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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정연주사장, 스스로 사퇴를 이젠 간첩사건까지 연루 … 공영방송의 위상 회복해야 | | | ▲ 박성범/전 KBS 방송총본부장
| | | 공영방송 KBS가 중대한 시련에 봉착해 있다. 그동안 KBS는 많은 시청자로부터 상업방송과 다름없는 프로그램을 쏟아낸다는 지적과 시대적, 정치적 사안에 대한 방송내용의 편향성 시비를 받아오던 터였다. 이에 보태 최근 시민단체의 시청료 거부 움직임과 정치권의 시청료 통합징수 폐지 움직임에 맞닥뜨려 있다. 재독학자 송두율씨에 대한 특집 다큐멘터리 제작과 관련, 공영방송의 본분을 망각한 의도성을 의심받고 있기 때문이다. KBS는 80년대 중반 군사정권을 옹호하는 편파방송으로 시청료 거부라는 국민적 저항에 부딪혔던 부끄러운 역사가 있다. 다행히 6·29선언과 국내 정치상황의 변화, 그리고 KBS 전 직원의 피나는 노력으로 시청자의 신뢰를 어느 정도 회복해 시청료 납부 거부로 야기될 뻔한 재정적 위기를 간신히 모면한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인가 또다시 KBS는 권력의 품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시청자들로부터 받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송두율씨의 귀국과 관련해 앞장서 그의 입장을 두둔하고 과거행적을 미화하는 프로그램을 서둘러 제작 방영함으로써 공영방송의 위상을 크게 흔들어 놓았다. 더욱이 송두율씨와 KBS 정연주 사장, 이종수 이사장과는 오랫동안 특별한 관계였음이 드러나면서 시청자들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고 있다. 정 사장은 한겨레 논설주간 시절 송두율씨를 해외 칼럼니스트로 선임해 그의 글을 신문에 여러 차례 게재하였음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여기에다 지난 2일 국정감사에서 정 사장이 93년에 있었던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지 않았는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KBS사태는 추이를 예측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빠져들고 있는 느낌이다. 정 사장의 간첩사건 관련 여부는 현재로서는 진위가 쉽사리 가려질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공영방송의 수장이 간첩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만으로도 국민 ‘의식산업’의 중추인 KBS는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받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거기에다 본인은 부인하지만 KBS의 경영을 지도 감독하는 이사회 이사장이 송두율씨의 귀국을 독일까지 가서 설득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는 비록 두 사람이 자연인으로 오랫동안 친교가 있는 사이라고 할지라도 공영방송 KBS의 성격과 위상으로 볼 때 대단히 적절치 못한 처신으로 볼 수밖에 없고, KBS가 송씨의 귀국에 맞춰 제작 방영한 다큐멘터리의 제작배경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KBS의 6000여 직원과 그곳에서 일해온 수많은 순수 방송인들은 우리나라 공영방송이 겪은 영욕의 역사를 함께해 왔다. 시청자로부터 외면당하지 않기 위해 기울인 그들의 크고 작은 땀과 눈물, 노력이 오늘날의 공영방송 KBS를 키워왔다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KBS를 향해 보내준 국민들의 끊임없는 애정이 오늘날 한국의 공영방송을 지키는 버팀목이 되어왔음도 부인할 수 없다. 시청자를 외면하고 권력과 손을 잡을 때 KBS의 설 땅은 사라진다. 시청료 거부와 통합징수 폐지는 공영방송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 것이다. KBS를 지켜온 수많은 방송인들의 긍지를 살리고, KBS가 당면할 국민들로부터의 저항을 최소화하고, KBS의 재정적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는 통합징수의 지속을 위해서도 정 사장은 지체 없이 용퇴하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종수 이사장도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KBS 사장은 그 막강한 영향력으로 볼 때 정치적으로나 이념적으로 편향된 시각을 가진 사람이어서는 안 된다. 전 국민이 모두 지켜보면서 배우고 즐기는 국민의 ‘정신적 지주’인 KBS를 이제는 전문성을 갖춘 경륜 있고 능력 있는 방송인에게 돌려줘야 할 때가 됐다. (박성범·전 KBS 방송총본부장·한서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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