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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27회 작성일 1970-01-01 09:00
학교시스템의 붕괴을 우려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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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죽마지우중엔 현재 서울시내의 한 고등학교에서 영어선생님으로 봉직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와는 초등학교 5학년때 만났으니 거의 30년 가까운 세월동안 깊은 우정을 나눠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누구보다도 이 친구의 마음을 읽는데 자신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전화 목소리만 들어도 "아 얘가 좀 안 좋은 일이 생겼구나"라든가 아니면 " 요즘 좀 살기가 편안한 모양이구나"라는 판단을 감으로 그냥 알 수가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이 친구는 초등학교 5년때부터 장래 희망을 묻는 선생님의 질문에 거침없이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를 외칠 정도로 미래의 계획에 대한 확고한 신념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뜻한 바대로 사범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여 지난 83년부터 현재까지 서울 강북에 위치한 한 학교에서 교편을 잡아 오고 있다. 이 친구는 교직생활을 하면서도 교단에 팽배해있는 매너리즘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 부단히 자기계발과 노력에 게을리하지 않았다. 선생님 박봉을 쪼개어 지난 90년초에는 교육대학원에서 영어교육과 관련한 석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두차례에 걸쳐서(한번은 사비로, 또한번은 교육부의 지원금으로)영어연수를 영국으로 다녀온 터다. 이런 친구에게서 삶의 좌표가 바뀐 것을 감지한 것은 최근이었다. 이 친구의 말을 들어보자. "영재야! 너는 사회생활하느라 잘 못 느끼겠지만, 우리나라에 있어서 사실 학교라는 시스템은 이미 붕괴됐다해도 과언은 아닐거야. 아이들을 가르치려고 교단에 서면 어쩔때는 참 슬프다라는 생각을 떨치기가 힘들지. 한 학급 50명중 내 강의를 집중해서 듣는 아이들은 한 서너명에 불과하지. 30여명은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학습낙오자(?)들이고, 십여명은 학원에서 이미 진도가 나갔거나 아니면 학원숙제에 더욱 골몰하는 듯하고 말이야. 박봉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이런 현실앞에서 교사들에게 자기계발에 대한 유인을 담보하기란 참으로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 이 친구의 넋두리는 지난 74년 입시지옥으로부터의 해방을 목적으로 도입된 고교평준화정책의 현주소와 다름아니다. 그것은 어찌보면 "교각살우"-소의 굽은 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이고 마는 것- 내지는 "빈대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고만 격"이다. 그 정책은 인위적으로 인간의 개성과 능력의 차이를 획일화시켰을 뿐아니라 입시과열을 불러일으키는 보다 원초적이며 근본적인 문제점, 즉 학력주의식 획일적 토양 내지 문화에 대한 문제를 도외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건축에 있어서 골조 및 기반공사의 문제점은 간과한 채 자재의 변경만으로 좋은 건물을 지어보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균질화시키려 하여도 보다 秀越한 교육을 받으려는 인간의 욕구를 억누르기란 쉽지 않다. 또한 균등화란 대부분의 경우 하향평준화로 결과될 수밖에 없다.어떠한 사회이든 빼어난 능력을 갖춘 소수의 엘리트가 지배계층(Ruling Classes)를 형성하는 것은 과점의 폐해를 고려하더라도 불가피한 측면일 수 밖에 없다. 엘리트의 경쟁력이 곧 그 사회의 경쟁력을 의미할 수도 있다. 따라서 교육의 논의는 보다 경쟁력있는 등용문을 여하히 만들수 있느냐에 촛점이 모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유소년기부터 각자의 능력이나 선천적 자질을 고려한 적격한 교육이 공급됨으로써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최대,최적화하는 방향으로 우리의 교육시스템이 재정립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논의선상에서 볼 때 자립형 사립학교의 도입은 만시지탄은 있으나 우리교육의 병목을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서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우리 중앙고등학교의 재단과 교우회측에서도 적극적인 검토와 다양한 정책입안으로서 새로운 제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실 수 있기를 희원해 마지않는다. 지금 이순간에도 교단에 있는 친구의 말이 뇌리를 스친다. "서너명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강의하고 준비해야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몇명을 위해서 박봉의 월급에 정열과 관심을 쏟아가며 교단에 서는 것은 차라리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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