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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20회 작성일 2013-02-12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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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전승훈]옷과 책의 정치

기사입력 2013-02-12 03:00:00 기사수정 2013-02-12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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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훈 문화부 차장

 
“국산품의 가치를 알아주는 것 같아 요즘 살맛이 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들고 다니는 ‘타조 백’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던 한 제조업체의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대답했다. 조윤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은 “국산 제품은 맞지만 이 브랜드는 아니다”라고 해명자료를 냈지만, 유명 인사의 해외 명품만 회자되던 인터넷 공간에서 신선한 사건임은 틀림없었다.

국내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기 때문일까. 박 당선인이 취임식 때 입을 의상부터 액세서리까지 관심을 끈다. 국제 무대에서 패션은 중요한 정치적 수단이 돼 왔다. 미국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이었던 매들린 올브라이트(1997∼2001년 재직)는 외교협상 무대에서 벌, 나비, 거미, 악어 모양 등 200여 개의 브로치를 활용했던 ‘브로치 외교’로 유명했다. 미셸 오바마 미 대통령 부인은 서민들이 즐겨 입는 중저가 기성복 브랜드를 잘 소화해내고, 영국의 세손빈 케이트 미들턴도 자국 디자이너의 제품을 세계에 알리는 패션 아이콘으로 활약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제1비서 김정은의 부인인 이설주가 공식 석상에 입고 나오는 짧은 스커트와 구두, 명품백은 평양에 부는 변화의 바람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렇듯 정치 지도자에겐 직접적인 연설보다는 패션이나 제스처, 유머와 같은 간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대중적 이미지를 높이는 데 더욱 효율적일 수 있다. 그중 하나가 대통령이 읽는 책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집무실 책상 위에 넌지시 책을 놓아둠으로써 미디어와 지식인층, 대중과 폭넓게 소통하곤 했다. 대통령이 읽는 책에는 단기적 현안보다는 자신이 지향하는 나라에 대한 비전과 중요한 정책의 통찰이 담겨 있을 때가 많다. 또한 미묘한 관점의 변화를 전달할 때도 안성맞춤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0년 건강보험 개혁 논쟁 과정에서 “우리는 한 세기 동안 건강보험 문제를 얘기해 왔다. 나는 지금 (건강보험 개혁의 선구자였던)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전기를 읽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책 이야기를 꺼낸 것은 자신의 노력이 ‘역사와의 대화’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박 당선인은 자전 에세이에서 20대에 부모를 잃고 난 뒤 ‘열국지’ ‘중국철학사’ ‘로마사 논고’ ‘인간석가’ ‘법구경’ 등 동서양 철학과 경전을 탐독하며 내면을 성찰했던 독서 편력을 자세히 소개했다. 인수위원회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출판계 대표를 불러서 현안을 들었던 것도 출판계에선 처음 있는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박 당선인은 자신의 의상이 국내 어느 디자이너의 브랜드라고 확인해 준 적이 없듯이, 정치활동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책을 인용해 본 사례가 매우 적다. 대통령이 옷과 책을 정치에 활용하는 것은 꼭 출판계, 패션업계의 활성화를 위한 건 아니다. 이는 앞뒤가 꽉 막힌 위기의 순간에 국민과 소통의 활로를 뚫는 요긴한 수단이다.

전승훈 문화부 차장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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