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포럼] 이건희 회장 발언 해석법, <font color=blue>전병준(70회)</fo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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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포럼] 이건희 회장 발언 해석법 | |
기사입력 2011.06.15 17:16:09 | 최종수정 2011.06.16 07:54:57 |
이건희 삼성 회장은 다면적인 인물이다. 그가 가끔 던지는 화두를 말 그 자체로만 해석해서는 본질에 100% 접근할 수 없다. 그의 발언에는 그 시절, 그 사회에 던지는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 점을 간과하고는 이 회장 발언의 참뜻을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꿔라"는 발언으로 잘 알려진 1993년의 이른바 `프랑크푸르트 선언`만 해도 그렇다. 이 회장의 `신경영 선언`으로 대서특필된 이 발언은 한국 기업의 `질 경영`의 시작으로 평가받는다. 싸구려로 인식되던 한국제품의 질을 한 차원 높게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만 받아들인다면 본질의 한 면만 보는 것에 불과하다. 그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한국사회의 퀀텀점프였다. 한국인의 의식과 사고를 변화시키지 않는 한 삼성제품의 질만 좋아질 수 없다는 그의 철학의 표출이다.
정치ㆍ사회적 변화 없이 기업만 변할 수 없다는 그의 생각은 2년 후 `베이징 발언`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실체를 드러낸다. 당시 중국을 방문 중이던 이 회장은 베이징 주재 한국특파원단과 오찬을 겸한 비공식 간담회에서 의미심장한 화두를 던졌다. "한국의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일갈한 것이다. 파문은 컸다. 정치권과 공무원 사회를 폄하했다는 김영삼 정권의 분노를 샀고, 삼성 측은 서둘러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며 꼬리를 내렸다. 하지만 그의 발언이 한국의 지식인 사회는 물론 기업인들에게 끼친 영향은 컸다. 일부에서는 "지나치게 한국사회를 자조적으로 바라본다"는 비판도 없지 않았지만 대부분 "한국의 각 분야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변하지 않는다면 일류 국가가 될 수 없다"는 준엄한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이후 삼성의 자동차사업 진출 실패, IMF 외환위기 및 자신의 암투병을 거치면서 한동안 이 회장은 발언을 자제해왔다. 그러다가 지난해 사면과 함께 경영에 복귀하면서 또다시 한국사회의 변화를 주문하는 화두를 연일 던지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된 발언만 해도 그렇다. 그는 삼성 내부에 만연해 있는 나태와 부정부패를 개탄하면서 근원적인 발본색원을 선언했다. 얼핏 생각하면 한국 최고 기업의 치부를 너무 적나라하게 표출했다는 당혹감이 없지 않지만 이를 한국사회에 적용해보면 적절한 시기에 매우 명쾌한 지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국사회의 각 분야가 아직도 부패의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여전히 안타까운 현실이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 20년간 이 회장이 던져온 메시지는 한국사회의 근본적인 개조를 통해 최일류 기업, 최고의 정부, 가장 도덕적이고 우수한 국민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신념이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 지속적인 변화를 멈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의 높은 눈높이에 동의하면서도 이제는 그 표현에는 다소 신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미 삼성전자 등 삼성의 주요 계열사들은 글로벌 기업으로서 국제적 기준의 투명성을 갖추고 있고 시장의 신뢰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의 충정은 이해하나 마치 한국 기업들이 부패의 온상인 것 같은 이미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 일부 걸러내야 할 사람들이 있겠지만 전체 직원들의 사기도 고려해야 한다. 삼성 내부 분위기도 "회장이 이렇게까지 이야기 했어야 했나"라는 자괴감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또 외국의 언론들은 거두절미하고 "한국 기업은 여전히 부패한 집단"이라고 매도할 수도 있다.
또 한 가지 최근 한국 재계는 3ㆍ4세들의 전면 부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삼성의 경우도 이재용 사장을 비롯해 이 회장의 두 딸들과 사위까지 주요 계열사 경영 전면에 나선 상태다. 양극화의 진통 속에 그런 상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적지 않음을 고려할 때 이 회장의 직설화법은 그 진의를 떠나 "당신은 깨끗한가"라는 국민적 반감을 불러일으킬 소지도 있다.
