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 - 노을 > 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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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中)
댓글 4건 조회 734회 작성일 2003-10-02 00:00
기형도 - 노을

본문

기형도 - 노을


street1.jpg

하루종일 지친 몸으로만 떠돌다가
땅에 떨어져 죽지 못한
햇빛들은 줄지어 어디로 가는 걸까
웅성웅성 가장 근심스런 색깔로 西行하며
이미 어둠이 깔리는 소각장(燒却場)으로 몰려들어
몇 점 폐휴지로 타들어가는 午後 6時의 刑量
단 한번 후회도 용서하지 않는 무서운 時間
바람은 긴 채찍을 휘둘러
살아서 빛나는 온갖 상징(象徵)을 몰아내고 있다.
都市는 곧 活字들이 일제히 빠져 달아나
速度없이 페이지를 펄럭이는 텅 빈 한 권 冊이 되리라.
勝負를 알 수 없는 하루와의 싸움에서
우리는 패배했을까. 오늘도 물어보는 사소한 물음은
그러나 우리의 일생을 텅텅 흔드는 것.
午後 6時의 소각장(燒却場) 위로 말없이
검은 연기가 우산처럼 펼쳐지고
이젠 우리들의 차례였다.
두렵지 않은가.
밤이면 그림자를 빼앗겨 누구나 아득한 혼자였다.
문득 거리를 빠르게 스쳐가는 日常의 恐怖
보여다오,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가 살아 있는 그대여
오후 6시
우리들 이마에도 아, 붉은 노을이 떴다.
그러면 우리는 어디로 가지?
아직도 펄펄 살아 있는 우리는 이제 각자 어디로 가지? 

기형도 - 노을

사진 : 손창호

음악 : Chuck Loeb - Shape of My Heart


기형도(奇亨度  1960. 2.16 ~ 1989. 3. 7)

http://user.chollian.net/~bioman/ilban/guker/guksa/hyun/life/life-kihyungdo.htm

http://user.chollian.net/~bioman/ilban/guker/guksa/hyun/jakga/kihyungdo.htm

댓글목록

(中) 작성일
73회 후배 정익균 이라합니다.
(中) 작성일
선배님의 그 여유와 즐겁게 사시는 비결을 듣고싶습니다. 열정인지 지루함인지 아니면 달관인지...
(中) 작성일
어째 며칠 안보이시더니,하루 1건은 도배한다고 그러시지 않았나요?
(中) 작성일
형도와 저는 2,3학년을 같은 반에서 보냈지요.. 형도가 세상을 뜨기 몇주전, 아마도 89년 무렵으로 기억이 됩니다만, 우연히 강동성모병원 영안실에서 문상객으로 갔다가 우연히 그와 조우했었지요. 언제 만나 소주한잔 하자는 약속만 한 채 우리 헤어 졌었고 그것이 그와의 마지막 만남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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