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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건 조회 407회 작성일 2007-10-25 09:39
[뉴스메이커] 뺑뺑이 때문에 사라진 명문고와 새로 생긴 명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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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뺑이 때문에 사라진 명문고와 새로 생긴 명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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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 경기고의 화동 옛 교사 모습(위)과 현 경기고의 정문.
1970년 서울대 상대에 입학한 경기고 졸업생은 40여 명이었다. 이 해에 경기고는 서울대에 모두 300명 이상의 합격자를 냈다. 서울고·경복고에서는 200명 이상이 입학했다. 또 부산의 경남고·부산고, 인천의 제물포고 등이 100명이 넘는 합격자를 배출했다. 당시 서울대 입학생의 절반 이상은 세칭 명문고 출신이 차지했다.

경기고 졸업생 절반이 서울대 입학

‘뺑뺑이 1기’(고교 평준화 세대)가 서울대에 입학하는 1977년까지 이 같은 상황은 비슷하게 전개됐다. 세칭 명문고에서는 동문 선후배 사이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오갔다. ‘경기고 졸업생의 절반 이상이 서울대에 들어갔다’ ‘어떤 해에는 경기고 졸업식과 서울대 입학식 날짜가 겹쳤는데 경기고 졸업식이 끝나고 나서야 서울대 입학식을 할 수 있었다’ ‘서울대가 한때 서울고의 본교라고 했다’ ‘경남고에서는 한 기수에 300명이 서울대로 들어가던 때도 있었다’ ‘경북고는 대통령·국무총리·국회의장·대법원장을 모두 배출했다’ ‘뺑뺑이’ 덕에 운좋게 명문고에 다닌 후배들에게 비평준화 시절에 대한 선배의 이야기는 ‘전설’이었다.

1974년까지 서울에서는 경기고·서울고·경복고가 명문고의 자존심을 걸고 경쟁했다. 오랜 전통의 공립학교(경성제1고등보통학교)인 경기고가 선두에 있었지만 1946년 개교한 신흥 명문공립학교인 서울고에서는 경기·서울 대신 서울·경기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연세대와 고려대의 대항전을 두고 연고전이냐, 고연전이냐를 말하는 것과 비슷했다. 흔히 “정계와 재계에서는 경기고가, 언론계와 학계·의료계에서는 서울고가 돋보인다”는 말이 나왔다.

여기에 경성제2고등보통학교였던 경복고는 서울고와 경쟁했다. 한 경복고 출신 졸업생은 경기고를 서울대에, 서울고를 연세대에, 경복고를 고려대에 비유했다. 경기고는 공부만 하는 학생, 서울고는 공부도 잘하면서 세련되게 잘 노는 학생, 경복고는 촌스럽지만 우직하며 공부도 잘한 학생이 많았다는 것이다. 서울고로 갈 실력이 있는 우수한 학생들이 경복고의 학풍 때문에 경복고로 많이 왔으며, 서울대 입학률에서도 서울고와 경복고의 성적이 비슷했다고 말한다. 여고도 마찬가지였다. 경기여고와 이화여고라는 서열이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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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서울고의 합격자 발표 모습.
부산에서는 경남고와 부산고가 제1명문고를 놓고 다퉜다. 부산고는 경남 지역의 시골 농사꾼 자녀가 많이 다녔다고 해서 ‘부산농고’라고 불렸다. 또 경남고는 부산 시내의 상인 자녀가 많이 다녔다고 하여 ‘경남상고’라고 불렸다. 두 학교는 서울대 입학률에서도 비슷한 성적을 보였다.

대구에서는 경북고의 성적이 압도적이었다. 평준화 직전인 경북고 57회, 58회에서는 서울대에 각각 152명과 153명이 합격했다. 특히 경북고 58회는 서울·부산보다 1년 늦게 평준화가 실시되면서 서울·부산에서도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런 ‘전설적인’ 상황은 고교 평준화 정책이 실시되면서 눈 녹듯이 사라졌다. 1981년 서울대 합격자 분포를 보면 가장 많은 학생을 배출한 학교는 전주고로 178명이었다. 전주고 다음으로 대전고·진주고·마산고 등이 각각 140명 이상씩 무더기 합격자를 냈다. 춘천고와 청주고도 70명 이상의 합격생을 배출했다. 이들 지역은 서울·부산(1974년 평준화 실시)과 대구·광주·인천(1975년 평준화 실시)에 비해 뒤늦게 평준화 대열에 들어갔다. 그 때문에 아직 고입 시험을 치른 우수 학생이 많았다.

