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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하태원]美상원, 권력은 아껴써야 아름답다는걸 몰랐나
미국 상원은 200년이 넘는 의회권력의 상징이다. 각 주가 인구 비례에 따라 뽑는 435명의 하원의원과 달리 의원 수도 딱 100명이다. 연방정부와의 독립성을 상징해 50개 주가 주의 크기나 경제력, 인구 규모에 상관없이 동등하게 대표성을 띤다는 의미도 갖는다. 나이 제한이 없는 하원과 달리 30세 이상으로 제한을 두고 있다. 현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워런 하딩, 존 F 케네디 등 3명의 대통령을 배출하기도 했다.
그런 상원의 체면이 요즘 통 말이 아니다. 특히 18일 하원 표결과 26일 대통령의 법안 사인에 이은 상원 재표결 등의 수순을 밟고 있는 건강보험 개혁논의를 지켜보며 권위의 쇠락을 가장 강하게 느끼고 있는 집단이 바로 상원이다.
상원의 쇠락은 자초한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오바마 행정부 들어 민주당은 친(親)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의원까지 합쳐 60석의 절대다수를 차지한 뒤 행정부의 뜻에 따라 당론투표를 하면서 진정한 민의의 전당이라는 긍지를 스스로 저버린 측면이 있다. 8년 만에 탈환한 백악관에 힘을 실어 주려는 듯 소신투표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상원의 권위에 흠집을 가져온 또 하나의 이유는 상원에 부여된 인준권의 남용이었다. 개별 상원의원은 자신의 신원을 드러내지 않은 채 대통령이 지명한 공직자에 대한 인준을 거부할 수 있는 비토권이 있다. 상원의 모든 의원이 찬성해도 단 한 명만이 절대로 아무개는 인준할 수 없다고 버틸 수 있는 비상식적 권한. 그만큼 상원의원들의 양식을 믿었던 것이지만 최근 리처드 셸비 공화당 상원의원이 지역구 민원사업이 성사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려 70명에 대한 인준을 거부한 사례가 밝혀지면서 집중 성토 대상이 됐다.
사실상 화요일에 출근해 목요일까지 일하는 주 3일 근무시스템 역시 도마에 올랐다. 상원의원들은 주말에 보통 지역구에 가 가족과 생활을 즐기고 느지막이 화요일경 의회에 등원해 단 3일만을 활동해온 환상적인 생활을 해왔다. 그나마도 6년 임기 중 상당 기간은 자신의 지역구에서 선거자금 모금행사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등 진정한 의회정치에 대한 기여가 적다는 비난도 나온다. 게다가 6년 임기를 시작하면 대과가 없으면 연임 가도에 큰 문제가 없고 후임도 대물림 정치가 횡행하는 것도 상원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 상원의 쇠락 현상은 권력과 권한이 있다고 이를 최대한 행사하거나 나아가 활용하려는 우리의 정치문화에 커다란 시사가 아닐 수 없다.
하태원 워싱턴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