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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12회 작성일 2016-03-21 12:02
"왜 국민은 軍을 못 믿나… 믿지 못하면 어떻게 銃을 쥐여주는가" 上편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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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식이 만난 사람

"왜 국민은 軍을 못 믿나… 믿지 못하면 어떻게 銃을 쥐여주는가"

 

입력 : 2016.03.21 10:50

['천안함 폭침, 어뢰를 찾다'… UDT 현장 지휘관이었던 권영대 대령(上)]
 

해군 1특전대대장 권영대 중령은 진해(鎭海) 관사에서 뉴스를 보며 쉬고 있었다. TV에서 긴급 속보로 '서해 백령도 해상에서 군함 침몰 중' 자막이 나왔다. 2010년 3월 26일 밤 9시 40분이었다.

 

"그날 밤 선발대로 폭발물 처리반을 긴급 투입한 뒤 본대를 편성했다. 잠수(潛水) 숙달자와 장비 전문가 위주로 32명을 뽑았다. 대원들 개개인의 능력을 잘 알고 있는 한주호 준위가 명단을 짰다. 다음 날 대원들과 함께 헬기를 타고 백령도로 이동했다. 그렇게 56일간 사투(死鬪)가 시작됐다."

 

천안함 수중 작업의 UDT 현장 지휘관이었던 그가 '폭침(爆沈), 어뢰를 찾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당시 메모와 상부 보고서를 토대로 일기(日記)처럼 썼다. 책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마음 깊은 곳에서 뭔가 울컥하는 게 올라왔다. 가령 이런 대목이다.

〈해군사관학교 입교 후 군인으로서 30년을 복무하면서 아직까지도 신념처럼 생각하는 것이 '대한민국 국군은 국토를 방위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이다. 사실 이러한 평소의 신념이 천안함 폭침 사건 현장에서는 많이 흔들리게 됐다. 왜 국민은 군인을 못 믿는 것인가. 군인을 믿지 못한다면 어떻게 총을 쥐여주고 나라를 안전하게 지킬 것을 바라면서 편히 잠들 수가 있는가.〉

 

이번 주말이 '천안함 사건' 6주년이 되는 날이다. 군함이 두 동강 나고 장병 46명이 숨지는 실전(實戰) 같은 장면의 기억은 많이 희미해졌다. 인천해역방위사령부에서 권영대(51) 대령을 만났다. 그는 해군 27전대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권영대 대령은 "침몰하는 순간 생존 확률이 거의 없다. 에어 포켓은 영화에서나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보식 기자

천안함 '암초 충돌설'은
말이 안돼

―현역 군인 신분으로 이런 책을 내기가 쉽지 않은데, 상부 지시로 한 것인가?

"군(軍)에서는 제한이 많아 소설로 쓰려고도 했다. 하지만 사실을 정확히 알려줘야 한다는 마음에 이렇게 썼다. 보안성 검토를 여러 번 거쳤지만 내가 쓴 대로 통과됐다."

 

―군(軍) 홍보를 위한 상부 결정이 아니라 본인 의지였다는 뜻인가?

"그렇다. 사건 당시에는 혼란스러웠다 해도 시간이 흐르면 정리돼야 하는데 '천안함 논란'이 계속됐다. 친척과 친구조차 '의심스러운 게 많더라'고 했다. 내가 현장에서 겪었던 걸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2년 전부터 원고를 준비했다."

 

―'천안함 침몰' 긴급 속보를 접했을 때 본인도 '암초 충돌'로 여겼다고 했는데?

"처음에는 그랬다. 두 동강 났다는 후속 보도를 보고는 '좌초(坐礁)'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암초 충돌로는 그렇게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그쪽 해역(海域)에는 좌초시킬 만한 암초가 없다. 나는 그전에 천안함과 크기와 형태가 똑같은 '여수함' 함장을 지냈고 백령도 해역에도 다녀봤기 때문이다."

 

인양된 천안함.

사고 현장 방문한 MB
"내부 폭발 아닌가요?"
"아니면 두 동강 나겠나?"

―'내부 폭발' 가능성도 제기됐는데?

"내부 폭발도 선체를 두 동강 낼 수는 없다. 이는 선박을 타본 경험이 있다면 모두 공감한다. 현장 수중 작업에 들어갔을 때 수중 카메라로 우선 선체를 찍게 했다. 절단면(切斷面) 확인 결과 그을음 흔적이 없고 회수된 물건에도 탄 흔적이 없었다. 내부 폭발이 아닌 게 입증됐던 셈이다."

 

―사건 나흘째가 된 날, 현장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내부 폭발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나오는데?

"대통령은 여러 경로에서 보고를 받고 있어서 많이 알고 있었다. 당시 현장 브리핑에서 '함수(艦首·뱃머리) 위치가 잘못됐다'며 지적할 정도였다. 해군총장 이하 지휘부에게 몇 가지 날카로운 질문을 했다. 특히 '내부 폭발 소지가 충분히 있잖아요? 아니면 이렇게 두 동강 나겠어요?' 하고 말하자, 모두 답변을 못 했다."

 

배석한 그가 브리핑을 담당한 제독에게 "아니라고 말씀하십시오"라고 하자 "자네가 말씀드려"라고 했다. 결국 중령인 그가 "내부 폭발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순간 분위기가 싸늘했지만 그 뒤 대통령의 질문 방향이 바뀌었다. 마지막에는 '절대 예단하지 말아야 한다. 완벽하게 식별하고 과학적으로 증명까지 해야 한다'는 당부를 했다."

 

잠수 대원들은 최악의 기상, 강한 조류, 차가운 수온과 싸워야 했다. 목욕탕의 냉탕 온도가 16~17도인데, 바다 수온은 3도였다. 구조 작업을 재촉하는 여론의 압력은 새벽과 야간에도 바닷속으로 뛰어들게 했다. 호흡 조절기가 얼어 공기가 나오지 않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지난 2010년 3월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의 故 한주호 준위 빈소에 놓인 보국훈장 광복장. /조선일보 DB

 

―대통령이 현장을 떠난 직후 한주호 준위가 숨졌다. 잠수 수색 작업 이틀째였다. 그날 기상이 안 좋은데 대통령에게 보여주기 위해 작업을 한 것은 아니었나?

"파도가 많이 쳤지만 잠수를 못 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대통령을 모셔야 했던 내가 작업 현장에 없었던 게 아쉬웠다. 그때는 긴급 이송 체계도 완전히 갖춰지지 않았다."

 

한 준위를 건져 올렸을 때 의식과 호흡이 없는 상태였다. 구조 지휘함의 체임버(잠수병 예방을 위한 특수 장비)에는 다른 대원이 들어가 있었다. 한 준위는 미(美) 군함으로 후송돼 심폐 소생술을 받았다.

 

"한 시간이 지나도 반응이 없었다. 군의관이 '그만 멈추자'고 했지만 '4시간 만에 호흡이 돌아온 경우도 있으니 30분만 더 하자'고 버텼다. 결국 깨어나지 못했다. 시신을 싣고 돌아오면서 '이 답답한 양반아! 절대 무리하지 말라고 했는데, 왜 말을 안 들어'라며 나도 모르게 화를 내고 있었다." <下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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