서울에서는 대일고가 89명의 합격자를 냈고, 중앙고·경성고·서라벌고·우신고·여의도고·동성고 등이 50명 이상씩, 충암고·영훈고·보성고·한성고가 40명 이상씩의 합격자를 냈다. 경기고·서울고는 겨우 40명 이상씩의 합격자를 내, 뺑뺑이 5년차 졸업생은 서울에서도 3류 고등학교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다.

강남8학군 새로운 명문고로 등장

평준화 지역의 틈을 비집고 새로운 명문고가 부상했다. 서울과 인천 사이에 자리 잡은 부평고가 양 지역의 인재를 끌어모아 89명의 합격자를 냈다. 평준화를 실시한 이후 불과 몇 년 사이에 상전벽해와 같은 대격변이 일어난 것이다.

이후 다른 지방 도시에서도 평준화가 실시되면서 변화가 생겼다. 대전고·전주고·춘천고·청주고·마산고·제주일고가 1979년 평준화 실시로 명문고의 이름을 서서히 잃기 시작했으며, 진주고도 1981년 평준화 실시로 예전의 명성을 지키지 못했다.
서울 강남에 고급 아파트 촌이 형성되면서 강남8학군의 고등학교가 명문고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옛 명문고인 경기고와 서울고는 평준화의 설움을 딛고 강남으로 이전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예전의 명성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명문고의 이름을 유지할 수는 있었다.

특목고가 등장하면서 명문고의 판도는 또다시 크게 바뀌었다. 1984년 개교한 대원외고는 1987년 1회 졸업생을 배출하면서 명문고의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대일외고, 서울과학고의 졸업생도 서울대에 많이 입학했다. 1994년에는 대원외국어고에서 186명, 서울과학고에서 132명이 서울대에 입학했다. 예전 ‘뺑뺑이’ 이전의 경기고·서울고·경복고에 맞먹는 위치를 얻은 셈이다.

아직 평준화되지 않은 수도권 신도시와 지방 소도시의 학교들도 명문고의 이름을 대신 차지했다. 분당, 일산, 부천, 안양, 과천의 학교들이 실력을 발휘했다. 분당 서현고, 일산 백석고, 안양의 안양고는 2002년 평준화가 되기 전까지 수도권 3대 명문고로 이름을 떨쳤다.

2000년대 들어서도 특목고가 명문고의 맨 앞자리를 차지했고 강남 8학군에 속한 학교가 뒤를 이었다. 지방에서는 강남 8학군과 유사하게 형성된 아파트촌의 학교가 ‘준명문고’의 이름을 얻었다. 최근 몇 년 사이 서울대 입학생의 출신 고교를 보면 특목고 외에 서울 강남의 경기고·숙명여고·휘문고·한영고·반포고·세화고·양재고·보성고가 많은 학생들을 입학시켰고, 대구 수성구 지역의 경신고·대륜고·능인고·오성고가 좋은 성적을 보였다. 강원 횡성의 민족사관고와 전주 상산고·울산의 현대청운고·부산 해운대고와 같은 자립형 사립고도 명문고로 발돋움하고 있다.

엘리트 관문 고시에도 대거 합격

경북고는 대구의 강남8학군에 해당하는 수성구로 학교를 이전한 덕택에 그나마 옛 명성을 구기진 않았지만, 부산의 경남고·부산고는 옛 교사를 그대로 유지해, 부산에서도 신흥 명문고 지역인 해운대구의 학교에 밀리는 형편이다. 서울의 경복고 역시 강북에 그대로 남는 바람에 경기고와 맞먹는 성적을 얻지 못하고 있다.

