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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에게] 국가 정보기능 강화의 '쓴 약'이 되길
- 라종일 우석대 총장·전 국정원 1차장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입력 : 2011.02.23 22:26
- ▲ 라종일 우석대 총장·전 국정원 1차장
최근 국정원이 정보 수집 과정에서 실수를 저지른 사건으로 인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고, 정계에서는 수장의 인책 사퇴도 심각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에 관해 중구난방식의 비판 이전에 국가의 존립에 매우 중요한 국가 정보기관의 역할을 좀 더 차분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에 국정원이 실수를 한 것은 틀림없고, 이에 대해서는 부끄럽게 여기고 많은 반성을 해야 한다. 그러나 냉정하게 살펴보면 이런 부류의 임무 수행에 실패의 기록을 남기지 않은 정보기관은 세상에 하나도 없다. 흔히 높은 평가를 받는 모사드나 CIA 혹은 MI6 등도 어처구니없는 크고 작은 실수를 해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수행업무 성격상 불가피한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모사드는 공작의 상대를 오인해 엉뚱한 사람들을 암살하기도 했다. 이라크전쟁 개전과 관련된 CIA나 MI6의 정보활동 기록도 문제투성이였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의 정보 능력에 대한 총체적 반성을 해볼 필요는 있다고 본다. 특히 두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
먼저 리더십의 잦은 교체이다. 국민의 정부 때에 네 명의 원장이 교체됐고, 참여정부 시절에도 세 차례 교체가 있었다. 이 경우 대개 원장 한 사람 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쇄적으로 거의 전 조직에 걸친 인사 이동이 일어난다. 신임 원장이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새로운 원장이 부임하고, 이어서 다시 인사 이동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지 않겠는가? 외국의 경우 정권이 바뀔지라도 정보기관의 수장은 그대로 연임하는 것이 당연한 관례인 것 같다. 때로는 이념적 지향이 다른 정당으로 정권 교체가 되어도 정보기관은 그대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다음은 다른 분야에도 해당되는 이야기이겠지만 국정 수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관련 부처·부서들 사이의 사전, 사후 조율문제다. 이번에 국한된 것이 아니지만 우리의 경우 특히 아쉬운 것이 이런 조율의 결핍이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가장 민망하게 여긴 것은 사건 그 자체가 아니고 사건과 관련된 부처들의 조율이 난맥을 보이는 것 같은 현상이었다. 이런 조율은 반드시 행정부 안에서만 필요한 것도 아니다. 한국과 같은 작은 나라에 특히 중요한 것이 우수한 정보 능력이다. 이번의 실수가 이념과 정파를 초월해 쓴 약이 되어 우리의 정보능력을 한 차원 높이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