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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16회 작성일 2015-06-20 10:43
[매경이 만난 사람] 수출의 최전선 지키는 김재홍 KOTRA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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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 만난 사람] 수출의 최전선 지키는 김재홍 KOTRA 사장 

엔저로 수출액 뒷걸음? 美·中시장 한국산 점유율 오히려 늘었다
1분기 세계 수출증가율 -10.2% 한국은 -2.9% 잘 버티고 있어
글로벌 경기 다시 살아난다면 우리 기업에 좋은 기회 생길것 기사입력 2015.06.19 16:03:25 | 최종수정 2015.06.19 21: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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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귀국한 지 2주가 채 지나지 않은 지난 18일 김재홍 KOTRA 사장은 다시 인천공항에 서 있었다. 이번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무역관장 회의를 주재한 후 이탈리아 밀라노,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가는 8박9일 해외 출장 일정이다. 그의 오른손엔 여름용 옷은 물론 봄·가을용 옷까지 담겨 있는 캐리어가, 왼손엔 경제·경영 관련 책이 쥐여 있었다. 김 사장은 "KOTRA에 오니 해외 출장이 잦아 비행기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며 "이 시간엔 주로 한국 경제 상황이나 세계 경제 전망에 관한 책을 읽는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지난 1월 부임한 후 임기 중 3분의 1 정도를 해외에 나가 있었을 정도로 해외 출장이 잦았다. 취임 후 6월 19일까지 김 사장의 근무일수는 169일이지만 현재까지 15개국을 방문하며 출장일수는 50일에 달했다. 사흘에 하루는 해외에 있었다는 뜻이다.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 기회를 찾으러 가는 해외 출장이 항상 설레던 김 사장이었지만 이번만큼은 표정이 어두웠다.

국내에 있는 동안엔 쉴 새 없이 지방을 돌아다니며 중소기업인들을 만났지만 이번 출장 전엔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메르스 여파로 구미에서 만나기로 한 중소기업인들과의 미팅 일정이 취소된 데다 우리 기업의 상반기 수출 실적이 저조했다는 최근 정부 발표 역시 그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최근 서울 양재동 KOTRA 본사에서 매일경제신문 기자와 만난 김재홍 사장은 메르스 이야기부터 꺼냈다. KOTRA가 주최하는 행사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뿐만 아니라 하반기 수출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김 사장은 "최근 KOTRA가 해외 발주처를 한국에 초청하는 '글로벌 프로젝트 플라자'를 개최했는데 참석자가 예상했던 인원보다 적었다"며 "현지 기업인들이 중국 정부에서 한국 방문을 연기하라는 지침을 받았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각국 무역관을 통해 반응을 점검하면서 추이를 보고 있다"며 "현재 KOTRA는 부사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위기관리상황본부를 가동하고 있고, 사태가 확산되면 제가 직접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중국과 일본 바이어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일부 바이어들의 방한이 취소되고 있다는 사실이 파악됐기 때문이다. 그나마 아직은 바이어들의 방한 취소가 전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는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다. 혹시라도 북미와 유럽, 아프리카 등으로도 파장이 미칠 경우까지 대비하고 있지만 그렇지는 않은 상황으로 그는 평가하고 있다. 그는 오히려 우리 스스로가 너무 긴장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중동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중동 비즈니스 행사를 한국 주최 측이 무기한 연기한 것에 대해 중동 파트너 쪽에서 당황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출의 첨병 역할을 해야 하는 김 사장에게 더 큰 걱정거리는 사실 수출이다. 지난 5월 우리 기업의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0.9% 감소한 424억달러를 기록했다. 월별 감소폭으로는 2009년 8월 이후 5년9개월 만에 가장 큰 수치였다. 1월(-1%), 2월(-3.3%), 3월(-4.5%), 4월(-8%) 역시 전년 동기 대비 수출이 감소해 상반기 수출은 예상보다 저조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김 사장은 이에 대해 "우리 기업 내적인 요인보다는 외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저유가가 이 정도까지 갈 것이라고 예상을 못한 것 같다"며 "엔저 등 환율 문제와 러시아 등 일부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우리 수출에 부담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사장은 "특히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 약화를 가져온 가장 큰 원인은 환율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엔저 정책, 유럽중앙은행의 대규모 양적완화로 엔화·유로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수출시장 전역에서 한국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하반기 수출 전망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최근 수출 부진은 우리 수출 자체의 구조적인 문제보다는 외부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하반기에는 외부 요인이 개선될 조짐이 있고, 현재까지 전 세계적 경기 불황 속에서도 한국 기업들이 선방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미국 경제 호조세가 지속될 전망이고 그동안 극심한 부진을 보였던 유럽연합(EU)과 일본 시장도 경기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지난달 KOTRA 무역관을 통해 조사한 내용을 보면 중국과 인도, 멕시코로의 수출도 호전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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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2015년 성장률 전망에 따르면 유로존은 1.2%에서 1.5%로, 일본은 0.6%에서 1.0%로 상향 조정됐다. 프랑스와 스페인, 이탈리아도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달 국내 경제 상황은 자동차 수출 증가와 석유제품 수출 감소폭 완화, 조업일수 증가 등이 맞물려 수출이 상당 수준 회복할 것으로 기대했다.

