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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079회 작성일 2012-07-10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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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하태원]외교부 수난의 자업자득

기사입력 2012-07-10 03:00:00 기사수정 2012-07-10 05:02:39



하태원 논설위원

이명박(MB) 정부 초기 외교통상부는 잘나갔다. 유명환 외교부 장관, 김하중 통일부 장관, 조중표 국무총리실장(장관급) 등 장관급 인사 3명이 외교부 출신이었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은 모두 비(非)외교부 사람이었다. 이 정부는 한때 통일부를 없애 외교부의 1개 국(局)으로 만들려고 했으니 외교안보 분야의 패권은 외교부 손아귀에 들어간 듯 보였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의장도 외교부 장관 차지였다.

하지만 MB는 애초부터 외교부를 신뢰하지 않았다. 매년 봄 서울에서 열리는 재외공관장회의에서 MB를 만난 외교관들은 이구동성으로 “대통령의 외교부와 외교관에 대한 불신은 뿌리 깊은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지역에서 공관장을 지냈던 한 인사는 “과거 중동지역 건설현장에서 근무한 시절을 회고하면서 ‘기업인들은 열사(熱沙)에서 뼈 빠지게 일하는데 외교관들은 에어컨 바람 쐬면서…’라는 취지의 발언을 자주 했다”고 전했다. 앞서 2008년 3월 외교부 업무보고 자리에선 “외교부가 지나간 기간 한 일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불만이 좀 있다”고도 말했다.

대통령의 우려를 보태주려는 듯이 외교부는 헛발질이 잦았다. 외교부 특채파동, 중국 상하이 총영사관 스캔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문 번역 오류,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개발 주가조작 사건 등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외교부의 전문성 논란부터 시작해 공직자의 윤리의식을 의심케 할 도덕성 훼손도 모자라 막장 불륜 드라마까지 터진 ‘종합선물세트’였다. 최근 논란 끝에 서명이 무기 연기된 한일 정보보호협정은 청와대의 지시와 국방부의 협정최종서명 역할 떠넘기기 속에서 외교부가 희생양이 된 사례다. “왜 우리만 때리느냐”며 볼멘 외교부가 한심하다 못해 애처로울 지경이다.


외교부의 참을 수 없는 무능 탓일까. 외교안보 전략을 좌우한 최고 실세는 대부분 외교부 출신이 아니었다. 노 전 대통령 독대가 잦았던 이종석 전 NSC 사무차장은 외교안보 관련 장관들에게 “대통령의 뜻”이라며 업무추진 방향을 ‘지시’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미사일협상, 원자력협정 개정, 한일 정보보호협정 등 MB가 큰 관심을 가졌던 이슈를 책임진 사람은 김태효 전 대통령대외전략기획관이었다.

최근까지 공관장으로 있었던 한 인사는 현장에서 느낀 솔직한 생각이라며 외교부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지적했다. 그는 “외교부라는 조직은 결과에 대해 전혀 책임지지 않는 타성이 몸에 밴 사람들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국익이 걸린 사안의 경우에도 공관의 외교관들이 하는 일이라곤 ‘성의껏’ 주재국 카운터파트에게 설명한 뒤 본국에 전문(電文)을 보내면 끝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 기업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무책임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외교부가 무풍지대를 헤매는 동안 국가 외교도 표류(漂流)했다. 문제는 현재 우리가 처한 외교안보 환경이 한가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아시아 중시(重視) 전략을 선언한 미국, 초강대국 지위에 근접한 중국, 군사대국화의 길을 걸으려는 일본이 각축전을 벌이는 한반도의 상황은 열강이 조선을 넘보던 19세기 말과 비슷하다. 북한 문제 역시 우리 정부의 외교안보 전략 속에서 관리되고 있지 못하다.

하도 얻어맞아 조직의 좌절과 자괴감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외교부의 하소연은 이해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외교예산이 국가예산의 1.64%인 데 비해 한국은 그 절반인 0.88% 수준이라는 항변도 나온다. 하지만 외교부에 대한 국민적 실망은 과연 이 조직이 국가의 핵심적 국익을 견인해 낼 공복(公僕)의식, 책임감과 합당한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懷疑)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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