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진단] 일자리의 포로가 된 대학 - <font color=blue>김경환(67회)</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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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진단] 일자리의 포로가 된 대학 | |
기사입력 2010.12.01 16:52:44 | 최종수정 2010.12.01 21:14:21 |
요즘 대학생들의 가장 큰 관심은 취업이다. 1학년 때부터 학점 관리, `스펙` 쌓기를 위한 어학연수와 자격증 취득, 그룹 스터디 등 취업 준비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다.
그러나 취업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학생들이 가장 큰 스트레스를 느끼겠지만 이들을 지켜보는 교수들도 마음이 무겁다. 공부보다 학점에 더 신경을 쓰는 학생들이 안쓰럽다. 다른 학교 졸업생들과의 학점 경쟁에 대한 대학들의 부담과 재수강제도라는 `학점 성형`은 학점의 가치와 변별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오늘날 대학은 취업률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평가 주체가 공공기관이든 언론사든 취업률은 대학 평가의 중요한 항목이다. 그래서 취업률 부풀리기가 성행하고 나중에 진상이 밝혀져 체면을 구기는 사례도 있다. 취업률에 도움이 되지 않는 대학원 진학을 억제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대학은 취업준비기관이 아니다. 산업계에서는 대학의 교육과정과 교육 내용이 산업계 수요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래서 특정 기술 분야의 산학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 교육을 보완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학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을 현업에 바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고 활용할 수 있는 기간도 짧아지고 있다.
대학의 진정한 존재 가치는 학생들이 기본 소양과 전공 분야의 기본적 이론과 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문제 해결에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도록 지적인 자극을 제공하는 데 있다.
그러나 취업이 어려워질수록 대학은 산업계에 대해 약자가 된다. 대학의 엄정한 학사관리는 취업에 직결된 각종 제약 앞에 훼손될 소지가 있다. 4학년 2학기 학생들이 주로 수강하는 강의는 중간고사 무렵부터 어수선해진다. 요즘은 면접도 여러 차례에 걸쳐 진행되고 합숙을 하는 사례도 있다. 그래서 중간고사를 못 보는 학생들이 생겨난다.
일단 채용이 확정되면 연수가 시작되고 출근으로 이어진다. 11월 중순이 되면 이런 이유로 수업을 빠지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학기말 시험 관리와 성적 처리는 더욱 어렵다. 연수나 근무 때문에 시험을 못 보는 학생들에게 다른 학생들과 같은 기준에 따라 `공정한` 학점을 부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당 학생들을 나무랄 수는 없다. 요즘처럼 취업하기 어려운 시기에 학생이 앞으로 일할 직장 인사담당자에게 학기말 시험을 꼭 봐야 한다고 양해를 구하려면 상당한 배포가 필요할 것이다. 인사 담당자들도 자신들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면 후배들의 곤혹스러운 처지를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행을 고칠 길은 없을까? 어떤 회사들은 공들여 선발한 학생들이 다른 회사로 발길을 돌릴까봐 미리부터 연수와 근무를 통해 묶어둔다고 한다. 그러나 어차피 떠날 사람이면 이런 식으로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대학생활을 통해 학생들이 습득해야 할 덕목 중의 하나는 원칙과 규범을 지키는 일이다. 채용된 학생들에게 앞으로 회사의 규정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면서 정식 근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학생들과 이들을 4년 가까이 교육해 온 대학들이 학사 규정을 어기게 만드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회사들이 꼭 뽑아서 하루라도 일찍 활용하고 싶을 만큼 좋은 인재들이라면 이들이 대학생활을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배려할 수는 없을까? 어차피 직장은 평생은 아니더라도 상당 기간 다닐 것이고 대학생활은 1~2개월이면 끝날 터인데 말이다. 대학과 대학생들을 취업에 옭아매는 것은 소탐대실이다. 대학과 산업계가 함께 고민한다면 해법을 찾는 일은 어려울 게 없을 것이다.
[김경환 객원논설위원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그러나 취업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학생들이 가장 큰 스트레스를 느끼겠지만 이들을 지켜보는 교수들도 마음이 무겁다. 공부보다 학점에 더 신경을 쓰는 학생들이 안쓰럽다. 다른 학교 졸업생들과의 학점 경쟁에 대한 대학들의 부담과 재수강제도라는 `학점 성형`은 학점의 가치와 변별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오늘날 대학은 취업률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평가 주체가 공공기관이든 언론사든 취업률은 대학 평가의 중요한 항목이다. 그래서 취업률 부풀리기가 성행하고 나중에 진상이 밝혀져 체면을 구기는 사례도 있다. 취업률에 도움이 되지 않는 대학원 진학을 억제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대학은 취업준비기관이 아니다. 산업계에서는 대학의 교육과정과 교육 내용이 산업계 수요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래서 특정 기술 분야의 산학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 교육을 보완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학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을 현업에 바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고 활용할 수 있는 기간도 짧아지고 있다.
대학의 진정한 존재 가치는 학생들이 기본 소양과 전공 분야의 기본적 이론과 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문제 해결에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도록 지적인 자극을 제공하는 데 있다.
그러나 취업이 어려워질수록 대학은 산업계에 대해 약자가 된다. 대학의 엄정한 학사관리는 취업에 직결된 각종 제약 앞에 훼손될 소지가 있다. 4학년 2학기 학생들이 주로 수강하는 강의는 중간고사 무렵부터 어수선해진다. 요즘은 면접도 여러 차례에 걸쳐 진행되고 합숙을 하는 사례도 있다. 그래서 중간고사를 못 보는 학생들이 생겨난다.
일단 채용이 확정되면 연수가 시작되고 출근으로 이어진다. 11월 중순이 되면 이런 이유로 수업을 빠지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학기말 시험 관리와 성적 처리는 더욱 어렵다. 연수나 근무 때문에 시험을 못 보는 학생들에게 다른 학생들과 같은 기준에 따라 `공정한` 학점을 부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당 학생들을 나무랄 수는 없다. 요즘처럼 취업하기 어려운 시기에 학생이 앞으로 일할 직장 인사담당자에게 학기말 시험을 꼭 봐야 한다고 양해를 구하려면 상당한 배포가 필요할 것이다. 인사 담당자들도 자신들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면 후배들의 곤혹스러운 처지를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행을 고칠 길은 없을까? 어떤 회사들은 공들여 선발한 학생들이 다른 회사로 발길을 돌릴까봐 미리부터 연수와 근무를 통해 묶어둔다고 한다. 그러나 어차피 떠날 사람이면 이런 식으로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대학생활을 통해 학생들이 습득해야 할 덕목 중의 하나는 원칙과 규범을 지키는 일이다. 채용된 학생들에게 앞으로 회사의 규정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면서 정식 근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학생들과 이들을 4년 가까이 교육해 온 대학들이 학사 규정을 어기게 만드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회사들이 꼭 뽑아서 하루라도 일찍 활용하고 싶을 만큼 좋은 인재들이라면 이들이 대학생활을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배려할 수는 없을까? 어차피 직장은 평생은 아니더라도 상당 기간 다닐 것이고 대학생활은 1~2개월이면 끝날 터인데 말이다. 대학과 대학생들을 취업에 옭아매는 것은 소탐대실이다. 대학과 산업계가 함께 고민한다면 해법을 찾는 일은 어려울 게 없을 것이다.
[김경환 객원논설위원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