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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62회 작성일 2018-03-06 13:38
[필동통신] 우리 곁을 다녀간 천사, 마리안느와 마가렛 <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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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동통신] 우리 곁을 다녀간 천사, 마리안느와 마가렛

  • 입력 : 2018.03.05 17:21:37   수정 :2018.03.05 17:2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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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출신 간호사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인스브루크 간호학교를 졸업하고 1960년대 꽃다운 나이에 한국에 온 뒤 소록도에서 40년 이상 한센인을 위해 헌신·봉사하다가 2005년 11월 22일 지인들에게 편지만을 남기고 조용히 고향 인스브루크로 돌아갔습니다.

이제 자신들은 나이가 70세를 넘어서 소록도 사람들에게 불편을 줄 뿐 도움이 되지 못하며, 그동안 한국의 사회복지시스템도 발전하였고 의료 인력이나 의약품도 충분히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천막을 접고` 슬프고도 기쁜 마음으로 이별을 고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오스트리아 평신도 재속회(在俗會)인 `그리스도 왕 시녀회`에 입회하여 일생을 독신과 청빈을 지키며 타인들을 도우며 살겠다고 다짐한 간호사일 뿐 수녀는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서원대로 간호사로 가장 낮은 곳에서 희생·봉사하며 순명과 겸손의 모범을 보여주었습니다.
 
한센병 환자들 사이에 태어난 아이는 감염을 막기 위하여 부모와 격리하여 보육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마리안느 간호사는 이 아이들을 부모 대신 양육하는 일부터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부모들이 아이를 빼앗겼다고 섭섭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으나, 이내 마리안느가 정성껏 길러주어 고맙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부모와 자식들이 서로 먼발치에 떨어져 바라보는 방식으로 만나는 안타까운 상황이 연출되었지만 많은 아이들은 사랑 가운데 잘 자라났습니다. 그들 가운데 성장하여 신부가 된 사람도 2, 3명이나 있었습니다.

한센병은 어린 나이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은 질병입니다. 또한 감염 우려와 한센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 때문에 엄격히 격리되어야 했습니다. 그렇기에 한센병 환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치료와 함께 사랑이었습니다. 두 간호사는 그 역할에 충실하였습니다. 그들은 새벽에 출근하여 우유를 끓여 병실을 돌며 환우들을 대접하고 만나는 일로 일과를 시작하였습니다. 우유 한 잔과 영양제를 얻기 위해 부락에서 찾아온 사람들도 깍듯하게 챙겼습니다. 환우들에게 투약 치료를 하는 것은 물론 진물 나는 신체 부위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아 증상을 확인하며 장갑도 끼지 않은 맨손으로 약을 바르고 심지어 자기 무릎 위에 환자의 다리를 얹어놓고 고름을 짜내고 약을 바르고 굳은살을 깎아내었습니다. 직원이나 환자들 생일 등을 챙겨 집으로 초대하여 스스로 구운 케이크나 식사를 대접하였습니다. 환자들의 마음까지 치료하는 사랑의 실천이었습니다. 이에 감화된 많은 한국 사람들도 함께 나섰습니다. 완치되어 소록도를 떠나는 사람들에게 정착금을 주어 재활을 도왔습니다. 이 모든 비용은 두 분이 오스트리아 가톨릭 부인회 등에 도움을 요청하여 충당하였습니다. 이런 일을 하는 과정에서 작은 갈등이 생기고 재활정착금과 관련하여 두 분을 속이는 실망스러운 일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모든 것을 사랑으로 덮고 극복하였습니다. 비슷한 일 등으로 힘들어 하소연하는 소록도성당 신부님에게는 "신부님, 예수님은 제자들의 발을 닦아드렸어요. 그것이면 돼요"라고 말하였습니다. 2016년 다시 한국을 방문한 마리안느는 "진짜 특별한 것 하나도 안 했어요. 환자를 돕고 환자들을 좋아했고. 우리는 43년 동안 소록도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라고 말하며 자신들이 과대평가된다고 부담스러워했습니다.

지금 두 분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기 위한 모임이 구성되어 그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이 일은 결코 두 분만을 위한 일이 아닙니다. 이 일은 오히려 우리를 위한 일입니다.그분들이 보여준 사랑과 헌신의 정신을 기리고 이를 우리 사회의 자산으로 삼기 위한 일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외국인을 노벨상 후보로 추천하는 일은 우리 국격을 높이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분들은 정작 조용히 지내길 원할 뿐 이를 달갑게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그분들이 불편해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챙기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하는 우리의 과제입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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