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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91회 작성일 2003-12-16 00:00
‘참을 수 없는 대통령의 가벼움’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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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우칼럼]‘참을 수 없는 대통령의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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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참을 수 없는 대통령의 가벼움’을 어찌할 것인가. 우리 헌법은 대통령의 지위와 의무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첫째,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元首)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 둘째,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임을 진다. 셋째,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

실로 높은 지위이고 무거운 책임이다. 가벼운 말로 그만두겠다고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그런데 이 나라의 대통령은 걸핏하면 대통령을 못 해 먹겠다고 하고, 대통령직을 걸겠다고 한다. 물론 국민이 정 그만두라고 하면 그만두어야 한다. 그러나 ‘나 그만둘래’ 식은 안 된다. 설령 하기 싫더라도 내색조차 하지 않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대통령의 자리다.

▼10%가 대통령직 잣대인가 ▼

이렇게 얘기하면 누군가는 핏대를 올릴지도 모르겠다. 거, 무슨 케케묵은 소리를 하고 있는 거요. 대통령직도 화끈하게 걸 수 있는 ‘노짱’이 멋지지 않소. 스스로를 던져 이 썩고 병든 정치를 개혁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이 아니겠소.

하지만 대통령이란 자리는 ‘화끈하고 멋진’ 게 아니다. ‘승부수’로 걸어서는 안 되는 무한책임의 자리다.

청와대는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권위주의적 국정 리더십이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리더십으로 성격을 달리했다”고 말한다. 그렇게 ‘대한민국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청와대 브리핑 12월 2일자). 좋은 얘기다. 하지만 탈(脫)권위가 ‘대통령 못 해 먹겠다’까지 용인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적 리더십과 1년도 안 돼 자꾸 그만두겠다는 대통령은 전혀 상관없는 얘기다.

‘대통령 못 해 먹겠다’는 직설적인 ‘노무현 수사법’으로 넘길 수 있다고 치자. 측근비리에 눈앞이 캄캄해져 재신임을 묻겠다고 한 것도 진정성의 발로라고 하자. 그렇지만 불법 대선자금이 한나라당의 10% 이상이면 물러날 용의가 있다고 한 것은 지나치게 가볍다. 설령 ‘오십보백보’와 ‘십보 백보’는 엄연히 다르거늘, 한나라당이 자꾸 ‘당신 쪽은 덜 받았느냐’며 딴죽을 걸어 분통이 터졌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이 할 말은 결코 아니다.

검찰의 얘기대로라면 불법 대선자금 수사는 이제 전반전을 거의 마친 상태다. 전반전에서 한나라당은 ‘차떼기’ ‘책 포장’ 등으로 500억원 정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나라당은 더 있어 봐야 ‘푼돈’이라고 한다. 이 계산대로라면 후반전에 드러날 노 캠프쪽 불법 대선자금은 50억원 이하라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의 한 386 참모(안희정)만도 이미 불법 정치자금 11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다. 다른 측근(최도술) 역시 11억원을 챙긴 혐의로 앞서 구속됐다. 이것만도 50억원의 절반에 가깝다. 내년부터 시작될 측근비리 특검에서 다른 덩어리가 나온다면 큰 낭패다. 하기야 얼마는 불법 대선자금이고 얼마는 개인이 먹은 것이라는 식으로 분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특히 당선축하금은 불법 대선자금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따로 계산할 수도 있을 게다.

불법 대선자금액만 뽑아 보니 한나라당의 10% 미만이라고 하자. 그러면 ‘자, 10% 이하니까 대통령 계속하겠소’ 한단 말인가. 10%가 대통령직의 잣대란 말인가.

▼ ‘유치한 게임’ 그만두라 ▼

지금 이런 ‘유치한 게임’ 할 때가 아니다.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의 세상에, 어린이들이 산타할아버지께 “우리 아빠 취직시켜 주세요”라는 편지를 보내고 있는 터에 대통령과 제1야당이 ‘불법 대선자금 누가 적게 받았나’ 내기를 한단 말인가. 국민이 기가 막혀!

아무튼 대통령이 10% 이하라고 못질을 한 이상 이제 ‘송광수 검찰’은 아무리 애써 봐야 헛일이 될 판이다. 노 캠프 대선자금은 특검이 맡을 수밖에 없게 됐다. 그렇다면 빨리 그렇게 정리하고 국정 현안을 추슬러야 한다.

대통령이 진정 나라와 국민을 생각한다면, 정치권이 추악한 제 모습을 알기는 안다면 한 해를 이렇듯 ‘더러운 싸움’으로 접어서는 안 된다. 하다못해 국민이 새해의 희망이라도 가져봐야 하지 않겠는가. 대통령이 그만두고 말고는 그 다음 문제다.

전진우 논설위원실장 young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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