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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06회 작성일 2020-05-26 13:38
[총장 열전] <font color=blue>한균태 </font>경희대 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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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준비 아닌 창조…교육·학사·재정 대혁신 나설 것



[총장 열전] 한균태 경희대 총장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The best way to predict the future is to create it).” 경희대 한균태(65) 총장은 피터 드러커가 강조했던 미래 창조론부터 꺼냈다. 코로나19 사태로 문명사적 대전환이 시작된 지금이 창학이념인 ‘문화세계의 창조’ 외연을 넓힐 적기라는 얘기였다. 한 총장은 “창학 71주년(18일)을 맞은 올해를 경희대 ‘아누스 미라빌리스(Annus Mirabilis, 기적의 해)’ 원년으로 삼겠다”며 “새로운 미래지향적 학문체계 정비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창학 71돌 혁신
비판적 사고 등 8가지 역량 교육
집단지성으로 ‘기적의 해’ 원년

공대 강화
재생에너지·기후변화 특화 나서
미래과학클러스터 시너지 기대

연대·전환
기업처럼 경영 중요, 중장기 대응
재무구조 개혁, 지적재산 활용도

경희대는 국내 최초로 교양교육 전담기관(후마니타스칼리지)을 설립하고, 전교생에게 세계시민교육을 한 데 이어 기후변화 교육과정도 개발 중이다. 내년부터 특화 프로그램을 가동해 기후변화와 질병, 에너지 등 전 지구적 문제에 애정을 쏟는 학풍을 글로벌화할 계획이다.
 
그런 혁신을 이끌고 있는 한 총장은 경희대 역사상 70년만의 첫 직선제 총장이다. 언론정보학부 교수로 30년 넘게 재직하며, 언론정보대학원장·서울부총장·대외협력부총장 등 보직을 두루 거쳐 학교 운영에 정통했다.
  
20세기 교수, 21세기 학생 가르쳐서야
 
경희대 본관 앞에서 한균태 총장은 ’문명사적 대전환기를 맞아 커리큘럼 혁신과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 새로운 고등교육 패러다임을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경희대 본관 앞에서 한균태 총장은 ’문명사적 대전환기를 맞아 커리큘럼 혁신과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 새로운 고등교육 패러다임을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2월 14일 취임사에서 “총장의 책무를 가슴에 새기고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고등교육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요. 미래사회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고요. 경희의 창학정신과 역사, 전통을 되새기면서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대학다운 대학’을 만드는 게 제 책무이자 초심이라는 메시지였어요.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을 발휘해야 합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잘 대비해야지요.
“포스트가 아니라 ‘온고잉(ongoing) 코로나’ 시대입니다. 5000만 명 넘게 희생된 스페인 독감은 2차 유행 때가 더 심각했죠. 안심할 단계가 아닙니다. 대학도 아날로그 방식으론 위기 대응이 어려워요. 교육·학사·재정 시스템을 통째로 바꿔야 합니다. 무엇보다 교수법 전환이 시급해요. 교수와 학생이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이죠. 교수는 코칭 멘토가 돼야 해요. 19세기 강의실에서 20세기 교수가 21세기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법은 끝났습니다. 팬데믹이 그걸 깨우쳐 줬어요.”
 
한 총장은 혁신의 첫 단계로 신입생부터 4차 산업혁명이 요구하는 8가지 핵심역량 교육을 시작하고, 커리큘럼을 다양화하겠다고 말했다. 문명사적 전환기에 적합한 융·복합 과목과 실무형 전공을 확대하겠다는 설명이다.
 
신입생 핵심역량 분석이 신선합니다.
“비판적·분석적 사고능력, 창의력, 복합적 의사소통, 디지털 리터러시 등 8가지 역량을 분석합니다. 1차 검사에서 부족한 분야가 나오면 역량 강화 프로그램에 배치합니다. 2학년 때 다시 테스트하고, 그런 식으로 반복하면 4학년 때는 핵심역량을 갖추게 됩니다. 인증서를 주면 기업도 반영할 수 있고요. 학력이 아니라 실력이 중요해요. 구글이나 아마존이 학력을 따지나요? 미네르바스쿨이 인기 있는 이유는 현실 역량을 키워주기 때문입니다.” 
 
비대면 강의로 교육이 요동치고 있네요.
“1~2%에 그쳤던 온라인 강의 관심이 커진 건 소득입니다. 미네르바스쿨 같은 대학이 계속 뜨면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의 말처럼 대학 절반이 사라질 수도 있어요. 온라인 교육 확대에 대비해 ‘e-캠퍼스’ 구축을 포함한 원격수업 기반을 확충하고 있습니다.”
 
학교가 정상화 돼도 코로나 이전 복귀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식전달체계가 통째로 바뀔 겁니다. 우리는 사이버대가 있어요. 경희사이버대와 함께 다양한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할 겁니다. 기후재앙을 비롯한 범 지구적 과제를 다룬 명품 온라인 강의도 나올 겁니다. 미래대학의 가치입니다.”
 
한 총장은 대학다운 대학으로 가려면 전면적인 교육·행정시스템 혁신과 네트워크의 개방·공유가 중요하다고 했다. 온라인 교육, 재택 학습, 탐방학습 등 교육 방식이 체험과 토론 형태로 바뀔 거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비해 이미 구축한 오픈랩(Open Lab)을 활용해 창의적 사고와 활동, 취업·창업 역량을 키워주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할 계획이다. 유엔과 NGO 등 국제기구와의 교류를 확대해 지속가능한 발전목표(SDGs)를 위한 글로벌 협력 사업에도 나선다.
 