김 사장은 "그동안 우리 기업 수출이 감소한 것은 맞지만 중국이나 미국 시장에서 한국 상품 점유율은 오히려 증가했다"며 "단가가 떨어지니 수출액이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올해 1분기 세계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0.2%인 데 반해 우리는 -2.9%에 불과하다"며 "겉으로는 우리 수출 실적이 나빠진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내용을 보면 아닐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KOTRA가 최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대비 올해 1분기 한국산 점유율은 중국에서 9.7%에서 10.9%로 증가했다. 미국에서도 3.1%에서 3.3%로 증가했다. EU는 2.3%로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그만큼 세계 불황 속에서도 우리 기업이 잘 버티고 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세계 경기가 회복만 되면 우리에게 굉장히 좋은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예상보다 상반기 수출 실적이 나빠지다보니 우리 기업들의 하반기 경영계획 수정도 불가피해졌다. 김 사장 역시 이 점을 지적하면서 "중장기적으로 보면 고부가가치화하고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쪽으로 가야겠지만 단기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환율 영향이 작은 시장을 뚫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예를 들어 일본에 수출하면서 엔화로 결제하는 기업은 영향을 상당히 받았을 것"이라며 "그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일본이 아닌 다른 시장을 뚫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또 "환율을 고려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며 "미국, 중남미, 대양주 지역은 상반기에 수출이 증가했기 때문에 좀 더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일본, EU, 독립국가연합(CIS)은 기존 바이어와 관계를 이어 나가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북미 시장의 경우 빠르게 성장하는 온라인 시장과 라티노(남미 출신 미국 거주자) 시장은 중소기업에 많은 진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김 사장은 강조했다. 특히 문화 콘텐츠와 정부 조달 등에서도 다양한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중남미를 무역 흑자 시장 중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곳으로 평가했다. 대양주 역시 인프라스트럭처·주택 건설 활성화 등 정부 주도 정책과 취약한 제조업 기반에 따른 공산품 수입 증가로 우리 기업의 수출이 전년 동기(1~5월) 대비 9.3% 증가했다.

사흘에 하루를 해외에서 보내야 하는 김 사장이지만 국내에 있을 때는 쉴 새 없이 지방을 순회한다. 중소기업인들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지난 1월엔 대구, 2월엔 광주와 반월시화, 3월엔 울산으로 향했다. 4월과 5월엔 각각 대전과 원주에서 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달엔 구미로 가려던 것이 메르스로 인해 연기됐다.

