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잣거리 풍경] 탄핵과 경제 리스크, <font color=blue>양봉진</font> - 중앙일보 > 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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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21회 작성일 2004-03-17 00:00
[저잣거리 풍경] 탄핵과 경제 리스크, <font color=blue>양봉진</font>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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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잣거리 풍경] 탄핵과 경제 리스크

탄핵안 가결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그러나 크게 보아 탄핵은 수많은 정치행위 중 하나에 불과하다. 야구에 비유하면, 홈런, 2루타, 도루, 삼진아웃 등 야구를 구성하는 수많은 내용 중 하나인 '견제구(牽制球)'에 불과한 것이다. 더욱이 견제구로 주자(走者)가 죽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주자의 유니폼이 좀 더럽혀질 뿐이다.

빌 클린턴은 1998년 르윈스키 섹스 스캔들과 관련한 위증과 법집행방해로 하원에서 탄핵을 받았지만 상원(법정)에서 무혐의 처리됐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도 헌법재판소가 "탄핵 이유 없다"고 결정하면 야당이 씌워 놓은 멍에를 툴툴 털고 다시 일어나면 그만이다.


 
견제구에는 리스크가 따른다. '폭투성 견제구'는 실점(失點)으로 이어진다. 탄핵 전, 야당은 스스로 '역풍(逆風)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제구를 던졌다. 책임질 각오를 한 것이다. 이제 국민은 자기 판단과 입장에 따라 표를 갈라주면 그만이다. 지구 종말이 온 것도 아니고 나라가 '바람 앞의 등불(風前燈火)'이 된 것도 아니다. 오히려 탄핵의 의미와 파장을 침소봉대(針小棒大)하고 있는 공영 TV와 그 뒤에 숨어 나라를 혼돈으로 밀어넣고 있는 보이지 않는 세력이야말로 그 저의가 의심되는 불순분자들인지 모른다.

물론 투수가 불필요한 견제구로 경기를 재미없게 만드는 경우도 없지 않다. 하지만 민주사회에는 그런 투수를 응원하는 관중 또한 있게 마련이다. 그 세력이 적고 침묵한다고 해서 이들의 목소리까지 짓밟는 자세는 그 자체가 비민주적이다. 이는 엄존하는 '룰' 자체에 대한 거부행위이며 상대방과 경기장에 소주병과 방석을 던지는 행위와 마찬가지다.

문제는 경제다. 과연 탄핵으로 경제가 어려워졌는가.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헌재 재경부 장관도 똑같은 얘기를 했다. 크기가 전부는 아니지만, 한국은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태국 세 나라 경제를 다 합친 것보다 더 큰 경제다. 전경련의 최근 반응처럼 이제 한국경제는 삼성전자.포스코 등 내로라하는 일류 기업들이 즐비한 '성숙한' 경제인 것이다.

외국인들은 한국시장에 수백억달러씩 묻어놓고 있다. "돈 가는 곳에 마음도 간다"고 했다. 따라서 이들의 정보채널은 다양하고 넓고 깊다. 마치 손금 들여다보듯 우리보다도 더 정확히 맥을 짚고 있어 놀라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그들이 동요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외국인들에게 탄핵이 경제적으로는 큰 뉴스가 아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탄핵에도 불구하고 외평채 가산(加算)금리, 한국주식과 연계된 주식예탁증서(DR)들의 움직임이 평소와 다름없다는 것은 이를 대변한다. S&P.무디스 등 신용평가기관도 별 반응이 없다. 외국인들에겐 국회에서의 탄핵보다도 최근 SK그룹의 향후 구도를 결정지은 주주총회가 더 실질적이고도 중요한 기사였는지 모른다.

물론 외국인들에게도 탄핵은 놀라운 뉴스다. 그러나 그 놀라움은 군사독재에 시달리던 한국이 현직 대통령을 탄핵할 만큼 '민주화된 나라'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긍정적인 놀라움'일지언정 "내 돈 빨리 회수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게 할 '부정적인 놀라움'은 아니었다. 아마도 이들을 정말 놀라게 한 것은 의사당을 점거하고 기물을 파손하며 또 이를 완력으로 저지하는 '억지 국회'의 모습이었는지 모른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가능한 '민주국가 한국'이라는 고매한 이미지와 '대화와 타협보다는 주먹'이 앞서는 TV 화면은 이들에겐 양립할 수 없는 추한 모습이었는지 모른다.

양봉진 세종대 경영대학원장<bjyang@sejo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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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16 17:57 입력 / 2004.03.16 18: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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