최근 명문고로 입지를 굳힌 것은 뭐니뭐니 해도 특목고다. 특목고의 위력은 최근 국회의 국정감사 자료에서도 드러났다. 한나라당 정문헌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서울지역 특목고의 10년 동안 서울대 합격자 현황이 나타난 것이다. 대원외고는 1998년 163명을 합격시킨 데 이어, 매년 50여 명 이상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서울과학고 역시 1998년 132명의 합격생을 낸 데 이어, 매년 30여 명 이상의 서울대 입학생을 만들었다. 여기에 대일외고·명덕외고·한영외고·서울외고·이화여자외국어고가 대원외고를 추격했으며, 한성과학고가 서울과학고와 맞먹는 서울대 입학생을 배출했다.

특히 서울과학고와 한성과학고는 서울대 이외에도 KAIST와 포항공과대학(포스텍)에도 많은 학생이 입학해 이과 계통에서 명문고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외고와 과학고 등의 특목고는 외국 대학에 많은 학생을 입학시켜 세계 속의 명문고로 도약하는 꿈을 꾸고 있다.

엘리트의 관문이 되는 고시에도 특목고 졸업생들이 대거 합격했다. 올해 사법고시 합격자의 17%가 특목고 출신으로, 대원외고가 46명, 한영외고가 24명, 명덕외고가 18명의 합격자를 냈다. 2002년∼2006년 사법연수원 입소자 중에는 대원외고가 167명으로 가장 많았다. 반면 옛 명문고인 경기고는 35명에 불과했다.

외국어 능력이 중시되는 외무고시에서는 특목고 출신의 성적이 압도적이다. 올해 합격자(30명) 중 절반이 특목고를 졸업했다. 대원외고 출신은 6명이다. 올해 행정고시 합격자에서도 상위 5개 고교가 모두 특목고였다.

이같이 특목고가 10여 년 동안 이름을 날리면서 ‘뺑뺑이’ 이전의 명문고와 같은 학벌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들 학교의 졸업생들이 사회에 나가 서서히 자리를 잡으면서 선·후배 관계를 만든 것이다. 하재근 ‘학벌없는 사회’ 사무처장은 “한국 사회에서 학벌이 강화되거나 약화되는 시기가 존재하는데, 특목고처럼 특정 학교가 대학 입시와 고시에서 독점 현상을 보이는 것은 학벌사회를 강화하는 하나의 징후로 볼 수 있다” 고 비판했다.

고위공직자는 구 명문고 출신이 많아

정부의 고위 공직자들은 여전히 옛 명문고 출신이 많다. 정부가 홍미영 의원(대통합민주신당)에 제출한 ‘고위 공무원단 공무원의 출신 고교 현황’을 뉴스메이커가 집계, 분석한 결과, 경기고-경북고-광주제일고 순으로 고위 공직자가 많았다. 고위 공무원단은 3급 이상 고위 공무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정부에서 도입한 제도다. 주로 1∼3급의 고위 공무원으로 정부 모든 부처의 고위 공무원이 대부분 포함된다.

1296명의 고위 공무원단 중 경기고 출신이 65명(5%)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경기고는 재정경제부(전체 47명)에서 12명, 공정거래위원회(전체 15명)에서 6명으로 경제 분야에 많이 분포돼 있어 눈길을 끈다. 경기고 출신 다음으로는 경북고 출신이 54명, 광주일고가 43명으로 뒤를 이었다. 두 학교 출신은 정부 각 부처에 골고루 분포돼 있다. 30명 대에는 서울고가 33명, 대전고가 32명, 경복고가 32명이었다. 경복고의 경우 보건복지분야에 특히 고위 공무원(보건복지부 5명, 식품의약품안전청 3명)이 많았다.

이밖에도 전주고가 고위 공무원단에서 29명을 차지했다. 비평준화 시절 2차시험 중 명문고였던 중앙고는 23명으로 옛 명성을 지켰다. 광주고가 22명으로 중앙고와 비슷했다. 신정아씨 사건과 관련해,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직권 남용으로 관심을 끌었던 부산고는 22명으로, 경남고의 19명보다 많았다. 대구고와 진주고는 나란히 20명씩의 고위 공무원이 있었다. 용산고는 15명, 춘천고는 14명으로, 이들 학교가 명문고였음을 알게 해주고 있다.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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