김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지난해 말 기준 9만개인 우리 수출 중소기업 수를 2017년까지 10만개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독일과 네덜란드, 영국 중소기업 중 수출기업 비중이 10%를 넘지만 우리는 2.7%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인들을 만날 때마다 아직도 해외 진출과 관련한 우리 정부와 각 기관의 지원 수단을 잘 모른다는 사실을 발견하곤 한다"며 "중소기업인 스스로 수출 활로를 찾을 수 있도록 계속 유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의 '안방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7월부터 시행될 '한·중 전자상거래 해상 간이 통관제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김 사장은 강조했다. 그는 "중국 사람들이 한국 상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면 사흘 정도 걸리는데 현지에서 통관이 안 될 수도 있다"며 "비용도 ㎏당 1만~1만3000원 정도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간이 통관제도가 시행되면 시간은 하루 더 소요되더라도 물류비가 ㎏당 5000~8000원 정도로 떨어지고 샘플조사나 전수조사 없이 바로 통관된다"며 "구매자는 비용이 싸지고, 판매자는 통관이 안 될 위험이 사라진다"고 힘줘 말했다. 칭다오에서 시범 운영될 이 시스템은 웨이하이, 옌타이 등 산둥성 다른 도시로 확대될 예정이다.

■ 소통과 협업의 리더십
실무진 실수로 행사 무산위기에 파트너기관 찾아가 직접 사과해


김재홍 사장이 KOTRA에 온 뒤 가장 강조하는 것은 바로 '소통과 협업'이다. 김 사장은 오랜 정부 관료 생활을 통해 말보다 행동이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단순히 말로만 협업을 강조하지 않는다. 협업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을 발견하면 본인이 직접 나서서 풀려고 한다.

김 사장은 "최근 한 외부 기관과 공동으로 행사를 개최한 적이 있는데 중간 과정에서 실무진 실수로 무산될 뻔했지만 해당 기관장을 직접 찾아가 솔직하게 사과함으로써 행사를 성공리에 끝마칠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외부 기관과 협업할 때 어려운 점은 실무자들이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실무진이 일을 제대로 하는지를 지속적으로 체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이 이처럼 유관 기관과 협업을 강조하는 이유는 KOTRA 역량만으로는 중소기업 수출 역량 강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서다.

그러다 보니 취임 후 무역협회(1월 22일), 중소기업진흥공단(2월 6일), 한국로봇산업진흥원·협회(3월 31일), IT여성기업인협회(4월 1일), aT센터(4월 3일) 최고경영자(CEO) 등을 만나 협업 과제를 논의했고, 일부는 구체적인 사업까지 진행하고 있다.

김 사장은 "개방형 협업은 본인을 드러내려고 생색내면 안 되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우선시돼야 한다"며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 업무 영역이 넓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소통 강조는 KOTRA 내부로도 향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매달 첫 업무개시일에 여는 월례조회다.

김 사장은 과거 일방적인 조회 형식을 떠나 쌍방향 소통의 장으로 변신시켰다. 딱딱하고 엄숙한 기존 조회 방식에서 벗어나 직원들이 매월 새로운 주제를 선정하고 연사를 섭외해 강연을 듣고, 패널로도 참여해 자유롭게 토론하는 방식이다. 직원들 사이에선 "월례 전체모임이 기다려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 사장은 "KOTRA는 국내 본사와 해외 무역관 순환 근무로 인해 조직 전체에 대한 애정이 부족해질 수 있어 구성원 간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재홍 KOTRA 사장은…

△1958년 출생 △1976년 중앙고 졸업 △1981년 한양대 행정학사 △1984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1989년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행정학 석사 △2010년 한양대 행정학 박사 △26회 행정고시 △1983년 법제처, 상공부, 통상산업부 사무관 △1995년 산업자원부 과장 △ 2006년 산업자원부 국장 △2008년 지식경제부 국장 △2010년 한나라당 지식경제수석전문위원 △2011년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 △2013년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2014년 단국대학교 석좌교수△2015년 KOTRA 사장

[윤진호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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