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마이뉴스의 청탁을 받고 학술단체협의회의 역사학 분야 대표로 글을 쓴 것입니다. 지난 토요일에 올라갔는데 기사가 넘쳐 이제는 포럼 난으로 옮겨져 있습니다. 같이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 |
침묵하는 다수가 탄핵반대에 동참하는 이유 | [오마이포럼-학단협 공동기획] 위기에서 희망찾기 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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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포럼은 학단협과 함께 '탄핵정국, 위기에서 희망찾기' 릴레이기고를 시작한다. 한국 석학들의 눈에 비친 '야 3당의 탄핵가결'. 오마이포럼은 총 6개 분야에 걸친 분석과 전망을 통해 한국민주주의 진전의 길을 모색한다. 이 글은 두번째로 주진오 상명대 사학과 교수이다.... 편집자 주
| | ▲ 19일 저녁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앞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 반대 촛불 문화제. | | ⓒ 오마이뉴스 권우성 | |
이번 탄핵정국은 소멸해가는 반개혁 세력의 마지막 자충수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대의민주주의를 내세우지만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인 삼권분립을 위협하고 있다. 탄핵이 국회에서 가결되었으니 헌재가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대의민주주의에 입각하는 결정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국회 다수파가 국정을 마음대로 좌우하는 의회독재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고 국회가 민의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정치의식에 비해 현실 정치에의 참여에 냉소적인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수구세력의 민의가 과잉 대변되어 온 것이 한국의 대의민주주의였다.
탄핵의결 이후 국민의 여론이 이렇게 나올 것으로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탄핵안의 발의에서부터 통과에 이르기까지 이론적 근거를 제공했다고 의기양양했던, 대통령제를 죽여야 나라가 산다고 외쳤던, 그래서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한 내각제 개헌을 내세웠던 조갑제가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탄핵의결을 한국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환호하던 글을 슬그머니 삭제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탄핵 결의 이후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기도 전에 하야하라는 주장을 담았기 때문에 자신의 속내가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 여론의 역풍을 더욱 거세게 할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애초부터 헌재의 결정을 기다릴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극구 부인하지만 그들이 생각했던 경로는 탄핵의결이 되면 바로 대통령의 하야를 강요하고, 이어서 내각제 개헌으로 지역주의를 바탕으로 한 수구 정치세력으로 이루어진 의회독재를 수립하여 영구집권하는 것이 그들의 시나리오였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노무현과 같은 정치인이 이 땅에 나타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일부의 쿠데타적 선동, 간과하지 말아야
그러나 국민의 여론이 그들의 발상을 좌절시키고 만 것이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것은 총선에서의 패배와 절망뿐이다. 그렇게 되었을 때 이제 남은 것은 다시 한번 군사쿠데타를 감행하려는 것뿐이다.
조갑제는 김대중 전대통령 시절부터 "국군은 내부의 적에 대해서도 행동을 해야 한다"고 선동해 오다가 노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곧바로 "헌법을 거부하는 대통령의 명령을 거부해야 할 의무가 장교단에 있다"고 충동질해 왔다.
이런 쿠데타 선동에도 불구하고 어떤 법적 제재도 받지 않을 만큼 우리의 언론자유는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물론 더이상 이런 무책임한 선동에 넘어갈 사람이 없을 것이라 굳게 믿지만,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경거망동에 정부는 철저하게 대비해야만 한다.
사실 노무현 정권의 과제는 민주주의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킴으로서 수구세력이 주도해온 왜곡된 역사와 현실을 바로세우는 일이다. 물론 지난 1년이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했으나, 그러한 방향으로 노력해 온 것이 사실이었으며 그에 따른 수구세력의 집중공세를 받아 왔다. 비록 국민의 투표에 의해 대통령이라는 위치에 올랐지만 수구세력이 주도하는 주류사회의 힘은 여전하여 끊임없이 그를 무시하고 흔들어댔다.
반면에 그를 지지했던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이 바라는 모든 것을 이루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과잉기대를 하고 있었던 점도 없지 않았다. 따라서 자기의 견해와 다른 결정을 내릴 때 쉽게 절망하고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서슴없이 선언하거나 극언을 퍼붓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에 대한 30%에 가까운 저조한 지지율에는 자신의 견해와 조금만 달라도 연대를 폐기해 버리는 최소주의적 접근태도가 있었다. 사실 이번에 야당이 폭거를 감행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나머지 70%가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도 있었다.
역사의 고비 때마다 민심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번 총선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중요하다. 아직도 지역주의가 팽배한 현실에서 수구세력이 다수파가 될 것이라는 패배주의도 없지 않았으나, 이제 그들이 자충수를 거듭하는 현실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이제 분노와 증오에 몸과 마음을 맡기기보다는 차분하게 총선에서 민의를 반영하는 결과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역사에는 우연이란 없다고 하지만 인간의 노력에 따라 필연이 빨리 오기도 하고 늦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과 민주개혁 세력들의 겸허한 자성과 헌신의 다짐이 요구된다. 특히 대통령은 이번 사태가 전화위복이 되어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계기를 삼기 바란다. 자신의 언행이 불필요하게 침묵하는 다수에게 불안과 거부감을 주고 말았는지, 이런 사태에 이르기 전에 충분한 대비를 하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도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해 마땅하다. 아울러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여 수구세력의 재기를 허용한다면 그들은 더 이상 씻을 수 없는 죄를 역사 앞에 범하고 만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 | ▲ 주진오 상명대 교수. | | ⓒ 주진오 | 사실 우리 역사의 고비 때마다 민심은 결정적인 역할을 해 왔다. 4.19와 1985년의 2.12 총선, 그리고 1987년의 6월 항쟁 모두 역사의 흐름을 바른 방향으로 바꾸어 놓은 것은 정치지도자들도 지식인들도 아닌 현명한 민심이었다. 그러나 민주개혁 세력들이 자만하거나 자체모순에 빠질 때 냉혹한 태도로 돌아섰던 것도 또한 민심이었다.
침묵하는 다수가 탄핵반대에 동참하는 것은 이제까지 이루어온 민주주의의 위기를 보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민주개혁세력들도 여론의 지지에 자만하여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언제 역풍을 만날지 모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제 순간적인 열정만이 아니라 냉정한 가슴으로 우리 역사에서 처음으로 민주 개혁세력이 국정을 주도할 날을 준비하자. 위기에 빠진 한국의 민주주의가 획기적으로 발전하는 기회로 살려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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