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경제 대통령과 견위수명(見危授命), <font color=blue>전병준</fo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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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경제 대통령과 견위수명(見危授命) | |||||||||
물론 두 대통령의 관심영역은 다르다. 노 전 대통령은 이념성이 강한 정치와 현대사의 흐름에 많은 관심을 피력했다. 이 대통령이 주로 말하는 분야는 경제다. 본인이 CEO 출신인 데다 최근 국민의 관심이 자연스레 경제로 기운 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 문제는 대통령의 말이 지나치게 단정적이라는 데 있다. 경제분야는 다른 영역과 달리 시장에 주는 충격을 고려해야 하는 데도 위험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이 대통령은 자주 주식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골자는 "지금 주식을 사면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인데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다행히 주가가 오르면 모를까 대통령의 말을 믿고 주식을 사서 1년 후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면 투자자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환율문제는 시장에 주는 충격이 워낙 커서 정책당국자들이 거짓말을 해도 언론이 이해하고 넘어가는 분야 중 하나다. 미국에서도 대통령이 "강한 달러를 지향하고 있다"는 선언적인 멘트만 날릴 뿐 개입, 무개입을 시사하는 발언은 일절 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다. 이 대통령은 집권 초 환율문제로 홍역을 치렀으면서도 얼마 전 페루 순방 중 가진 기자회견에서 "환율을 자꾸 건드리면 문제가 커진다. 시장에 충격을 주면 안 된다"고 발언했다. 대통령의 본심은 이해가 가지만 자칫 "당분간 시장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오해를 받을 소지도 충분했다. 이 대통령의 은행에 대한 일련의 부정적인 발언들도 다소 지나치다는 지적이 있다. 얼마 전 청와대 경제부장 오찬 때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은행에 대한 대통령의 견해를 물었더니 "은행들이 지난 몇 년간 나쁜 습성을 길러왔어요. 지나치게 경쟁에만 몰두해왔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최근의 금융경색은 은행들의 무분별한 경쟁이 자초한 측면도 크다. 문제는 은행들이 이제는 과거와 같은 관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싫든 좋든 은행을 통해 기업에 자금이 전달되는 구조인 만큼 은행들만 다그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정책의 협조자로서 은행과 대화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마땅하다. 대통령이 경제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언급하는 것은 정책당국자들의 입지를 좁힐 수도 있다. 실제로 최근 대통령의 지시가 지나치게 구체적이다 보니 정부의 정책이라는 것이 대통령의 말을 급급하게 따라가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 대통령'을 표방하고 있다. 재임 중 다른 것은 몰라도 경제만은 살리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하지만 '경제 대통령'이라는 것이 대통령 혼자서 경제를 이래라 저래라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굳이 외국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수출입국이라는 큰 틀을 정하고 능력 있는 관료들을 발탁해서 이를 추진토록 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 대표적인 '경제 대통령'이다. 또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떠나 외부 전문가를 기용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외환위기를 짧은 기간에 극복해낸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경제 대통령'으로 기억된다. 경제를 조금 아는 것과 큰 틀에서 경제가 제대로 굴러가도록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이 대통령이 진정한 의미의 '경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역설적이지만 구체적인 경제사안에 대해 한발짝 뒤로 물러서야 한다. 그래야만 복지부동하고 있는 청와대 비서들과 경제관료들도 책임감을 갖고 일하게 될 것이다. 마침 이 대통령은 27일 공자의 말을 인용해 견위수명(見危授命)이라는 사자성어를 언급했다. 나라가 어려울 때 목숨을 던지는 공직자의 자세를 강조한 것이다. 그들이 뛸 수 있도록 대통령이 조금만 비켜주었으면 한다. [전병준 경제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