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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34회 작성일 2011-06-21 10:49
치유책의 큰 정치 안 보인다, <font color=blue>장달중(55회)</font>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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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치유책의 큰 정치 안 보인다

[중앙일보] 입력 2011.06.16 00:28 / 수정 2011.06.16 00:28
htm_2011061600012910001010-001.JPG장달중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
 
결코 보고 싶지 않은 것들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정권 후기의 병리적 징후들이다. 피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 연일 사고 불안에 떠는 KTX 승객들, 길거리에서 반값 등록금을 외치는 대학생들, 전관예우와 낙하산 인사에 분통을 터뜨리는 일반 국민들, 바로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병리 현상의 피해자들이다.

 ‘성공체험담’으로 가득 찬 이명박 정권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연일 터지고 있다. 이념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냉소가 이제 실용정권에 대한 냉소로 바뀌고 있는 느낌이다. 주머니에 돈 가득 채우고, 좋은 집 장만하여 외식 즐기며, 4대 강 유람선 놀이 할 줄 알았는데 돌아온 것은 물가고요, 가계부채 증가요, 전월세 대란이다. 이를 본 어떤 언론인은 ‘한국이 주저앉게 될지도’ 모르는 징후들일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의 지적처럼 우리는 지금 주저앉느냐 아니냐의 기로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보이는 것은 네 탓 공방의 정쟁(政爭)뿐이다. 정치를 주도해야 할 여당마저 청와대에 당했다는 피해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에 당했다는 피해의식이 당한 여당의 책임을 면제시켜 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는 여자가 바보인가요, 속인 남자가 나쁜가요”라는 이웃 나라의 노래 가사처럼, “속인 남자도 나쁘지만 계속 우는 여자도 바보일 수밖에” 없다. 두 번 다시 속지 않겠다는 결의가 없으면 몇 번이고 당하게 마련인 것이다. 특히 사정정국으로 치닫는 정권 후기에 갈수록 이런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이를 의식한 듯 황우여 신임 원내대표는 “청와대에 제대로 야단치지 못한 것을 바로잡는 마지막 기회”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청와대와의 긴장관계를 통해 국정을 바로잡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이해됐다. 하지만 불가항력인지 그의 다짐은 황야의 외침으로 끝난 느낌이다. 이렇다 보니 여당이란 황 원내대표의 말대로 청와대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며 국가운영은 팽개쳐둔 채 당권·대권을 둘러싸고 ‘계파싸움이나 숫자놀음만 하고 있는’ 집단으로 비춰질 뿐이다.

 야당은 어떠한가. 아직도 항상 당하고 있다는 피해의식에서 해방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당했다는 것이 동정의 대상인 동시에 정의의 심벌처럼 여겨지던 시대는 지나갔다. 국익의 관점에서 국가운영에 접근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할 경우 국민의 마음은 떠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작금의 병리적 현상들은 5년 전, 10년 전 야당이 집권했을 때도 똑같이 발생했던 우리 정치의 만성적 질환들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아직도 ‘본체’니 ‘가지’니 하는 파당적 힘겨루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민주정치의 목적은 문제를 풀고 분쟁을 해결하는 데 있다. 케네디 행정부에서 일한 바 있는 고(故) 아서 슐레진저 박사는 민주정치의 본질은 “치유책의 추구에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정권 후기의 만성적 병리 현상에 직면한 지금만큼 우리에게 이런 ‘치유책의 정치’가 필요한 때도 없다. 하지만 여야 할 것 없이 어떻게 이 만성적인 병리 현상들을 치유할까는 아예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오로지 다음 선거에서 어떻게 이용할까만 궁리하고 있는 모습이다. 상비약 수퍼 판매처럼 지지 집단의 표를 잃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하다 보니 국익을 위한 치유책이 나올 리 없다. 국익의 관점에서 다뤄져야 할 사안들이 정략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이런 정치현실에서 맞이하는 내년의 총선과 대선이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선거전이 네거티브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음 세대를 어떻게 열어갈지에 대한 대의(大義)보다는 서로에 대한 인신공격이 선거판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정략적 정치에 매달려 있기에는 우리 앞에 나라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지도 모르는 국가적 어젠다들이 산적해 있다.

 민주국가의 국정은 여야 간의 타협 없이 불가능하다. 그 때문에 지금 우리가 여야에 바라는 것은 국익을 위해 타협을 모색하는 큰 정치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지금 이런 큰 정치가 없다. 모처럼 여야 영수회담이 열리는 모양이다. 좌우를 넘어선, 그리고 여야를 넘어선 치유책의 타협정치가 과연 열릴 수 있을지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장달중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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