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거품 논쟁을 넘어서, 김경환(67회) - 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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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칼럼] 집값 거품 논쟁을 넘어서 | ||||
최근 들어 집값 거품 붕괴에 따른 폭락설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작년 가을에 집값 폭등에 대한 우려를 진정시키느라 애쓰던 정부가 이제는 폭락설 진화에 부심하는 형국이다. 이번 세계 금융위기 과정에서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 주택가격은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작았고 회복도 예상보다 빨랐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집값이 하락을 계속하던 작년 하반기에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의 집값은 상승했고 이에 대응해 정부는 대출규제, 세제강화, 택지공급 확대 등의 조치를 취했다. 특히 중국과 홍콩 주택시장 과열로 인한 새로운 거품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우리나라도 당초 비관적인 전망과 달리 집값은 6개월간 하락한 후 상승세로 반전했고 정부는 작년 9월에 집값 상승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주택대출규제를 도입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거품 논쟁은 2002년 이후에만 해도 여러 차례 있었다. 거품이 존재한다는 주요 근거들은 전세가격 대비 매매가격,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이 장기추세에 비해 혹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너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이들 지표들의 적정 수준이 없고 가격 거품 여부를 판단하는 적절한 지표도 아니다. 부동산경제학에서 보다 널리 사용하는 지표는 주택의 사용자비용이다. 사용자비용은 주택을 보유하는 데 따르는 경제적 비용을 말하며 주택대출이자, 주택관련 세금, 수선 유지비용 등의 합에서 집값 상승으로 인한 자본이득을 뺀 수치다. 장기적으로는 시장 임대료가 사용자 비용과 일치해야 하므로 사용자 비용과 실제 임대료의 비율을 토대로 집값이 장기균형수준에 비해 과도한지를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방법론을 적용한 연구들에 따르면 우리나라 집값 수준이 서울 강남을 제외하고는 장기 균형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도 예상 자본이득의 추정과 변동금리 대출에 대한 적용 등 어려움이 있어 거품 여부를 검증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거시경제에 예기치 않은 충격이 가해지지 않는 한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집값이 단기간에 폭락할 가능성은 낮다. 한편 장기적으로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는 인구증가 정체, 주택수요 연령층의 감소 등이다. 그러나 서울의 경우 지난 10년간 인구가 거의 정체돼 있었지만 2002년 이후 아파트 가격이 정부의 다양한 정책 개입에도 불구하고 급등했다. 저금리와 함께 소득 증가와 공급 부진이 큰 이유였다. 소득이 증가하면 인구가 늘지 않아도 주택수요가 늘고, 가구당 가구원수가 줄어도 가구당 주거면적은 늘어난다. 여기에 서울의 주택공급은 외환위기 여파로 한동안 부진했고 2003년 이후 거의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 또 일부의 주장처럼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는다고 해서 집값이 반드시 하락하는 것은 아니다. 주택은 위치와 유형에 따라 차이가 많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시절 중대형 평형의 부족으로 가격이 대폭 오르자 중대형 아파트 공급이 많이 늘었고 그 결과 규모별 아파트가격 상승률은 역전되었다. 주택이 개별 가계와 나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주택가격의 향방을 예측하고 대응하는 일은 중요하다. 따라서 거품 가능성에 대한 논쟁보다는 향후 금리상승과 집값 하락, 실업 증가 등이 겹칠 경우 가계부채 상환능력과 대출기관의 자산 건전성에 미칠 파급효과, PF대출과 미분양 주택 누적 등에 따른 주택산업의 구조조정 가능성 등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인구요인과 소득증가 등이 주택수요 변화에 미칠 영향에 대한 연구와 함께 자가보유와 임대주택 정책의 조율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무리한 대출을 통한 내집 마련이 개인은 물론 나라경제에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안겨주었다. [김경환 객원논설위원 /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