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진석 추기경의 서울대 졸업장 … 70년 지기의 마지막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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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진석 추기경의 서울대 졸업장 … 70년 지기의 마지막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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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우영 기자
역대 두 번째 한국인 추기경인 정진석(87) 추기경이 오는 26일 열리는 서울대 학위수여식에서 ‘서울대 명예 졸업장’을 받을 예정이다. 정 추기경은 1950년 서울대 화학공학과에 입학했지만, 졸업은 하지 않았다.
오는 26일 화학공학과 명예 졸업
한국전 참전 계기로 신학대로 옮겨
절친 최창락, 작고 직전 추천사 써
서울대 관계자는 “올 초부터 본부가 정 추기경에게 명예 졸업장을 수여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7일 학사운영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인데,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으면 수여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3일 말했다. 서울대는 입학 후 졸업하지 못한 사람 중 국가와 국민을 위해 크게 공헌했거나 학교 발전에 크게 기여한 자에게 명예 졸업장을 수여하도록 하고 있다.
정 추기경은 전임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이자 고(故)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2006년 역대 두 번째 한국인 추기경이 된 천주교 원로다. 한국 가톨릭계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교회법의 권위자이기도 하다. ‘교회법 해설’ 등 23권의 저서와 13권의 번역서를 출간할 정도로 학구파 사제로 명성이 높다. 아울러 너그러운 성품과 검소하고 소탈한 성격으로 평소 사제와 신자들에게서 존경과 신뢰를 받아 왔다.
중앙고를 졸업한 정 추기경은 50년 서울대 화학공학과에 입학해 과학자의 꿈을 키웠다. 발명가가 되고 싶어 화학공학과에 입학했지만 한국전쟁 때 국민방위군으로 소집돼 겪었던 삶과 죽음이 갈리는 체험이 그의 진로를 바꿨다. 학업을 마치지 않고 1954년 가톨릭대 신학대학에 입학해 1961년 졸업했다.
정 추기경은 전임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이자 고(故)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2006년 역대 두 번째 한국인 추기경이 된 천주교 원로다. 한국 가톨릭계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교회법의 권위자이기도 하다. ‘교회법 해설’ 등 23권의 저서와 13권의 번역서를 출간할 정도로 학구파 사제로 명성이 높다. 아울러 너그러운 성품과 검소하고 소탈한 성격으로 평소 사제와 신자들에게서 존경과 신뢰를 받아 왔다.
중앙고를 졸업한 정 추기경은 50년 서울대 화학공학과에 입학해 과학자의 꿈을 키웠다. 발명가가 되고 싶어 화학공학과에 입학했지만 한국전쟁 때 국민방위군으로 소집돼 겪었던 삶과 죽음이 갈리는 체험이 그의 진로를 바꿨다. 학업을 마치지 않고 1954년 가톨릭대 신학대학에 입학해 1961년 졸업했다.
정 추기경이 서울대 명예 졸업장을 받게 된 데는 평소 친분이 깊던 고(故) 최창락 전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대에 보낸 추천사가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 정치학과 9회 졸업생으로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경제기획원 차관, 한국은행 총재를 지낸 최 전 총재는 정 추기경에 대한 추천사를 적은 직후인 지난해 12월 말 작고했다.
중앙중과 중앙고를 함께 다닌 정 추기경과 최 전 총재는 가장 친한 친구였다. 두 사람은 키가 작아 나란히 앉은 옆자리 짝꿍이었다고 한다. 함께 공부하며 친분을 쌓았던 둘은 이내 이별하게 됐다. 방학을 지낸 후 정 추기경의 키가 훌쩍 커버렸기 때문이다. 뒷자리에 앉게 된 정 추기경은 키 큰 아이들뿐 아니라 키 작은 친구들과도 잘 어울려 다녔다고 한다. 친구들은 여러 친구들과 허물없이 지내던 정 추기경을 ‘의리 있는 친구’로 기억한다.
