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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건 조회 736회 작성일 2003-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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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청년, 박남이씨

[2003년 11월 11일 |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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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인터넷뉴스부 김재은입니다.
주말부터 비가 내리더니 초겨울로 성큼 접어들었습니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그리워지기 마련인데요. 오늘은 지하철 선로에서 목숨을 걸고 할아버지를 구한 ‘아름다운 청년’, 박남이(32)씨의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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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숨어버린 '의인' 노인을 구한 박모씨가 시민들로부터 격려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관련 기사]
- 지하철역 실족 노인, 시민의 극적 구조

지난 8일 토요일 오후4시45분쯤 박씨는 4호선 충무로역 선로에 떨어져 의식을 잃은 문영주(71) 할아버지를 발견했습니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문 할아버지가 승강장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본 박씨는 본능적으로 선로로 뛰어 내렸습니다. 박씨가 자기 체중 보다 20㎏이나 더 나가는 할아버지를 일으켜 세우려고 애쓰는 동안 승강장에는 전동차 진입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승강장 위에서 박씨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둘다 전동차에 치어 죽을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에 진땀을 흘렸습니다. 하지만 평소 승강장과 전동차 사이에 배수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박씨는 침착하게 할아버지를 감싸고 70㎝정도의 틈으로 재빨리 몸을 피했습니다.
같은 시각, 충무로역 역무원 양상호 대리는 전동차가 비상 사태가 발생했을때 울리는 긴 경고음을 내며 들어오는 것을 보고 선로에 심상치 않은 일이 있어났음을 감지했다고 합니다. 역무원 4명과 함께 승강장에 뛰어서 도착한 양대리는 “이 아래 열차에 사람이 깔렸다”라고 황급하게 외치는 한 아주머니의 말에 머리가 아득해졌습니다. 하지만 “혹시 거기 계신 분 제 목소리가 들리십니까?”라고 소리를 치자 이미 열차가 진입한 승강장 아래에서 깔려 죽은줄만 알았던 박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 합니다.
“몇 사람 있습니까?”
“두 사람이 있습니다”
“움직일 수 있으세요?
“네”
“그럼 열차를 움직일테니 가능한 안쪽으로 피하세요”
열차가 서서히 움직여 승강장을 빠져나간 뒤 역무원들은 할아버지를 들것에 실어 승강장 위로 들어 올린 시각은 4시 50분쯤. 이때 막 현장에 도착한 119구급대가 할아버지를 근처 중대병원까지 후송했습니다. 할아버지는 머리가 3~4㎝정도 찢어져 피가 나는 부상을 입었지만 박씨는 손등이 약간 까지는 정도의 가벼운 찰과상만 입었다고 합니다. 이 모든 일이 10여분 사이에 긴박하게 벌어진 셈이죠. 그런데 경찰이 박씨에게 사고의 정황을 조사하고 있는 동안 각 방송사의 취재진이 몰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결국 이날 저녁 박씨는 자신이 나오는 TV뉴스를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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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일 오후 지하철 4호선 충무로역에서 발을 헛디뎌 선로에 떨어진 노인을 구하고 플랫폼 아래 공간에 숨어있던 30대 초반의 박모씨와 노인을 시민들이 도와주고 있다./MBC화면 촬영

하루가 지난 일요일 밤 9시쯤. 문영주 할아버지의 부인 윤정례(69) 할머니는 한 손에 과일을 가득 담은 비닐 봉지를 들고 수락산 아래 자리잡은 노원구 상계 4동 박씨의 집 초인종을 울렸습니다. 하지만 불이 꺼진 박씨의 집안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없었습니다. 윤 할머니는 “영감의 목숨을 살려준 사람보다 더 고마운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느냐”며 “직접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왔는데 못 만나서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할머니는 “이 청년이 없었다면 영감이 꼼짝없이 죽었을 텐데, 그런 생각만 하면 아찔하다”며 “결혼하고 45년동안 이렇게 놀란적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윤 할머니는 윗집에 과일을 전해달라는 부탁을 한 채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남편이 아직 다리를 저는데 다리가 다 나면 꼭 같이 찾아오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박씨의 부모님은 순천에 있는 친척의 상가집에 문상을 가서 집을 비웠다고 합니다. 박씨 역시 언론의 관심이 부담스러워 자정이 넘도록 집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박씨는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여기저기서 연락 오는 것이 부담스러워 이틀동안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면서 “유명해지려고 한 일도, 대가를 바라고 한 일도 아니며 나는 모든 면에서 부족한 평범한 청년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95년 대학을 중퇴한 박씨는 현재 양재동의 ‘오딘넷시스템’에서 네트워크관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박씨는 문 할아버지가 만나고 싶어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빨리 쾌차하시길 바라지만 부담이 될 것 같아 만나지는 않겠다고 합니다. 박씨가 고마움의 표시로 받은 것은 충무로 역무원이 선물한 1만원짜리 정액원 한 장이 전부입니다. 박씨는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슈바이처 박사처럼 세계 각지를 돌며 한국보다 못 사는 나라에서 어려운 이들을 돕는 것이 꿈이라고 합니다.
(김재은 드림 2ruth@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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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름다운 청년의 이야기입니다..좋은글 감사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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