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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전승훈]레퍼토리 바꿀 만큼 방치된 KBS교향악단
“2004년 이후 KBS교향악단은 KBS의 무관심한 방치로 인해 상임지휘자도 공석이며, 충원도 안 되고 있습니다. 정단원의 3분의 1에 가까운 30여 명의 객원연주자를 써야 하는 상황에서 대편성의 곡은 질 높은 연주를 기대하기 어려워 바꿨습니다.”
최근 내한했던 파리 오케스트라와 몬트리올 심포니는 이 환상교향곡을 선사해 국내 팬들의 갈채를 받은 바 있다. 그런데 국립교향악단 시절을 포함해 50년 넘는 역사를 가진 KBS교향악단이 이 곡을 연주조차 할 수 없다니…. 관객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KBS교향악단은 2004년 러시아 지휘자 드미트리 기타옌코가 물러난 뒤 상임지휘자도 없다. 2005년 이후 ‘경영 적자 해소’ 때문에 퇴직 단원 충원을 위한 오디션도 열지 못했다. 단원이 125명에서 90명으로 줄었고, 제1바이올린 비올라 클라리넷 등 주요 파트의 수석 연주자도 공석이다.
서울시향이 정명훈 예술감독 영입 이후 젊은 해외 유학파 연주자들을 영입해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데 비해 KBS교향악단은 비전도 없이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이날 KBS교향악단의 일부 단원은 항의의 표시로 삭발한 채 무대에 서기도 했다. 그러나 KBS의 한 관계자는 “수신료 인상에 실패한 데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몇 백억 원 적자가 예상된다”며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경영진이 당분간 교향악단 문제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BBC, NHK 등 해외 공영방송사들은 고품격 문화 서비스를 위해 세계적인 수준의 방송교향악단을 운영하고 있다. KBS교향악단도 국내 정상급의 오케스트라로 국내외에서 찬사를 받아왔다. 그런 KBS교향악단이 정연주 사장 취임 이후 회사의 경영 적자가 확대되면서 삐걱거리는 것은 안타까운 손실이다.
김복수 악장은 “13년간 KBS교향악단에 몸담고 있지만 회사의 경영 적자가 시작된 것은 최근 몇 년간의 일”이라며 “세계무대로 발돋움하던 KBS교향악단이 이런 상태에 빠진 게 참담할 뿐”이라고 말했다.
전승훈 문화부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