몽준 국회의원]
평소 우중충하기만 하던 영국의 날씨도 런던올림픽 기간에는 우리나라의 가을처럼 청명하고 시원했다. 축구 동메달에 종합5위를 기록한 우리도 기대 이상의 선전을 했지만 영국에 이번 올림픽은 예상을 뛰어넘는 성공이었을 것이다. 런던올림픽은 영국을 재발견하는 기회를 세계인에게 제공했다.
이미 해가 진 나라로만 여겨졌던 영국은 1948년 런던올림픽 이후 64년 만에 열린 이번 올림픽을 통해 여전히 건재함을 세계에 과시했다. 비단 메달 수만이 아니라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도 세계에서 손꼽히는 선진국으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한 셈이다.
영국을 여러 번 방문했지만 자동차와 기차를 이용해 영국의 서부와 중부 지역을 가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완만한 구릉에 펼쳐진 초지에 방목되고 있는 양떼와 소떼는 평화롭고 풍요로운 영국 농촌을 상징하는 듯했다.
화려했던 제국의 유산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런던은 그 자체가 문화재다. 여기에 문 닫은 화력발전소를 현대미술관으로 재활용하는 영국인들의 지혜가 더해지고 있다.
고질적 지역감정과 강성노조, 복지지상주의 등 오늘날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한국병은 영국이 이미 오래 전 겪은 고통이었다. 대처 총리가 탄광노조와 1년 동안 `전쟁`을 벌인 일은 널리 알려져 있고,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외친 베버리지보고서도 영국에서 나왔다. 007의 숀 코넬리는 스코틀랜드 독립 운동을 하고 있다.
영국을 재발견하면서 생각하는 것은 역시 우리의 현실이다. 영국에 비해 국토도 협소하고, 천연자원은 물론 관광자원도 부족한 우리는 이제 본격적인 한국병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영국이 보수당이든 노동당이든 성장을 말하는 반면 우리는 좌우 모두 성장이 마치 천연두라도 되는 양 언급조차 피하고 있다. 세계적 경제위기가 시작된다고 하는 시점에 경쟁적으로 기업에 채찍을 들고 있다.
영국에서 받아본 국내 소식은 무더위만큼이나 숨막히게 하는 답답한 내용들이었다. 한국병을 부채질하는 무책임한 공약 남발에서부터 권력에 기댄 부패의 악취에 이르기까지 걱정스러운 소식뿐이었다. 세계 경제가 위기의 격랑에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우리만 별천지인 양 권력의 아귀다툼을 벌이는 모습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이는 세계사의 거대한 조류 속에 처한 우리의 위치를 냉정하게 되돌아보는 대신 우물 안 개구리처럼 권력만 좇는 우리 정치인들의 경박함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향후 5년간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누가 맡아도 고통스러운 직책이다. 그 의미를 진지하게 되새긴다면 단순히 권력의 단맛만을 누리기 위해 멱살잡이하며 싸울 일이 아니다.
올림픽 육상경기는 그야말로 박빙의 승부다. 머리 하나 먼저 들어왔다고 메달 색깔이 달라진다. 패자나 승자나 역량은 거의 비슷하다. 그래서 간발의 차이로 메달을 놓쳤다고 분해할 것 같지만, 오히려 패자가 승자에게 축하를 보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승리의 의미를 서로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선을 다해 뛴 사람은 모두 승자이고 오늘의 패자가 내일의 승자가 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그들은 알고 있다.
우리의 정치도 이제 대통령이라는 자리와 대선의 의미를 재발견해야 한다. 국민과 나라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사람들이 서로 하겠다고 원수처럼 싸우는 것은 크나큰 모순이다. 이번 대선을 통해 우리 정치가 희망의 리더십을 국민에게 선사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훗날 다시 열리는 서울올림픽 때 세계인을 또 한 번 깜짝 놀라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정몽준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