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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하태원]김정은의 代 이은 선물통치
기사입력 2012-10-05 03:00:00 기사수정 2012-10-05 03:00:00
▷북한은 1948년 정부 수립과 동시에 ‘측근정치’를 확립했다. 평양의 창광거리는 당정군(黨政軍)의 최고 엘리트들만 살 수 있는 전용 주거단지다. 이들에게는 서기실, 노동당 39호실, 해외공관 등을 통해 일본 유럽 동남아 등에서 구입해 온 고급 선물을 연회나 김씨 일가의 생일과 기념일 등에 집중적으로 제공한다. 측근 간부 자녀의 혼례 결재권까지 가진 김씨 일가는 결혼반지와 고급시계, 예복까지 직접 하사(下賜)하는 방식으로 엘리트들의 충성심을 확보한다.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당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호는 ‘모든 회원국은 원산지를 불문하고 사치품을 북한에 직·간접적으로 제공하거나 판매 또는 이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2차 핵실험 후인 2009년 9월 미국이 북한 노동당 39호실을 사치품 거래, 위조, 밀수 등 불법 행위의 진원지로 지정해 북한 엘리트들을 위한 자금관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김씨 일가의 ‘선물통치’ 기반을 허물려는 시도였다. 그렇지만 중국을 통한 북한의 사치품 수입은 막을 길이 없다.
▷2008년 2억7214만 달러, 2009년 3억2253만 달러였던 북한의 사치품 수입 규모가 2010년 4억4617만 달러, 2011년 5억8482만 달러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김정은이 선물통치 방식을 대(代)를 이어 전수받은 듯하다. 10년의 ‘햇볕’과 5년의 ‘채찍’ 속에서 김씨 일가와 일부 측근의 삶의 질은 떨어지지 않았다. 민주주의가 다수 국민을 자기편으로 만든 세력이 집권하는 정치제도라면 독재정치는 소수의 핵심 측근과 파워 엘리트를 매수해 호위세력으로 삼는 게임이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