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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31회 작성일 2012-10-06 13:19
[중앙시평] 대선 후보들, 소명의식이 없다, <font color=blue>장달중(55회)</fo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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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대선 후보들, 소명의식이 없다

[중앙일보] 입력 2012.10.04 00:52 / 수정 2012.10.04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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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달중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
 
“하늘의 소리에도 이상한 소리가 있다.” 우세한 여론(민심)에도 불구하고 선거 결과, 즉 천심(天心)이 다르게 작용한 데 대한 이웃 나라 정치가의 푸념 섞인 말이다.

 흔히들 대권을 잡으려면 천운(天運)을 타고나야 한다고 말한다. 아무리 민심의 세계에서 인기가 있는 정치가라 할지라도 천심을 얻지 못하면 대통령이 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통령은 하늘이 정해주는 것으로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정치에 있어서 천심의 문제는 정치철학의 명제이기도 하다. 일찍이 플라톤은 ‘만물의 척도는 신’이라고 했다. ‘만물의 척도는 인간’이라는 데 대한 반론이었다. 모든 것을 신탁(神託)에 의존하던 고대 그리스에서는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누가 신탁을 받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 때문에 이에 대한 해석을 놓고 인간들 사이에는 이론반론(異論反論)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대선 철만 되면 역술인들의 역할이 두드러지는 게 우리 정치의 현주소이다.

 지금 유력 대선 후보 세 사람(박근혜, 문재인, 안철수)에 대한 어느 역술인의 말이 화제가 되고 있다. 세 사람 모두 천운을 타고난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될 팔자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천운이 없다 해서 대권을 잡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다만 이럴 경우 나라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즈음 시중 모임에 가보면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가 후보자들의 관상(觀相)이다. 누가 천심을 얻을 얼굴인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점입가경이다. 왜냐하면 대통령 선거는 대선 후보자들의 얼굴 게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실 대선 후보자들의 얼굴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의 얼굴인 것이다.

 그런데 걱정스러운 것은 지금 이 대한민국의 얼굴이 옛날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이전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권력에의 열정과 의지 그리고 위엄이 있었다. 마키아벨리의 표현을 빌릴 필요도 없이 사자와 여우의 모습을 갖춘 위엄과 돌파력, 그리고 노회함 같은 자기만의 얼굴이 있었다. 복마전(伏魔殿) 같은 권력투쟁의 장을 헤쳐 나가며 하늘의 소명(召命)을 위해 무언가 큰 꿈을 좇는 천직(天職)의식이 그들의 얼굴에는 배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대선 후보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인기에 연연하는 탤런트의 얼굴이다. ‘우아하고 기품 있는 근혜씨, 지적이고 차분한 재인씨, 편안하고 부드러운 철수씨’(중앙일보 9월 29일)의 얼굴은 이미지 경쟁에 매달리고 있는 탤런트들의 얼굴과 다를 바 없다. SNS와 같은 미디어의 전달 방법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그럴듯한 레토릭만 있고 국민에게 영감을 줄 비전이나 설계도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이 시대를 반영하는 한국의 얼굴이라면 문제가 없지 않다. 그것은 베버가 조국 독일에 대해 걱정했던 정치의 균질화와 왜소화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베버는 다른 직업으로 얻은 인기도를 배경으로 정치에 뛰어들거나, 혹은 순간적인 사명감에 불타 ‘민심에 정치적 투서하듯’ 대권 도전에 나서는 ‘임시 정치가’는 천직의식을 가진 정치가로 보지 않았다.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박근혜, 떠밀리다시피 대선전에 나온 문재인, 그리고 ‘나도 몰라요’를 연발하며 대권을 노리는 안철수에게서 베버가 얘기하는 천직의식으로 무장된 자신만의 얼굴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박정희 향수의 민심, 노무현 향수의 민심, 그리고 정당정치 불신의 민심에 정치적으로 투서하는 듯한 얼굴들이기 때문이다. 소명의식 같은 것이 보일 리 없다.

 그러나 천운도 인간의 해석 여하에 따라 현실 정치에서 의미를 달리할 수 있다. 민주정치에서는 민심을 얻는 것이 곧 천심을 얻는 첩경으로 이해되고 있다. 추석 민심을 잡기 위해 이미지 경연을 벌였던 대선 후보들의 모습은 바로 이 천심을 얻기 위한 몸부림이기도 했다.

 그러나 천직의식 없이 그럴듯한 레토릭만으로 하늘의 신탁을 받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이미지의 경쟁은 어디까지나 ‘베일에 싸인 위선’의 경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민심을 얻는다 해도 그것은 포퓰리즘처럼 루소가 말한 ‘무리 지어 날아다니는 편견과 감정의 움직임’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자연 나라가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천심이 모욕을 당했다고 느낄 것이다. 그리고 말할 것이다. 민심의 소리가 이상하다고. 이런 민심의 승리는 정당정치, 의회정치에 대한 부정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민주주의의 근본 틀이 시험대에 올라 있다.

장달중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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