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순지 선배님이 후배들에게 전해주시는 글
본문
[매경춘추] '침류수석' 遺憾? |
| [기획/연재] 2000년 09월 25일 (월) 08:13 |
옛날 옛적, 천하를 다스리던 제왕 중에서 가장 聖君이시라는 堯임금시절에 許由라는 고결한 선비가 살았다고 한다. 그는 요임금이 천하를 양위받으라고 하자 이를 거절하고 오히려 못들을 것을 들었다하여 영수 물가에서 귀를 씻고 있었는데. 이때소 巢父라는 선비가 소에게 물을 먹이러 왔다가 귀를 씻게 된 사연을 알고는그 물을 더럽다고 하면서 소를 상류로 끌고 올라가 물을 먹였다는데.... 그렇다면 허유는 요임금의 제안이 마냥 싫지만은 않았던가보다. 마음에 두지 않으면 아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소리」일 뿐인 것을 , 씻으려거던 마음을 씻어야지 마치 세상에 널리 알리기라도 하듯 굳이 남의 눈에 띌 정도로 유별나게 귀를 씻을 까닭은 없지 않았겠는가. 어쨌거나 이 故事 덕분에 또 하나의 고사가 생겼으니 이른바 「枕流수石 」이다. 진의 孫楚가, 은거하여 돌을 베게하고(枕石) 흐르는 물로양치질 한다(유수)고 해야할 것을, 흐르는 물을 베개 삼고 돌로 양치질한다고 하므로 王濟가 이것을 나무라자 손초왈 『흐르는 물을 베개 삼는다는 것은 귀를 씻기 위함이요, 돌로 양치질한다는 것은 이를 닦기위함』이라고 교묘하게 변명했다고 해서 , 글자 본래의 뜻과는 달리「몹시 지기 싫어함」을 이르는 말로 쓰인다. 하지만 나는 누가 귀를 씻던말던 관심이 없는 반면 직업이 직업인 만큼 돌로 닦던 물로 닦던 이를 닦는다는 것만은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침류수석의 고사를 알게 된 것은 순전히 白牙 선생님 때문이다. 모교 은사이셨던 백아 선생님은 단 한번의 출석부 확인으로 전교생의번호와 이름을 출석부없이 호명하실 정도로 뛰어나게 총명하셨는데,선생님의 아호인 「白牙」와는 달리 별로 건강하지 못한 치아로 해서선생님과 나와의 사제간의 정은 더욱 깊어졌는지도 모른다. 어쩌다 술잔을 사이에 두고 선생님을 모시면, 내가 끼워드린 틀니에대한 칭찬의 말씀대신에, 이보라는 듯 질기고 단단한 안주를 부러 소리를 내면서 드시던 모습이 나 또한 즐겁고 감사해서 틀니 사용상의주의 말씀을 차마 여쭙지 못했는데, 하루는 자필로 쓰신 글을 액자로만들어오셔서 내용도 의미도 말씀해 주지 않고 손수 병원 벽에 걸어주셨다. 대단한 기대를 걸고 궁금증을 풀기 위해 사전을 찾아보니, 아 글쎄「枕流수石」!!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했던가. 나중에야 어찌어찌 해서 어렴풋이 선생님의 의중을 헤아릴 수 있게 됐는데, 우리 치과 의사들이 하이 스피드 엔진에 다이아몬드 바를 사용하여 치아를 갈면 대부분의 환자들이 두려움을 호소하는데 아마 선생님께서도 예외는 아니셨던 것 같고 , 이때 돌로서 이를 닦는다는 고사를 떠올리시고는 돌로닦아도 까딱없는 튼튼한 이를 내게 바라셨으리라. 조금만 더 천수를 누리셨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을 달래며 나 자신과의싸움에서만은 결코 지지 않겠다는 각오로 「침류수석」을 나의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백순지 치과원장＞ < Copyright ⓒ 매일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