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사실 왜곡은 말아야, <font color=blue>채욱</font>[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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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EU FTA 사실 왜곡은 말아야 | |
기사입력 2011.03.14 17:11:27 | 최종수정 2011.03.14 17:27:03 |
지난해 10월 6일 서명한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동의안이 지난달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압도적 다수 지지로 통과됐다. 한ㆍEU FTA 잠정 발효를 위한 EU 측 절차가 마무리돼 이제 공은 우리 측으로 넘어온 셈이다. 한ㆍEU FTA가 예정대로 올해 7월 1일 잠정 발효되려면 우리 국회에서 비준동의안 처리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지어야 한다.
세계 최대 경제권인 EU와 FTA를 체결함에 따라 우리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는 실로 막대하다. 모든 FTA가 그렇듯이 혜택이 있는 만큼 우리가 유의해야 할 사항도 적지 않음은 물론이다. 그동안 무수하게 논쟁을 벌여왔던 한ㆍEU FTA에 따른 경제적 득실을 다시 논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일부에서 제기된 편견과 오해는 바로잡아야 한다.
그들의 오해가 마음에 걸려서가 아니라 왜곡되고 편향된 주장이 자칫 국민 의견을 분열시키고 국익에 커다란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먼저 EU가 거대한 선진시장이기 때문에 FTA가 이익보다는 큰 피해를 줄 것이라는 주장은 옳지 않다. 농업과 일부 제조업, 서비스 교역에서는 EU가 우리보다 얻는 혜택이 클 수도 있다. 그러나 FTA를 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우리나라는 2006~2008년 EU와 상품교역에서 가장 많은 흑자를 시현했다. 이는 반드시 현재 우리 관세 보호수준이 EU보다 높아서만은 아니다. 정밀화학 분야나 기계 부문에서는 EU 관세가 낮지만 우리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 전기ㆍ전자, 섬유ㆍ의류 품목에 대해서는 EU 관세가 높다. 따라서 상대가 단지 거대 선진 경제권이라 FTA를 체결하면 우리에게 피해가 클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우리 제조업 경쟁력을 과소 평가한 것이다.
농업 부문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농업은 우리가 최초로 체결한 FTA인 한ㆍ칠레 FTA 때부터 협상에서 가장 어렵고 아픈 부분이었다. 사실상 그 아픔은 1980년대 중반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때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모든 협상에서 정부는 농업 보호를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이러한 와중에 한ㆍEU FTA가 농업 보호 약속을 폐기하는 중대한 전환점이라는 주장이 있다. 어디까지가 농업 보호 약속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몇 가지 살펴보자.
한ㆍEU FTA에서도 쌀은 추가 개방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했고 감귤, 고추, 마늘, 양파, 분유, 천연꿀 등 주요 품목에 대해서는 현행 관세를 유지하기로 했다. 포도, 오렌지 등 주요 과일 품목에 대해서는 계절관세를 부과하거나 10~20년에 걸쳐 관세를 철폐하며, 수입 급증 시 수입을 규제하는 제도까지 설정해 놓은 상황이다. 쇠고기와 돼지고기도 마찬가지다. 건조포도와 냉장오이 관세가 즉시 철폐되고 설탕저장처리 생강, 조제저장처리 양파, 냉동감자 등이 5년 뒤에 철폐되는 것이 큰 문제라면 EU는 과연 무엇을 우리나라에 수출할 수 있을 것인가.
유럽의회가 특정 물품 수입 증가로 인한 피해조사를 신청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을 지적한 것도 그렇다. 최종적으로 수입제한조치는 EU 집행위가 협정상 조사 개시 요건을 충족했다고 인정할 때에만 가능하다. 애초부터 EU 집행위의 공정성을 불신한다면 FTA 전체가 아무 의미가 없게 된다.
