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앞두고 시민단체 활빈단과 유사한 이름을 건 정당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활빈당은 소설 <홍길동전>에 등장한다. 홍길동이 죄없는 백성을 탄압하는 부패한 탐관오리를 징벌하기 위해조직한 '의혈 특공대'다. 이 소설 속의 의혈특공대가 실제 정당으로 생겨나는 것이다.
활빈당 결성이 추진되는 데는 '활빈'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시민단체 활빈단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99년 4월 '민초'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조직된 활빈단은 각종 부정부패사건이 터질 때마다 폐부를 찌르는 기발한 풍자와 재치넘치는 시위로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국민들의 갈증을 풀어주는 고감도 카타르시스 시위가 늘어나면서 국민적 인지도도 높아졌다. 지난 10월 말 열린우리당이 네티즌을 상대로 당명을 공모한 결과 ' 활빈당'이 가장 많았던 것이 단적인 예다. 최근 각계 인사들이 활빈단과 유사한 정당을 창당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내년 총선을 앞두고 활빈단과 유사한 서너개의 당이 결성될 조짐이다. 정치권·재벌 등을 신랄하게 비판한 의견광고를 일간지에 게재해 화제를 모았던 재이손산업 이영수 사장(66)이 '활빈동학혁명당'을 결성해 총선후보 공개 모집에 나서고 있다. 이사장은 "부패한 정치권이 우리의 꿈과 희망을 짓밟도록 방관하지 않겠으며, 후손들에게 깨끗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해 창당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개벽활빈당 국민운동본부도 결성돼 있다. 이 정당 결성을 추진 중인 사람은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규정씨다. 이씨는 "또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정당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정의로운 나라, 우리가 꿈꾸는 이상국가를 위해 활빈당을 대망한다"고 밝혔다. 또 경기도 남양주시에 사는 심학무 변호사(53)도 '민생활빈당' 창당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같이 활빈단과 유사한 정당들이 속속 생겨나자 활빈단에는 "활빈단이 정당을 만드느냐"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 단체 홍정식 단장은 "활빈단은 최근 생겨나는 활빈당과 전혀 무관하다"며 "현재로서는 정당 결성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활빈단은 자칫 활빈단 이름까지 도용될 것을 우려해 29일 부리나케 활빈단 제호와 인터넷 도메인 등록을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