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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정시 확대' 뒤통수 쳤다…尹공약 대놓고 파기한 인수위
입력 2022.05.06 00:01
지난 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는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교육과 관련해 눈에 띄는 건 대입 정시 확대의 실종이다. 인수위가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을 대놓고 파기한 것으로, 정시 확대 공약을 믿고 투표한 학부모들과 국민들을 배신하고 뒤통수를 친 셈이다. 대입 공정성을 요구하며 윤 당선인에게 투표한 국민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까? 사실 과학기술교육분야 인수위원 명단이 발표됐을 때부터 우려했던 일이다. 김창경 인수위원과 김윤정 전문위원 등은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수시 입학사정관제(현재 학종) 확대를 주도한 이주호 당시 교육부 장관 주변 인물들이다. 다시 말해 이 전 장관의 인맥이 중심이 된 인수위 교육분과가 공약을 뒤집고 입학사정관제(학종) 체제로의 회귀를 시도한다는 합리적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러다가 박근혜 정부에서 학종을 확대한 서남수 전 장관까지 가세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인수위 발표대로 현재 전형비율만 유지해도 새 정부의 대입제도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가 악용한 입학사정관제(현 학종) 중심으로 돌아갈 것이 분명하다. 눈치를 보던 대학들이 정부입장이 후퇴한 것을 알고, 수시 학종 비율을 늘리거나, 학생부교과전형에서 주관적 정성평가를 확대해 사실상 학종으로 변질시킬 것이 뻔하다. 한마디로 개혁이 아니라 반동(反動)이다. 국민을 개‧돼지로 취급하는 행태 아닌가?
지방대 반발은 이유가 될 수 없어
인수위는 지방대의 반발, 고교학점제 운용의 어려움을 핑계로 삼는 것으로 보이는데 모두 합당한 이유는 아니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인수위는 미충원 사태를 우려해 지방대가 정시 확대를 반대한다고 주장한다. 맞다. 신입생 모집에 목을 매는 지방대는 수시를 선호한다. 지금의 수시 제도는 지원한 6개 대학 중 합격하면 한 대학에 의무적으로 진학해야 하기에 이른바 (신입생) ‘수시납치’가 가능하다. 이런 ‘수시납치’가 아니면 신입생 채우기 어려운 지방대일수록 당연히 수시를 선호한다.
이 문제의 해법은 간단하다. 수능을 1년에 두 번 보는 것이다. 수시가 없던 1994년 대입에서 한차례 시도된 바 있지만 당시 난이도 차이 탓에 실패해 연 1회로 돌아왔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7월 수능은 수시에만 적용하고, 11월(또는 12월) 수능은 정시에만 적용하는 식으로 칸막이를 치면 난이도 문제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 수시에도 수능전형을 도입하면 지방대의 수시학생모집에 도움을 주면서도 비교적 공정한 수능전형 확대도 가능하다. 학생들은 수능을 통한 공정한 재도전 기회도 두 번을 가질 수 있다. 수능대비가 어려운 지방 학생들을 위해 모든 대학에 지역균형선발 효과가 큰 학생부교과전형을 30% 정도 요구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정시 비중이 늘면 일선 고등학교에서 교육과정을 수능 과목 위주로 편성해 고교학점제를 운용할 수 없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 고교학점제는 어떤 대입 유형이냐가 아니라 교과목을 어떻게 반영하느냐가 더 핵심이다. 모집단위별로 전공 적합성(진로 적합성)을 고려해 반영과목을 차별화하면 정시 수능전형에서도 얼마든지 고교학점제와 연계하는 진로 맞춤형 설계가 가능하다. 수능 선택과목을 조금만 더 확대하고 고등학교의 선택과목 개설 폭도 적정화하면 더 훌륭하게 작동할 것이다.
공정과 멀어지는 대입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발표에 앞서 지난달 25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이 발표한 2024학년도 대학입학전형계획도 윤 당선자의 공약과 정반대다. 수시는 78%로 전년 대비 1.3% 포인트 늘었고, 거꾸로 정시는 2.3%포인트 줄어든 22%였다. 그나마 서울 소재 16개 대학만 정시(수능)가 늘었고 전체적으로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깜깜이‧금수저 전형 논란을 증폭시킨 수시(학종)는 여전히 30.3%나 된다. 반면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고른기회전형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정원 내 8.9%, 정원 외 6.9%)이다. 고교 학생부가 없는 검정고시생 차별도 눈에 띈다.
각 대학별 계획도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서울대는 꼼수로 정시마저 학종화하는 왜곡 행태를 들고 나왔고, 고려대 역시 정시에 교과우수자전형을 도입했다. 그나마 고려대는 그 비율이 낮고, 고교 내신(교과성적)을 정량적으로만 반영해 사회적 비난을 모면하려는 시늉이라도 보였다. 하지만 서울대는 이름만 정시일뿐 사실상 정시를 수시화하는 왜곡 전형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서울대 정시(수능일반전형)는 1단계에서 수능점수로 2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는 수능성적 80%, 교과평가 20%를 반영한다. 이 방식은 만약 모집단위별 지원자가 적어서 1단계에서 합격자 평균점수보다 비정상적으로 점수가 낮은 합격자가 등장할 경우에, 이론적으로는 수능 만점자도 내신 때문에 탈락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2단계에서 교수(입학사정관)가 수능점수와 무관하게 교과 서류평가, 즉 주관적 정성평가로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할 수 있어서다. 심지어 정시 지역균형전형은 교과 정성평가를 무려 40%나 반영한다. 결국 정시까지 학종화한 셈이다.
공약 파기는 비민주적 폭거
대입은 비단 학생‧학부모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관심을 집중해온 핵심 쟁점이다. 특히 최근 들어 공정성에 대한 요구가 늘면서 전형 자체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어떤 과정을 통해 그런 결정이 내려졌는지에 대한 관심도 높다. 대입 공약 파기 행태는 인수위원이 ‘대통령공약을 뒤집는 단순한 비정상’이 아니라 ‘모든 학생‧학부모‧국민을 바보로 만드는 비민주적인 폭거’다.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이런다면 출범 뒤에는 어떤 일들이 난무할 것인지 걱정된다.
대국민 약속인 대입개혁, ‘정시 수능전형 확대’ 공약을 뒤집지 말기 바란다. 더 이상 학부모와 국민들을 실망과 분노, 고통 속으로 몰아넣지 않기를 당부하고 또 당부한다. 윤석열 당선자마저 학부모와 국민들을 외면하고 배신하면 더 이상 우리 나라 교육에는 희망이 없다. 여‧야,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포진해 있는 ‘기득권집단의 대입을 통한 특권 대물림, 불평등 대물림’이 가속화되고 고착화될 뿐이다.
최소한 대선 때 대입 공약을 만든 사람들이 교육부 장관이나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되기를 바란다. 인선이 흔들리면 모든 것이 뒤죽박죽된다. 윤석열 정부가 소수의 기득권 권력집단, 정책주도집단에 휘둘리지 않고, 학생‧학부모‧국민의 간절한 요구를 실행하는 교육민주정부, 교육희망정부가 되기를 염원한다. 윤석열 당선자인이 교육 대통령으로 성공하여 학생, 학부모와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