최 전 총재는 지난 2006년 추기경이 될 때 언론 인터뷰에서 “정 추기경은 재학 시절 반에서 1등을 했으며 빈틈없고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성실한 학생이었다”며 “청주교구장 시절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무척 검소하게 치러진 장례식에서 모친을 위한 추모사가 어찌나 가슴에 와 닿던지 ‘참 효자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신앙의 세계에 들어선 ‘나의’ 벗은 늘 우리 곁에서 위로와 희망과 밝은 빛을 주는 ‘우리 모두’의 따뜻한 벗이 됐다”고 회고하곤 했다.
최 전 총재는 서울대에 보낸 추천사에서 “내게는 어릴 적부터 두터운 정을 나눠 온 절친한 벗(정 추기경)이 있다. 그는 어린 시절 개인적인 입신과 양명의 길이 아닌 나라와 국민에 보탬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힘들고 어려운 발명가가 되고자 했다”며 “그러나 이성의 눈으로 자연 현상을 탐구하는 과학의 세계에 살았던 그는, 전쟁 중에 인간의 발명품이 인간을 해하는 모습을 보고 인간 이성을 넘어선 신의 섭리를 추구하는 신앙의 세계에 들어섰다”고 소개했다.
이어 “정 추기경은 사제로서 언제나 약한 자의 편에서 불의에 저항하고 사회 부조리에 맞서 싸운다. 그의 이름을 딴 기념관은 온통 무연고 행려병자들의 유골로 가득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의 정신과 삶이 우리나라 젊은이들, 특히 모교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모교가 추구해야 할 인재 육성 방향에 부합한다고 생각하여 정 추기경을 자랑스러운 모교인 서울대학교 명예 졸업자로 추천한다”고 적었다.
송우영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
중앙중과 중앙고를 함께 다닌 정 추기경과 최 전 총재는 가장 친한 친구였다. 두 사람은 키가 작아 나란히 앉은 옆자리 짝꿍이었다고 한다. 함께 공부하며 친분을 쌓았던 둘은 이내 이별하게 됐다. 방학을 지낸 후 정 추기경의 키가 훌쩍 커버렸기 때문이다. 뒷자리에 앉게 된 정 추기경은 키 큰 아이들뿐 아니라 키 작은 친구들과도 잘 어울려 다녔다고 한다. 친구들은 여러 친구들과 허물없이 지내던 정 추기경을 ‘의리 있는 친구’로 기억한다.
최 전 총재는 지난 2006년 추기경이 될 때 언론 인터뷰에서 “정 추기경은 재학 시절 반에서 1등을 했으며 빈틈없고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성실한 학생이었다”며 “청주교구장 시절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무척 검소하게 치러진 장례식에서 모친을 위한 추모사가 어찌나 가슴에 와 닿던지 ‘참 효자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신앙의 세계에 들어선 ‘나의’ 벗은 늘 우리 곁에서 위로와 희망과 밝은 빛을 주는 ‘우리 모두’의 따뜻한 벗이 됐다”고 회고하곤 했다.
최 전 총재는 서울대에 보낸 추천사에서 “내게는 어릴 적부터 두터운 정을 나눠 온 절친한 벗(정 추기경)이 있다. 그는 어린 시절 개인적인 입신과 양명의 길이 아닌 나라와 국민에 보탬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힘들고 어려운 발명가가 되고자 했다”며 “그러나 이성의 눈으로 자연 현상을 탐구하는 과학의 세계에 살았던 그는, 전쟁 중에 인간의 발명품이 인간을 해하는 모습을 보고 인간 이성을 넘어선 신의 섭리를 추구하는 신앙의 세계에 들어섰다”고 소개했다.
이어 “정 추기경은 사제로서 언제나 약한 자의 편에서 불의에 저항하고 사회 부조리에 맞서 싸운다. 그의 이름을 딴 기념관은 온통 무연고 행려병자들의 유골로 가득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의 정신과 삶이 우리나라 젊은이들, 특히 모교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모교가 추구해야 할 인재 육성 방향에 부합한다고 생각하여 정 추기경을 자랑스러운 모교인 서울대학교 명예 졸업자로 추천한다”고 적었다.
송우영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단독] 정진석 추기경의 서울대 졸업장 … 70년 지기의 마지막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