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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12회 작성일 2004-03-13 00:00
시국(?)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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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동안의 외유(?)를 마치고 돌아온 내게 고국이 보여준 것은 혼란과 혼돈이었다.  어떠한 이슈이든 관련된 이해당사자들간의 한치의 양보없는 대치와 대립은 그 혼란의 당연한 결과물처럼 보여진다. 흡사 마주보고 돌진하는 열차처럼 위태롭고 위험 천만한 형국이다. 급기야 탄핵과 탄핵반대 까지 몰고 온 현재의 상황은 과거 암울했던 시절을 다시금 떠오르게 한다.
 
의회민주주의의 본산인 영국은 노동당과 보수당으로 대표되는 양당제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 의회정치의 역사를 살펴 보면 그들 역시도 오래전에는 양당간의 극한적 대립으로 인한 의회 충돌과 싸움을 경험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국가이익이라는 명제를 떠올리며 그러한 대립의 극복방안을 마련해서 오늘의 의회정치의 토양을 마련한 것이다. 충돌과 싸움이 결국은 훌륭한 학습의 재료로 활용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해서, 과거 보수당 중흥을 이끈 대처수상은 12년 동안의 재임기간 중에 영국경제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시장중심적인 일련의 개혁들을 이끌어 내며 영국경제를 미국 못지 않은 자유시장의 원칙이 꽃 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이른바 Thatcherism은 노동당 보다 더욱 개혁적 정책을 통해(물론 노동계층의 고용피해를 주장하며 비판하는 시각도 있지만) 영국 경제 회생의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록 보수당이라고 하더라도 국익을 위해서라면 누구보다 앞장서 개혁성을 주장하고 실천할 수 있다는 이른바 이념과 정책의 혼합이(Mixture) 결코 이념의 회색성이라는 이름으로 공격받고 지탄 받지 않는다.  대개의 경우 그보다는 오히려 실용주의적(utilitarianism) 관점에서 논의되며 평가받게 된다. 
 
영국에서 직장과 학교 생활을 하면서도 나는 참으로 많은 것을 느꼈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참으로 격렬한 논쟁을 벌일지언정 결코 등지거나 반목 대립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직장에서 보면 상사들이 부하직원들이나 동료들을 평가할 때 있어서, 머리를 끄덕 끄덕하며 자신의 의견에 무비판적으로 동조하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것을 많이 경험하였다. 그보다는 "I don't  think so because ...." 하면서 다른 견해를 솔직히 피력하는 사람과의 대화를 더욱 가치있게 생각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생각이 나와 같은 사람들 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며 내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즉,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토론하는 과정에서 내 생각의 지평이 확대될 수 있음은 물론 내 것을 다른 각도에서 조명해 봄으로써 생각을 더욱 담금질 해 볼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의 바탕에는 공유의 정신이(sharing)이 분리성(seperation)보다 훨씬 바람직하며 파워풀할 것이라는 믿음을 전제로 깔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우리는 어떤가?
우리는 생각이 같은 사람들끼리만 어울리려 한다. 필요에 의해 일시적으론 어울린다 하더라도 그 효용성이 사라지면 결국은 생각이 같은 사람끼리 이합집산을 하게 된다. 생각이 다르면 굴복 아니면 패배라는 생각으로 끝없는 싸움을 하고, 설령 논리와 fact gathering에서 굴복을 당하면 다음을 기약하며 복수의 칼날을 갈곤 한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나는 생각의 동종교배는 결국 그 열성인자를 더욱 강화 시킬 뿐이라는 우려를 떨치기가 힘들다.
 
감정을 최대한 배제한 상태에서 타자의 의견을 제대로 청취하며 공유의 정신을 키워 나갈 때 그러한 터전위에 민주주의의 토양과, 보다 합리적인 사회로의 디딤돌이 마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탄핵정국을 바라보면서 극단적 대립이 결국은 나라 전체에 큰 손실과 아픔이라는 점을 다시한번 정치권 그리고 국민 모두에게 일깨워 줌으로써 100여년전 영국민들이 혼란을 결국은 화합의 정신으로 변화 시킬 수 있었던 그들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70회 류영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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