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國人의 눈에 비친 한국비즈니스 - 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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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참 50돌 책 발간] 美國人의 눈에 비친 한국비즈니스 |
게재일: 2003-10-30 |
한국경제신문(산업/기업) |
암참 회원 2천명을 대상으로 일일이 설문 조사를 통해 수집한 케이스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책에는 한국의 비즈니스 관행뿐 아니라 한·미관계를 튼 구한말 제너럴셔먼호 사건부터 한국의 외환위기 시절,반미감정 등 한·미관계를 조명할 수 있는 다양한 얘기가 실려 있다.
이 책자는 다음달 1일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 한국 정부 및 재계 관계자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배포된다.
내년 여름께는 한국어판도 낼 예정이다.
미국 기업인들의 눈에 가장 신기하게 비친 것은 뭐니뭐니해도 한국의 접대문화.
"코를 찌르는 마늘과 고춧가루 냄새가 범벅이 된 고깃집에서 소주잔을 하늘 높이 든채 '원샷'을 외쳐대는 사이 어느새 넥타이는 느슨하게 풀어져 있다.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이면 노래방으로 무대를 옮겨 잡다한 얘기들이 오고 간다."
연기가 뿌연 고깃집에서의 회식을 스케치한 부분이다.
사생활을 중시하는 미국인들에게는 근무 외 시간에 회식으로 업무를 연장하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인더스트리얼 리서치 앤드 컨설팅의 피터 언더우드는 "미국에서는 근무시간이 끝나면 사적인 시간을 갖지만 한국에서는 직업과 사생활의 차이가 없는 것 같아 신기했었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말했다.
그는 "한번은 식당 옆자리에서 잘 아는 한국인 사장을 만났는데 10명이나 되는 일행과 일일이 돌아가면서 얘기를 나누는 것이었다.한국에서는 회식 자체가 인간관계를 맺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윌프레드 호리에 전 제일은행장은 "난 특수부대 출신이다.특수부대는 현지 사람들과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문화를 따라야 한다고 훈련받았다.한국에서 폭탄주를 함께 마시면서 관계를 더욱 친밀하게 만들 수 있었다.5잔 정도는 괜찮다.하지만 내 집사람은 나를 이상하게 바라봤다"고 술회했다.
살인적인 양의 소주와 폭탄주가 오고 가는 사이 차례로 노래를 불러야 하는 노래방은 미국기업인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든다.
그러나 한국에서 10년 이상을 보낸 베테랑인 윌리엄 오벌린 암참 회장(보잉 한국지사장)은 회식 문화에 얽힌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노래방에서 리키 마틴이나 머라이어 캐리처럼 잘 불러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며 "내가 유일하게 하는 노래는 피아노맨과 한국 노래 '사랑해'밖에 없고 사실 형편없는 노래실력을 갖춘 게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는 나을지 모른다"고 조언했다.
룸살롱과 비즈니스 클럽에 대해 미국기업인들은 "실제로 가보면 상상과 달리 건전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3차문화 때문에 본의 아니게 부인과 실랑이를 벌여야만 했다고 고백하는 이도 있었다.
조안 첨리 다임러크라이슬러 한국지사장 부인은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지만 가끔씩 남편에게 집에서 사랑스런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음을 잊지 말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