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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06회 작성일 2012-11-02 09:31
[<font color=blue>손호철</font>의 정치시평]단일화의 정치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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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시평]단일화의 정치

이제 대선이 60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 전날 밤 대사건이 일어나 판세를 완전히 뒤바꾼 2002년 대선이 잘 보여주듯이, 격변하는 한국정치의 속성을 생각하면 60일이면 세상이 몇 번 바뀌고도 남을 긴 기간이다. 그러나 앞으로 남은 60일간에 생겨날 가장 중요한 변수는 뭐라고 해도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간의 후보단일화 여부일 것이다.

현재 대선은 60일밖에 안 남았지만 후보단일화는 별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두 진영은 오히려 날 선 신경전만 벌이고 있다. 그리고 한국정치의 가변성을 고려할 때, 단일화 여부에 대해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현재 양 진영의 대립은 치킨게임이라는 벼랑 끝 담력싸움에 가깝고,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에 단일화가 성사될 가능성이 안 될 가능성보다 상당히 높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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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단일화가 되지 않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승리할 경우 두 사람은 정권교체를 바라는 지지층으로부터 몰매를 맞을 것이고 사실상 정치생명이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단일화를 하지 않고 3자구도로도 박 후보를 압도해 승리가 확실하다고 생각되지 않는 한, 양 진영은 지지세력의 압력에 밀려 막판 단일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둘째, 두 진영이 단일화하는 데 중요한 장애는 두 후보 옆에 포진해 있는 측근들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안철수 진영에 포진한 참모들은 대부분 오랫동안 민주통합당과 같이해온 세력인 만큼 상대적으로 양 진영이 소통하기에 어려움이 적기 때문이다. 세 번째, 무소속 대통령이 가능한가라는 무소속 대통령 논쟁이 벌어졌지만, 안철수 후보가 국회에서 달랑 송호창 의원 한명 데리고 청와대에 입성하는 경우 일을 해나가기가 너무도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어떤 방식이든, 민주통합당과의 공동정부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안철수 대통령, 문재인 총리 티켓’이거나 ‘문재인 대통령, 안철수 총리 티켓’ 중 하나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종북논쟁 등으로 부담이 되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출마를 선언한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까지 후보단일화를 이루어 심상정 노동부 장관과 같은 카드로 세 세력의 공동정부 단일화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단일화의 가장 큰 장애는 무엇인가?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문재인 후보의 ‘무감각’ ‘무신경’ 내지 ‘무능’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문 후보가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로 결정될 당시 이 지면에 쓴 “문재인의 첫 번째 할 일”(2012년 9월17일자)에서 지적했듯이, 문 후보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이자 경쟁력을 갖는 최고의 비결은 “대선 공약을 다듬는 것도, 안철수 후보와 후보단일화를 이루는 것도 아니고 민주통합당의 혁신”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안 후보가 민주통합당의 입당이나 후보단일화 요구에 대해 국민적 요구인 정치쇄신이 먼저라고 화답하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검증된 것이 별로 없고 정치경험도 전무한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제치고 박근혜 후보의 대항마로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민주통합당의 구태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 때문이다. 이를 뒤집어 이야기한다면, 민주통합당이 근본적인 쇄신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민들이 안 후보에게 보내고 있는 지지를 문 후보가 단번에 흡수해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기이한 것은 정치쇄신이라는 안 후보의 요구에 화답하여 단일화의 전제조건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스스로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이해찬, 박지원 의원의 2선 퇴진을 비롯한 민주통합당의 발본적인 혁신인데도 불구하고 문 후보는 이에 대한 노력을 전혀 보여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면서 선거운동이라며 바쁘게 엉뚱한 곳만 돌아다니고 있으니 답답하다. 민주통합당의 쇄신이 핵심이라는 사실을 문 후보가 모르는 것이라면 이는 ‘무감각’ 내지 ‘무신경’이고, 이를 알고 있지만 당의 구조상 자신의 능력으로 쇄신이 불가능해 포기하고 있는 것이라면 ‘무능’이다.

<손호철 | 서강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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