[전병준 부국장 겸 산업ㆍ지식부장]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꿔라"는 발언으로 잘 알려진 1993년의 이른바 `프랑크푸르트 선언`만 해도 그렇다. 이 회장의 `신경영 선언`으로 대서특필된 이 발언은 한국 기업의 `질 경영`의 시작으로 평가받는다. 싸구려로 인식되던 한국제품의 질을 한 차원 높게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만 받아들인다면 본질의 한 면만 보는 것에 불과하다. 그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한국사회의 퀀텀점프였다. 한국인의 의식과 사고를 변화시키지 않는 한 삼성제품의 질만 좋아질 수 없다는 그의 철학의 표출이다.
정치ㆍ사회적 변화 없이 기업만 변할 수 없다는 그의 생각은 2년 후 `베이징 발언`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실체를 드러낸다. 당시 중국을 방문 중이던 이 회장은 베이징 주재 한국특파원단과 오찬을 겸한 비공식 간담회에서 의미심장한 화두를 던졌다. "한국의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일갈한 것이다. 파문은 컸다. 정치권과 공무원 사회를 폄하했다는 김영삼 정권의 분노를 샀고, 삼성 측은 서둘러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며 꼬리를 내렸다. 하지만 그의 발언이 한국의 지식인 사회는 물론 기업인들에게 끼친 영향은 컸다. 일부에서는 "지나치게 한국사회를 자조적으로 바라본다"는 비판도 없지 않았지만 대부분 "한국의 각 분야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변하지 않는다면 일류 국가가 될 수 없다"는 준엄한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이후 삼성의 자동차사업 진출 실패, IMF 외환위기 및 자신의 암투병을 거치면서 한동안 이 회장은 발언을 자제해왔다. 그러다가 지난해 사면과 함께 경영에 복귀하면서 또다시 한국사회의 변화를 주문하는 화두를 연일 던지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된 발언만 해도 그렇다. 그는 삼성 내부에 만연해 있는 나태와 부정부패를 개탄하면서 근원적인 발본색원을 선언했다. 얼핏 생각하면 한국 최고 기업의 치부를 너무 적나라하게 표출했다는 당혹감이 없지 않지만 이를 한국사회에 적용해보면 적절한 시기에 매우 명쾌한 지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국사회의 각 분야가 아직도 부패의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여전히 안타까운 현실이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 20년간 이 회장이 던져온 메시지는 한국사회의 근본적인 개조를 통해 최일류 기업, 최고의 정부, 가장 도덕적이고 우수한 국민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신념이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 지속적인 변화를 멈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의 높은 눈높이에 동의하면서도 이제는 그 표현에는 다소 신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미 삼성전자 등 삼성의 주요 계열사들은 글로벌 기업으로서 국제적 기준의 투명성을 갖추고 있고 시장의 신뢰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의 충정은 이해하나 마치 한국 기업들이 부패의 온상인 것 같은 이미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 일부 걸러내야 할 사람들이 있겠지만 전체 직원들의 사기도 고려해야 한다. 삼성 내부 분위기도 "회장이 이렇게까지 이야기 했어야 했나"라는 자괴감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또 외국의 언론들은 거두절미하고 "한국 기업은 여전히 부패한 집단"이라고 매도할 수도 있다.
또 한 가지 최근 한국 재계는 3ㆍ4세들의 전면 부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삼성의 경우도 이재용 사장을 비롯해 이 회장의 두 딸들과 사위까지 주요 계열사 경영 전면에 나선 상태다. 양극화의 진통 속에 그런 상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적지 않음을 고려할 때 이 회장의 직설화법은 그 진의를 떠나 "당신은 깨끗한가"라는 국민적 반감을 불러일으킬 소지도 있다.
[전병준 부국장 겸 산업ㆍ지식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