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범 세원텔레콤 회장은 휴대폰 업계의 풍운아다. 편한 길을 걷는 법이 없다. 삼성 LG 등 대형 업체의 등쌀에도 굳건히 휴대폰 전문기업을 이끌어 온 경영인이다. 내수보다는 세계 무대에서 기술력과 제품을 인정받고 있다. 그것도 우리는 사 용하지 않는 방식인 유럽식 이동통신(GSM) 방식으로 중국 러시아 대만 등을 개 척해 왔다. 그만큼 홍 회장은 공격적이다. 사실 세원텔레콤은 올해 초 고생이 심했다. "중국의 중저가 휴대폰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 주요 원인입니다. 한국 업체 는 물론 중국 로컬업체까지 가세하니 판매가격이 급격히 떨어졌죠." 이 때문에 올 상반기에 영업손실 145억원, 경상손실 442억원으로 88년 창사 이 래 처음으로 반기별 적자를 기록할 정도였다. 여기에다 사스(SARS)까지 겹치면서 중국 수출이 급감했고, 증시에서는 자금악 화설까지 나돌았다. "마음고생이 심했겠다"는 기자 말에 홍 회장은 오히려 반대 의견을 내놨다. "상반기에 적자는 기록했지만 수출을 통한 매출이 크게 늘어나 유동자산이 늘 고 재고자산이 감소하는 재무 레버리지 효과를 봤습니다. 1분기 말에 구매한 재고자산은 원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효했고 이 때문에 2분기부터는 적정 마 진을 얻을 수 있는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었죠." 사스로 중국 수출이 사실상 중단된 기간에 홍 회장은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했 다. "모든 제품을 다시 한번 검토해 봤죠. 과연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것이 몇 개 나 되는지. 소프트웨어의 안정성도 다시 한번 점검하고…." 외부에서는 사스 때문에 국내 휴대폰업체가 고사 위기에 놓였다고 걱정할 시점 에 홍 회장은 조용히 제품을 다듬은 것이다. 그 결과는 8월부터 가시화하고 있다. 일본 KDDI에 CDMA 1x 모듈을 수출하기로 계약했고 러시아, 대만 등지에서 잇따라 대량 구매 주문이 들어왔다. 품질과 기술 지상주의가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 휴대폰 하나를 출시하려면 시제품을 들고 20여 명의 연구원이 중국 전 역을 다니며 테스트를 합니다. 멀리는 몽골 근처의 우루무치까지 가죠. 테스트 를 하다 보면 도무지 터지지 않는 지역이 나와요. 그럼 또다시 소프트웨어를 고치는 과정을 반복하며 완성품이 만들어집니다. " 휴대폰에 대한 그의 애착은 대단하다. "인간과 비즈니스가 있다면 통신은 빠질 수 없습니다. 그것도 이제는 무선시대 이고, 휴대폰은 그 시대의 중심에 선 허브입니다. " 그만큼 휴대폰 산업은 우리나라의 중요한 자산이라는 게 홍 회장의 지론이다. 국내 3대 달러박스로 성장한 만큼 휴대폰 산업을 위한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에 정부가 관심을 높여줘야 한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이러한 토대 위에 기업들은 기술개발에 전력해 품질을 높인다면 한국 휴대폰산 업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홍 회장은 설명했다. 세원텔레콤이 최근 잇따라 거둔 수주건도 이를 뒷받침한다. "일본에 CDMA 1x 모듈을 공급하는 건은 사실 미국 시장을 겨냥한 것입니다. KD DI가 도요타 자회사인 만큼 도요타를 통한 미국 텔레매틱스시장 진출은 시간문 제입니다. " 홍 회장은 "미국 시장을 먼저 공략한 후 중국에 이어 한국 시장으로 역수입되 는 단계를 계획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세원텔레콤은 올 상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중소기업청에서 수출 1위 기업으로 선정됐다. 중소기업 중 가장 많은 3억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린 결과다. 중국에서는 한류 열풍을 몰고 온 스타 연예인인 안재욱과 이정현을 앞세운 '스 타 마케팅'도 효험을 보기 시작했다. "그 동안 몸집을 키우는 데 주력해 왔지만 이제부터는 현지 특성에 맞는 경영 체제를 갖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 이를 위해 세원텔레콤은 한국을 포함해 각국에 포진한 현지법인을 특화하는 전 략도 수립했다. 한국에서는 디자인과 연구개발(R&D) 중심의 기업으로 핵심 역량을 모으고 중국 에서는 단말기 조립생산과 마케팅 전진기지, 일본과 홍콩은 부품을 원활히 구 매하는 구매센터, 필리핀과 태국은 무전기, 무선전화기 등에 특화한 전문기업 으로 키운다는 게 홍 회장의 복안이다. <임상균 기자> < Copyright ⓒ 매일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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