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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서 전역한 뒤 2000년부터 고려대에서 교양강의를 하고 있는 서경석 예비역 중장(왼쪽)이 1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캠퍼스 잔디밭에서 학생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김재명 기자 |
《“내가 군 생활을 하며 쌓은 전문지식과 경험이 은퇴와 함께 사장되는 게 아니라서 좋습니다. 또 이것을 미래의 희망인 학생에게 전파할 수 있어 너무 기쁩니다.”
육군 예비역 중장인 서경석(66) 씨의 호칭은 ‘장군님’과 ‘교수님’이다. 그는 1999년 예편한 뒤 2000년부터 고려대 강단에
서고 있다. 지금까지 매년 ‘전쟁과 국가’와 ‘지도자론’이란 교양 과목을 강의한다. 서 씨는 “군 지휘관으로 활동하며 젊은이에 대한 인성 교육과 리더십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알았다. 군 생활을 하며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일을 은퇴 후 실천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 사회활동서 쌓은 지식, 대학에 전파
공직과 기업에서 활동하다 은퇴한 시니어 중에는 서 씨처럼 전문지식과 노하우를 대학에서 전파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자신이 가진 지식을 은퇴 뒤에도 전파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한다. 대학은 살아있는 지식과 경험을 학생에게 가르칠 수 있어 환영한다.
대우그룹 부사장 출신인 서재경(61) 씨는 2년 전부터 조선대 초빙교수로 ‘마케팅’ 과목을 강의한다. 지난해에는 이 지역 대학생을 위해 취업과 진로에 대한 상담도 했다.
서 씨는 “대기업이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학생이나 학교 관계자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음을 알았다. 이런 부분을 바로잡아 줄 수 있다는 데서 내 역할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재작년 전남 광주 지역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소규모 취업 지도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참여 학생 13명이 모두 취업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서울권 대학에 다니는 지방 출신의 저소득 학생을 위해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12명 중 9명의 일자리를 구해줬다.
○ 일반인에 지식 전달하는 명예교수
대학은 은퇴했지만 계속 강의하기를 원하는 명예교수를 활용하기도 한다.
지난해 8월 정년퇴직한 한양여대 인터넷정보과 이주복(66) 명예교수는 얼마 전 스스로 한양대 사회교육원을 찾았다. 대학생이 아니라 직장인을 가르치고 싶어서였다.
이 교수는 “정년퇴직을 몇 년 앞두고부터 직장생활을 하며 어렵게 공부하던 40년 전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꿈을 위해 밤이나 주말에 공부하는 30, 40대 직장인을 가르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인문대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만든 인문학 교양강좌에 명예교수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오세정 서울대 자연대 학장은 “미국과 유럽에선 기업이나 연구소에서 활동했던 이공계 인력이 중고교와 대학에서 과학과 수학을 담당하기도 한다”며 “우리도 이런 인력의 현장감각과 노하우를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상담 및 관련 활동에 대한 문의는 희망제작소 해피시니어 홈페이지(www.makehappy.org)나 전화(070-7580-8141, 8146)로 할 수 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공동기획 : 동아일보 - 희망제작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