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면제자에게 병역稅 물리자 - 중앙sun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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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면제자에게 병역稅 물리자
박재갑 교수 서울대 의대 | 제74호 | 2008081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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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도 30년 전 군의관으로 3년간 병역의 의무를 다했다. 1년은 동해안 최전방 부대에서, 이후 2년은 국군수도통합병원에서 근무했다. 당시 병역법 시행령인 ‘징병 신체검사 기준’의 외과 분야를 개정하는 데 참여했다. 전방의 열악한 군 복무 여건을 잘 알고 있던 터라 풍부한 병력 자원 중 튼튼한 인력을 선발해 군으로 데려오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를 갖고 개정했다.
현재 만 19세가 되는 남자는 징병검사를 받는데, 이들 중 85~90%가 현역 판정을 받는다. 하지만 전체 인원 중 현역병으로 복무하는 인원은 75% 정도다. 나머지는 산업기능요원, 전·의경,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거나 병역을 면제받는다. 정부는 올해부터 사회복무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해 2012년 이후 전면 시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사회활동이 가능한 사람은 예외 없이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경비·행정 분야의 공익근무요원은 차츰 줄여 나가고, 대신 사회복지·보건의료·환경안전 등의 분야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병역의 사회적 형평성을 높이고 국가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일반적으로 국방의 의무를 말할 때 현역 복무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외국 사례를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국방의 의무를 현역 복무뿐 아니라 사회적 복무, 면제와 같이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넓은 의미로 이해한다. 이스라엘에서는 모든 신체 건강한 남녀는 18세가 되면 징집된다. 남자는 3년, 여자는 21개월 동안 근무해야 한다. 스위스 남성들은 20세가 되면 우선 4개월간 병역을 위한 교육 및 훈련을 받는다.
21세부터 32세까지 1년에 3주간, 만 32세부터 41세까지 격년으로 2주, 42세부터 51세까지 3년마다 1주를 각각 근무한다. 그리고 병역을 면제받은 남성은 일정 기간 총소득의 3%를 ‘병역배상세’로 내야 한다.
우리나라는 현역병으로 가느냐, 아니면 공익요원이나 산업기능요원 또는 면제 판정을 받느냐에 따라 해당 기간에 상당한 소득 차이가 발생한다. 특히 병역 면제를 받은 사람은 남들이 군에 가 있을 동안 경제활동을 하면서 상당한 수준의 돈을 벌 수 있다.
마침 정부가 새로운 사회복무제도를 시행하는 이 시점에서 국방 의무의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병역을 면제받는 사람들에게 적정한 수준의 병역세를 부과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해 볼 때가 됐다고 본다. 병역세로 징수되는 재원은 전액 병사들의 처우 개선에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 병사들의 월급은 9만~24만원 정도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징병제를 시행하고 있는 독일 병사들은 9개월 근무에 매달 40만원 정도 받는다. 대만 사병은 20만원 수준이다. 반면 우리 병사들은 24개월 근무에 월급이 10만원 이하다. 최소한 20만원 이상은 돼야 한다. 병사들의 처우 개선은 향후 사병의 복무기간 단축에 따라 늘어나게 될 지원병들의 처우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복무기간과 월급을 보고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사람과 면제받은 사람 간에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의견이 많다. 그렇다고 제도적으로 국방의 의무를 면제받은 사람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것은 다분히 감정적인 생각이다. 다만 법률로 현역이나 사회 복무 의무에서 면제 되었으나 경제 활동으로 일정수준 이상의 소득이 있는 사람들에게 적정 수준의 병역세를 내게 해 모든 국민이 예외 없이 국방의 의무를 분담하도록 하는 것이 사회 통합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본다. 우리의 주변 환경은 이스라엘이나 스위스보다 결코 유리하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