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한국사형제폐지운동협의회장인 이상혁 변호사가 28일 사형제 폐지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
3년전 발의 ‘폐지특별법’ 통과시켜야”
이상혁 사형폐지운동 회장
12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선 64마리의 비둘기가 하늘로 날아오를 예정이다. 이날 한국이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가’가 되는 것을 기념하는 행사다. 비둘기 수는 한국에 있는 사형수 수를 상징하는 것이다.
국제사면위원회는 사형제를 유지하면서도 10년간 단 한 건의 사형도 집행하지 않은 나라에 이 같은 영예를 준다. 한국 정부는 1997년 12월 30일 이후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았다.
기념식을 이틀 앞둔 28일. 35년간 재소자 교화 활동과 사형제 폐지 운동에 앞장서 온 이상혁(72·한국사형제폐지운동협의회장) 변호사를 서울 마포구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 변호사는 “사형수들은 ‘매일 아침 죽는다’는 말을 한다. 아침에 교도관 발자국 소리를 들을 때마다 사형 집행이 이뤄진다는 두려움을 갖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사형제 폐지 국가 선포는 어떤 의미인가.
“국제적으로 공인된 사형제 폐지국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사형 제도를 없앤 국가는 102개국, 10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사실상 폐지국은 29개국이다. 합치면 모두 131개국이다. 한국은 132번째로 사형제 폐지 국가가 돼 인권 국가의 반열에 오르는 것이다.”
―사형제 폐지에 관한 특별 법안이 오랫동안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2004년 12월 여야 의원 175명이 찬성해 발의된 법안이 아직까지 통과되지 않고 있다. 내년 4월 총선 뒤 국회가 구성되면 다시 법안 통과 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기억나는 사형수가 있나.
“교도소 안에서 ‘생불(生佛)’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불교 신자 서모 씨가 있었다. 그 사람은 다른 재소자들에게 ‘자꾸 교도소 들락거리면 나처럼 된다’며 재소자 교화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수번(囚番)도 공교롭게 ‘백팔번뇌(百八煩惱)’를 상징하는 108번이었다. 내가 피해자 가족의 용서를 받아내서 사형 집행을 막아 달라는 탄원까지 냈지만 1997년 사형됐다.”
―사형제가 범죄 억지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 학자 셰링이 사형 집행과 범죄 발생의 함수관계에 대해 연구한 적이 있다. 통계적으로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내용이다.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인격적 정신적 결함이 있거나 정신적으로 자제가 불가능한(격정) 범죄자들이다. 그 사람들은 범행 순간에 사형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잊는다. 사형은 억제적 요소가 없다. 사형제가 있다고 해서 죄를 저지르지 않는 건 아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 동영상 촬영 : 김미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