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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은 이들이 내한공연에서 받는 개런티의 22%를 원천 징수한다. 대형 공연의 경우 수천만 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에 이를 내는 해외 아티스트는 거의 없다. 국내 공연기획사가 대신 내기 때문이다. 한 공연기획사 대표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획사가 해외 아티스트의 세금을 대신 내주는 게 관행이 됐다”며 “해외 스타들의 내한 공연은 대부분 이렇게 계약한다”고 말했다.
김성규 한미회계법인 대표는 “한국 기획사들이 무조건 계약 성사에 매달리다 보니 ‘제세공과금은 기획사가 부담한다’는 조항이 있는데도 사인을 한다”며 “무슨 세금이 얼마나 붙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 나중에 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마이클 잭슨부터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등 미국의 팝가수들은 거액의 개런티를 받으면서 한국에는 세금 한 푼 내지 않았다. 미국 예술인은 한미 간 조세협정에 따라 소득이 발생한 곳(한국)이 아니라 자국(미국)에서 세금을 냈기 때문. 하지만 국세청은 올해 1월부터 법을 바꿔 미국 예술인에게도 22%의 세금을 원천 징수하도록 했다.
이처럼 법이 바뀌자 올해 아메리칸발레시어터,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등 미국 단체의 내한공연을 준비해 온 기획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미 개런티 계약을 마쳤는데 22%의 세금을 빼고 지불하겠다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환유 피닉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1년 전 계약을 확정한 경우가 많은데 충분한 고지 없이 법이 바뀐 데다 환급 절차가 복잡해 세금이 기획사의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해외 뮤지컬 단체나 팝스타들에게 한국은 ‘봉’으로 불린다. 국내 기획사들이 과열 경쟁 끝에 개런티를 높이는 데다 이처럼 세금 대납 같은 ‘부가 서비스’도 해주기 때문이다. 거액의 개런티는 물론이고 세금 대납 관행이 개선되지 않는 한 해외 스타들의 공연 티켓 가격은 계속 올라갈 듯하다.
전승훈 문화부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