FTA가 발효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능성에만 근거해서 FTA 전체를 부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선진국과 체결한 FTA가 단순히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그들이 가진 선진기술과 제도를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용해서 우리 경제 선진화를 도모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한 목적이기도 하다. 가능성이 낮은 일을 과대 포장하고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한ㆍEU FTA를 흠집내려 해서는 안 된다. 문제가 있으면 정당하게 지적하되 불순한 의도로 사실을 왜곡하는 비방은 이제 멈춰야 한다.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세계 최대 경제권인 EU와 FTA를 체결함에 따라 우리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는 실로 막대하다. 모든 FTA가 그렇듯이 혜택이 있는 만큼 우리가 유의해야 할 사항도 적지 않음은 물론이다. 그동안 무수하게 논쟁을 벌여왔던 한ㆍEU FTA에 따른 경제적 득실을 다시 논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일부에서 제기된 편견과 오해는 바로잡아야 한다.
그들의 오해가 마음에 걸려서가 아니라 왜곡되고 편향된 주장이 자칫 국민 의견을 분열시키고 국익에 커다란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먼저 EU가 거대한 선진시장이기 때문에 FTA가 이익보다는 큰 피해를 줄 것이라는 주장은 옳지 않다. 농업과 일부 제조업, 서비스 교역에서는 EU가 우리보다 얻는 혜택이 클 수도 있다. 그러나 FTA를 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우리나라는 2006~2008년 EU와 상품교역에서 가장 많은 흑자를 시현했다. 이는 반드시 현재 우리 관세 보호수준이 EU보다 높아서만은 아니다. 정밀화학 분야나 기계 부문에서는 EU 관세가 낮지만 우리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 전기ㆍ전자, 섬유ㆍ의류 품목에 대해서는 EU 관세가 높다. 따라서 상대가 단지 거대 선진 경제권이라 FTA를 체결하면 우리에게 피해가 클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우리 제조업 경쟁력을 과소 평가한 것이다.
농업 부문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농업은 우리가 최초로 체결한 FTA인 한ㆍ칠레 FTA 때부터 협상에서 가장 어렵고 아픈 부분이었다. 사실상 그 아픔은 1980년대 중반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때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모든 협상에서 정부는 농업 보호를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이러한 와중에 한ㆍEU FTA가 농업 보호 약속을 폐기하는 중대한 전환점이라는 주장이 있다. 어디까지가 농업 보호 약속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몇 가지 살펴보자.
한ㆍEU FTA에서도 쌀은 추가 개방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했고 감귤, 고추, 마늘, 양파, 분유, 천연꿀 등 주요 품목에 대해서는 현행 관세를 유지하기로 했다. 포도, 오렌지 등 주요 과일 품목에 대해서는 계절관세를 부과하거나 10~20년에 걸쳐 관세를 철폐하며, 수입 급증 시 수입을 규제하는 제도까지 설정해 놓은 상황이다. 쇠고기와 돼지고기도 마찬가지다. 건조포도와 냉장오이 관세가 즉시 철폐되고 설탕저장처리 생강, 조제저장처리 양파, 냉동감자 등이 5년 뒤에 철폐되는 것이 큰 문제라면 EU는 과연 무엇을 우리나라에 수출할 수 있을 것인가.
유럽의회가 특정 물품 수입 증가로 인한 피해조사를 신청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을 지적한 것도 그렇다. 최종적으로 수입제한조치는 EU 집행위가 협정상 조사 개시 요건을 충족했다고 인정할 때에만 가능하다. 애초부터 EU 집행위의 공정성을 불신한다면 FTA 전체가 아무 의미가 없게 된다.
FTA가 발효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능성에만 근거해서 FTA 전체를 부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선진국과 체결한 FTA가 단순히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그들이 가진 선진기술과 제도를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용해서 우리 경제 선진화를 도모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한 목적이기도 하다. 가능성이 낮은 일을 과대 포장하고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한ㆍEU FTA를 흠집내려 해서는 안 된다. 문제가 있으면 정당하게 지적하되 불순한 의도로 사실을 왜곡하는 비방은 이제 멈춰야 한다.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