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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73회 작성일 2007-07-19 09:23
이코노미21 기사-심정수(51회, 조각가)교우의 작품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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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동서남북]‘자연에의 귀의(歸依)’를 향한 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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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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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발언’으로 미술의 민족화와 현실 참여

심정수는 중앙고등학교 시절부터 남사당, 꼭두각시놀이에 심취해 심우성(공주국립민속박물관장 · 남사당패 창립 대표)을 따라 다니곤 했다.

서울대 미대 조소과에 진학해 본격적인 조각 수업을 받으면서 서구조각의 개념과 형식을 배우고, 미켈란젤로에 대한 관심과 로댕의 생명주의와 내면적 고뇌에 공감하면서 그는 인체를 주제로 삼고 인간 내면세계의 표현을 중시하게 된다.

심정수는 한때의 경험을 떠올린다. 미국 공보원에서 미국인 미술평론가가 하는 강연 중에 “한국에 와보니 한국 조각가들은 모두 서양인을 만들어놓고 있다. 왜 한국인이 한국 사람을 만들지 않는가, 한국인과 서양인은 인체의 비례도 다르고 얼굴 생김새도 틀리지 않는가?”라는 지적이었다.

이에 감명을 받은 듯 그는 서구적 가치와 우리 것에 대한 오랜 갈등과 방황을 거듭한다.

그러던 중 79년에 미술의 민족화를 내걸고 80년대 미술운동의 방향을 제시하며 창립된 '현실과 발언'의 창립 멤버로서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며 현실 참여에 기반을 둔 민중미술작가로 작품을 내놓기 시작한다.

그는 70~80년대의 암울하고 참담한 시대 상황에 고뇌와 저항의 사회의식을 고취시키고자 벽 속의 사람, 구멍이 뚫리고 비틀어진 여러 인간 형상에서 절규, 분노, 증오, 저항, 체념 등이 교차되는 엄숙한 긴장감을 표현해내고 있다.

그는 81년 대학로 미술회관(동숭동)에서의 첫 개인전을 통해 한국현대조각에서 구상성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민중미술에 힘과 활기를 더해주었다. 진정한 삶과 사회의 리얼리티를 담아내고 있는 작가는 우리 조각계의 만성화된 '유미(唯美)주의적 조각'에 맞서듯 조각은 당대의 삶을 담는 조각이어야 한다는 의식 아래 현실 참여적인 작품을 보여준 것이다.

지구 심장의 고동소리 듣고 싶다

심정수는 민중의 삶을 바라보는데서 더 나아가 20세기 파괴되어 가는 지구환경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순환하는 자연의 위대한 자정력을 예찬하기 시작한다. 그는 형식에 있어서도 다양한 재료들을 사용해 갯벌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생존경쟁, 원초적 생명, 삶과 죽음 등의 환경에서 빚어내는 다양한 현상들을 ‘서해안-소리’ ‘서해안-눈’ 등의 작품을 통해 자연 그 자체를 투명하게 드러내고자 하는 일종의 ‘자연에의 귀의(歸依)’ 현상을 보여준다.

이는 작가의 삶이 현실을 관조하면서 원천적인 문제로 환원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지금도 우리 사회는 편리와 이익이라는 명분 아래 환경 파괴가 자행되고 있다. 한 예로 17년이란 세월 동안 수많은 환경· 종교단체, 지역민 등의 거센 항의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새만금사업의 방조제 끝물막이 공사가 막바지에 이른 것이다. 결국 방조제 내부 1억 7만여 평을 얻는 이익으로 인해 자연환경의 변화는 생태계의 파괴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작가는 말한다. 인간이 자연에 순응하는 법을 배울 때, 자연의 일부임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존재의 위대함을 깨달을 것이라고. 이십세기 인간문화는 개발이란 이름으로 무모하고 일방적인 자연 파괴행위를 거듭해왔고, 산업화와 물질 추구는 우리 스스로를 파멸의 위기로 몰고 가고 있다.

폭력적이고, 파괴적이고, 자극적인 것이 아니면 인정하려 들지 않는 시대적 상황과 조화와 균형을 잃어버린 생태계가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묻고 있는 작가는 다시 지구 심장의 고동소리를 듣고 싶다고 소리치고 있는 듯하다.

최근 인사동에서는 현대공간회(최종태 박부찬 안병철 박상희 김건주 황영애 외 20명) 40주년 기념전시회가 ‘26-documents’라는 명제를 가지고 13개의 화랑에서 7월4일부터 7월10일까지 동시에 전시되었다.

전시회는 조각과 인간을 관계 지어주는 작품들로 한국 조각계의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가람화랑에서 전시된 심정수의 작품은 옷깃이 휘날리는 표현의 대리석 조각이나 테라코타 부조판 위에 빗발치는 듯한 사선의 움직임을 나타내었다. 그리고 매섭게 차가운 바람을 타고 빠른 속도로 파도를 가로지르는 범선 같은 이미지의 스테인리스 스틸 작품들은 서해안에서 불어오는 바다 바람을 담고 있는 듯했다.

김상일 바움아트갤러리 대표 human3ksi@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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