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 광풍속의 '탄핵대전', <font color=blue>유석춘</font>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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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 광풍속의 '탄핵대전'
대통령 '바람'으로 반전극 … 제갈공명의 지혜 나올까
파죽지세로 남하하던 조조의 20만 군사가 천하통일을 목전에 두고 단지 5만의 손권, 유비의 연합군에 허를 찔려 패배하는 싸움을 그린 적벽대전은 삼국지의 백미 중 백미다.
주술을 부리듯 때 아닌 동남풍을 이용한 화공으로 승리를 얻어낸 제갈공명의 노림수는 읽는 이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예상치 못한 반전의 드라마를 경험하게 한다. 이로부터 ‘때 아닌’ 바람은 대세를 한순간에 뒤집는 반전(反轉)의 기재를 상징하게 되었다.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된 노무현 대통령의 인생 역시 바람을 타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승부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국회의원 선거에서의 좌절을 대통령 선거에서의 승리로 역전시킨 주인공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한 대통령에 당선된 후 국회로부터 탄핵소추를 당한 당사자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그 과정에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불어 닥친 노풍이 그러하였고, 16대 대선 직전 ‘몽풍(夢風)’이라는 악재를 승리에 활용한 역풍 또한 그러하였다.
탄핵만은 피해 보자던 절대 다수 국민의 기대를 뒤로하고 자신과 자신의 측근은 결코 잘못이 없다는 주장으로 일관한 기자회견을 자청해 머뭇거리던 일부 야당 의원들의 염장에 불을 지르더니 급기야는 193대2라는 결과로 탄핵안 통과를 자초한 일 또한 반전의 명수다운 모습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결과가 수만 개의 촛불로 바뀌어서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 건지 아니면 국회가 탄핵을 당한 건지 국민들이 헷갈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가 반전의 명수인 노무현 대통령이 의도하고 계산한 결과인지 아니면 그저 때맞춰 부는 바람에 몸을 맡긴 결과인지를 따지는 작업은 그러나 중요한 일이 아니다. 마치 장강(長江)에 불어 닥쳤던 동남풍이 공명이 칠성단에 제사를 지내 나타난 결과인지 아니면 기후와 지리에 밝았던 공명의 치밀한 계산의 결과인지를 밝히는 일이 중요한 일이 아닌 것처럼. 오히려 중요한 것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바람의 속성이고, 더욱 중요한 것은 그러한 반전의 가능성을 내다볼 줄 아는 능력이다.
탄핵 전 30%대에 머물던 대통령 지지도는 이제 탄핵에 반대하는 여론 70%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여론은 마치 조조의 20만 대군과도 같이 파죽지세로 야당을 타격하면서 최후의 결전인 총선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제 총선은 하나마나 한 싸움 같아 보인다. 누구에게도 이미 결과가 정해져 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공명의 동남풍과 같은 바람이 탄핵정국에 다시 불어 닥칠 가능성은 없는가. 적벽대전의 조조 군사는 모두 강 위에 밧줄로 연결되어 위용을 과시하다 이를 역이용한 공명의 화공에 무너졌다. 촛불시위에 참여하는 군중 역시 인터넷과 시민단체로 연결되어 있고 방송은 이들의 위용을 엄호하며 여론을 제조하고 있다. 탄핵반대 70%라는 여론에는 심지어 설해 복구사업이 미진한 까닭도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기 때문이라는 해설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이 시대의 공명이 있다면 그는 분명 일방적인 방송 속에서 역풍의 가능성을 찾아낼 수 있을 터이다. 촛불이라는 계절풍에 의지해 거대한 위용을 과시하고 있는 승부사의 자만을 방송이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돌고 돈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하고, 바람으로 일어선 자 바람으로 쓰러진다.
(유석춘·연세대 교수·사회학)
대통령 '바람'으로 반전극 … 제갈공명의 지혜 나올까
▲ 유석춘 / 연세대 교수 | |
파죽지세로 남하하던 조조의 20만 군사가 천하통일을 목전에 두고 단지 5만의 손권, 유비의 연합군에 허를 찔려 패배하는 싸움을 그린 적벽대전은 삼국지의 백미 중 백미다.
주술을 부리듯 때 아닌 동남풍을 이용한 화공으로 승리를 얻어낸 제갈공명의 노림수는 읽는 이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예상치 못한 반전의 드라마를 경험하게 한다. 이로부터 ‘때 아닌’ 바람은 대세를 한순간에 뒤집는 반전(反轉)의 기재를 상징하게 되었다.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된 노무현 대통령의 인생 역시 바람을 타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승부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국회의원 선거에서의 좌절을 대통령 선거에서의 승리로 역전시킨 주인공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한 대통령에 당선된 후 국회로부터 탄핵소추를 당한 당사자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그 과정에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불어 닥친 노풍이 그러하였고, 16대 대선 직전 ‘몽풍(夢風)’이라는 악재를 승리에 활용한 역풍 또한 그러하였다.
탄핵만은 피해 보자던 절대 다수 국민의 기대를 뒤로하고 자신과 자신의 측근은 결코 잘못이 없다는 주장으로 일관한 기자회견을 자청해 머뭇거리던 일부 야당 의원들의 염장에 불을 지르더니 급기야는 193대2라는 결과로 탄핵안 통과를 자초한 일 또한 반전의 명수다운 모습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결과가 수만 개의 촛불로 바뀌어서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 건지 아니면 국회가 탄핵을 당한 건지 국민들이 헷갈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가 반전의 명수인 노무현 대통령이 의도하고 계산한 결과인지 아니면 그저 때맞춰 부는 바람에 몸을 맡긴 결과인지를 따지는 작업은 그러나 중요한 일이 아니다. 마치 장강(長江)에 불어 닥쳤던 동남풍이 공명이 칠성단에 제사를 지내 나타난 결과인지 아니면 기후와 지리에 밝았던 공명의 치밀한 계산의 결과인지를 밝히는 일이 중요한 일이 아닌 것처럼. 오히려 중요한 것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바람의 속성이고, 더욱 중요한 것은 그러한 반전의 가능성을 내다볼 줄 아는 능력이다.
탄핵 전 30%대에 머물던 대통령 지지도는 이제 탄핵에 반대하는 여론 70%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여론은 마치 조조의 20만 대군과도 같이 파죽지세로 야당을 타격하면서 최후의 결전인 총선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제 총선은 하나마나 한 싸움 같아 보인다. 누구에게도 이미 결과가 정해져 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공명의 동남풍과 같은 바람이 탄핵정국에 다시 불어 닥칠 가능성은 없는가. 적벽대전의 조조 군사는 모두 강 위에 밧줄로 연결되어 위용을 과시하다 이를 역이용한 공명의 화공에 무너졌다. 촛불시위에 참여하는 군중 역시 인터넷과 시민단체로 연결되어 있고 방송은 이들의 위용을 엄호하며 여론을 제조하고 있다. 탄핵반대 70%라는 여론에는 심지어 설해 복구사업이 미진한 까닭도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기 때문이라는 해설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이 시대의 공명이 있다면 그는 분명 일방적인 방송 속에서 역풍의 가능성을 찾아낼 수 있을 터이다. 촛불이라는 계절풍에 의지해 거대한 위용을 과시하고 있는 승부사의 자만을 방송이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돌고 돈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하고, 바람으로 일어선 자 바람으로 쓰러진다.
(유석춘·연세대 교수·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