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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015회 작성일 2012-07-12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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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민주적 절차와 좌파들의 애국주의

[중앙일보] 입력 2012.07.12 00:03 / 수정 2012.07.12 00:03

장달중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

 
“미국의 좌파, … 오바마 승리 후 새로운 애국주의를 택하다.” 2009년 1월 7일자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에 전재된 ‘보스턴 글로브’지의 기사 제목이다. 성조기 흔들기를 거부하고 애국가 부르기를 거부했던 미국의 좌파들이 ‘새로운 애국주의’의 운동을 시작했다는 보도다.0

 장소는 Free Speech Movement(반체제 학생운동)의 발상지였던 버클리 캠퍼스의 스프라울 플라자. “이 땅과 이 땅 위의 영공은 어느 국가에 속해서도 안 되며, 또 어느 누구의 관할권에도 속하지 않을 것”이라는 유명한 기념비가 있는 좌파운동의 상징적인 장소다. 여기에 미국 국민의 ‘애국적 일원’이 되는 것을 ‘행복하게 여기는’ 수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대통령 취임식 장면을 시청하기 위해 설치한 대형 TV스크린 앞. 행사를 주관한 버클리대학 버제노 총장이 말했다. “이것은 좌파들이 벌이는 애국적 축제”라고. 과격운동의 발상지가 애국운동의 새로운 출발지로 전환되는 역사적 아이러니의 순간이었다.

 이런 자발적인 애국주의의 모습은 버클리의 스프라울 플라자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보스턴의 하버드 스퀘어에서도, 뉴욕의 유니언 스퀘어에서도 성조기를 흔들고 애국가를 부르며 “U.S.A.!”를 외치는 전국적 움직임으로 번져나갔던 것이다.
 
 헌법과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거나 부정했던 좌파들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이후 국가원수를 위해 애국가를 부른 적이 없었던 그들이다. 이런 그들이 지금 민주적 절차와 제도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지키려는 ‘새로운 애국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미국 민주주의』라는 불후의 명작을 남긴 프랑스의 정치가 토크빌이 다시 놀랄 일이다. 1831년 미국 사람들의 국가관에 놀랐던 그다. 왜 국가를 위해 희생하느냐고 물었더니 그것이 “자기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기 때문이었다. 희생을 숭고한 도덕적인 의무로 여기고 있던 유럽과는 너무나 달랐던 것이다.

 국가를 위한 희생이 궁극적으로는 자기 이익과 부합한다고 믿고 있었던 미국 사람들. 이런 애국주의가 어떻게 가능할까. 토크빌이 해답을 찾아냈다. 그것은 ‘민주적 절차와 시민적 권리’를 통해 형성된 ‘연대와 헌신의 정신’이었다.

 역사적으로 애국주의는 민주주의의 발전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민주적 이념과 제도의 확산으로 애국가는 ‘군주의 노래’에서 ‘나라의 노래’ ‘전 국민의 노래’로 바뀌어 갔던 것이다. 영국의 국가 ‘하나님이 왕을 보우하다(God Save the King)’는 그 대표적인 예다. 민주화와 더불어 더 이상 군주의 노래가 아니라 나라의 노래, 국민의 노래로 발전한 것이다. 여기에 감명을 받은 하이든이 독일 국가 ‘도이칠란트, 도이칠란트, 위버 알레스’를 작곡한 것은 유명한 얘기다.

 우리의 애국가도 예외는 아니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민주화와 더불어 나라의 노래, 국민의 노래로 정착돼 왔다. 지난 2일, 19대 국회 개원식 때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애국가 부르는 모습에서 이런 과정은 더욱 확산되리라는 기대다. “애국가는 국가(國歌)가 아니다”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야기했던 그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을 아직 ‘자주파’들의 애국적 탈바꿈으로 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전술적 타협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왜냐하면 ‘남한의 정통성과 민주적 절차를 무시·부정하는 그들의 생각’에 변화가 있는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오병상, 본지 6월 27일자).

 하지만 기대를 접을 수는 없다. “좌우의 균형잡힌 인식 없이 우리 정치의 안정과 발전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진보진영의 대부 고(故) 리영희 선생의 마지막 외침이었다. 그것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좌와 우의 입장을 인정하는 동시에 그것을 초월할 때만 가능하다.

 이석기·김재연 의원이 의정활동을 시작했다. 심의와 토론, 경쟁과 타협을 핵심으로 하는 민주적 절차의 본무대에 입성한 것이다. 여기서 그들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미국의 좌파들처럼 민주적 절차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걷어내는 일이다. 그것이 바로 나라를 위하는 일이고, 궁극적으로 자신들의 이익에도 부합하는 민주적 애국주의이기 때문이다.

 골수 우파들이 비아냥거릴지도 모른다. 그런 기대가 가당키나 하냐고. 나 자신 풍차를 기사(騎士)로 착각하는 돈키호테로 내몰릴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비아냥이 틀리길 바란다. 민주적 절차는 나라의 이익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좌파들의 이익에도 부합할 것이라는 믿음을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장달중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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