공대 역할이 중요한데 발전방안은.
“공대 강화는 숙원입니다. 경쟁력을 높이려면 이공계가 반드시 살아나야 합니다. 세계 랭킹을 2025년 100위권으로 올리는 게 목표입니다. 이공계열이 치고 나가야죠. 공대 학장에게 가능한 분야부터 시작하자고 했어요. 재생에너지와 기후변화 특화가 시작됩니다. 응용과학대·생명과학대·공대가 연계한 미래과학클러스터를 통해 시너지를 낼 겁니다. 단일 전공으론 안 돼요. 연합해야죠.”
 
경희대는 창의적 사고와 복수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V자형 융합 소프트웨어(SW) 인재 양성을 목표로 전교생 SW교육을 진행 중이다. 각자의 전공에 SW라는 무기를 장착해 실력을 극대화하자는 취지다. 그 과정에서 AI 연합교육이 스며든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분석하는 도구일 뿐 인간다운 작업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알렉스 펜트렌트 교수가 언급했듯 AI 대신 EI(Extended Intelligence, 확장지능)로 가야 합니다. 인성·감성이 들어간 창의성을 발현시킬 EI 교육이 필요해요. AI를 활용해 더 창의적인 융합 활동을 하게 만드는 교육이죠. 미래대학의 방향입니다.”
 
한 총장은 홈페이지의 ‘열린 총장실’을 통해 구성원의 의견을 듣고 주기적으로 서신도 보낸다. ‘연대와 전환(KHU Contingency Plan: Overcoming for Transition)’을 강조하며 다 함께 변화하자는 서신 메시지가 강렬했다.
 
‘연대와 전환’ 키워드가 의미심장합니다.
“경제학자·재무관리학자·질병관리예방학자 등이 모여 만든 중장기 위기 대응 프로그램입니다. 총장의 책무 중 제일 중요한 건 재무 안정성입니다. 그래서 요즘 『와세다 대학의 개혁(세키 쇼타로)』이란 책을 읽고 있어요. 일본 사립대 중 처음으로 재무제표를 홈페이지에 공개한 와세다대의 위기 대응에 관한 내용입니다. 와세다대는 1994년 파탄위기였죠. 위기를 통감하고 재무구조 개혁 운동을 벌여 일본에서 제일 건전한 사립대로 거듭났어요. 단기적으론 경비 삭감·절감, 중장기적으론 수익구조 다각화를 진행했죠. 대학도 기업처럼 경영이 중요해요. 재무구조 개혁이 1차 과제입니다.”
  
AI 넘어 이젠 ‘확장지능’ E I 교육 필요
 
어떤 개혁이 이뤄지나요.
“범 경희 재정협력체계 ‘파이넌스21’ 사업단을 꾸려 재정 리스크 최소화부터 추진합니다. 외부 위험 요인 선제 대응, 협력 시너지 창출, 선진 재무구조 구축이 목표죠. 지적자산을 활용한 사업 다각화와 경비절감 운동도 벌일 겁니다.”
 
선진 재무구조 구축에는 외부적 요인도 중요합니다.
“기부자에 대한 과감한 세제우대조치가 필요합니다. 사립대는 자기책임과 자조노력으로 재정기반을 강화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기부금에 대한 간결한 세제우대조치가 절실해요. 기부 절차 간소화, 개인소득공제 한도액 철폐, 증여나 유증 상속재산 기부 시 사업실시 유예기간 연장이나 사업목적 제한 철폐 같은 조치가 필요합니다. 수익사업을 법인 외에 대학은 못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학생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좋아하는 한 총장은 요즘 그게 아쉽다고 했다. 학생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겠다는 한 총장은 고3 수험생을 위해 전형 단순화에 나서겠다고 했다. “교사추천서를 폐지하고 전형을 축소합니다. 나이와 졸업 연도 등 지원 자격도 완화하고, 사회적 배려자와 지역균형선발 문호도 넓힐 겁니다. 입시는 투명성과 공정성이 중요해요. 전형 자료 검증을 강화하고 전형 결과도 공개할 방침입니다.”
 
기자→언론학자, 첫 직선제 모교 총장 ‘스스로 노력’
한균태 총장은 기자 출신이다. 1978년 현대경제신문(현재 한국경제신문)에 입사해 수습 기간 6개월 동안 특종을 세 번이나 했다. 열정적이던 기자는 2년 만에 시련을 겪는다. 1980년 신군부의 언론검열에 항의하며 입사 동기들과 ‘자유를 달라’며 혈서를 썼다는 이유로 해직당했다.  
 
미국 유학길에 올라 텍사스주립대에서 아젠다 세팅의 창시자 맥콤스와 저널리즘의 뉴스가치 모델 대가인 슈메이커와 리스 교수에게 사사(師事) 받고 언론학자가 됐다. 경희대 최초의 신문방송학과 출신 1호 교수(1988년)였다. 교수시절엔 대쪽 같고 깐깐한 스승이자 다정한 선배였다. 영어로 시험을 보고 미국 대학 교재를 사용했다. 짠물 학점에 아우성이 터졌다. 공부는 강하게 가르치고 소통은 친구처럼 했다. 함께 술 마시고 집에서 재워주기도 했다.
 
기자 출신의 한국언론학회장, 그리고 경희 역사상 최초의 직선제 모교 총장인 그는 언론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언론의 기본 원칙은 진실성·공정성·객관성·중립성”이라며 세 가지 저널리즘 정신을 강조했다. 치열한 팩트 파인딩과 팩트 체크, 품위와 품격, 그리고 정파성 경계다. ‘스스로 노력하자’가 신조다. 1955년 서울 출생.
  
양영유 교육전문기자/중앙콘텐트랩 yangyy@joongang.co.kr
 
※양영유의 총장 열전은 크로스미디어로 진행합니다. 17일 발간되는 월간중앙 6월호에서 더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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