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날 마신 술때문에 아직도 머리가 띵하다. 어제 맞춰 놓은 알람에서 시끄럽게 벨이 울린다. 어라~ 시계가 벌써 새벽 5시반이네... 여느때 같으면 아직 이불과 씨름할 시간....
금요일(9.5) 아침7시 앰베서더호텔. 中央교우회 상임이사회 .....가 있었지....아뿔사... 자칫 늦겠다... 이 조찬 모임이란 것이 , 원래가 사회 지도층에게는 익숙한 거라던데, 나한테는 영 ~ 아직 적응이 안된다. 나는 사회지도층이 아니니까 , 늦잠이 몸에 배었나보다는 자조를 휘날리며, 허겁지겁 물 한 잔 들이키고, 한 손으론 담배 한 대 빨면서, 한 손은 양복 꿰어가며, 발은 주차장으로 미친 년 치마 날리듯 뭐같이 뛰어간다.
부르릉~~ 시동걸며 시계를 보니, 벌써 6시 30분이다. 부랴부랴 4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후 회의장 door 앞에 서니, 시계가 7시 03분이다. 아직 시작 안했겠지라는 나의 막연한 기대를 무참히 짓누르고 이미 회의장문은 닫혀있고, 우렁대는 마이크 소리가 들린다. 헉~ 이런 벌써 시작했네..쩝 옛날에 모 정당政黨에서 약간 들러리(?)로 별 볼일 없는 활동할 때의 기억이 살아난다. 조찬 모임은 시간엄수가 칼이라는 ..... 에고~~ 휴
어쨋던 살금살금 죄진 넘 마냥 들어갔더니. 저멀리 상석에 회장님(46회 정중렬) 의 얼굴이 보인다. 엉거주춤 똥마려운 뭐 마냥 궁디를 뛰로 쑥 빼고 몇 발자국 기어가면서, 빠른 속도로 좌중을 휘릭 둘러본다. 으음~~ 분위기가 아주 묵직........ 거의 우리 74회 보다 20~30년(숙부나 아버지 뻘임 ㅎㅎㅎ) 선배님들이 좌정하고 앉아 계셨다. 안그래도 주눅이 팍들어있던 내가 자라목 처럼 움츠리고, 혹시 내가 아는 사람이 없나하고 절절한 마음으로 레이다를 가동하였다.
흠~~ 앗 !! 어디선가 많이 본적이 있는 뒤통수......짧은 머리....ㅋㅋㅋ 노영균 전임 동기회장을 발견 ! (교우회 상임이사임) 숨 막히는 자리에 아는 사람이 있을 때의 그 기쁨이라니...... 캬캬캬 누구 눈치 볼거없이 바로 슬금 슬금가서 옆구리를 쿡 찔렀다. 이 무거운 분위기에서 그래도 한마디라도 나눌 사람이 있다는 행복을 만끽하며, 도시락을 기다렸다. 흠~~ 호텔에서 먹는 조찬 도시락 ~~~~ 괜히 에로버젼으로 흘러가는 추억의 끈을 다잡으며, 우걱우걱 밥을 쑤셔 넣으며, 눈치를 슬슬 살피니... 이런 이런 우리는 밥을 먹는데, 사무처장님(63회. 유정열) 은 식사도 못 잡숫고 계속 경과보고다 토의 안건 상정이다 뭐 기타 등등.... 흠~~ 딱 보니 밥 굶기 mode 로 사회 진행중이셨다. 후배된 입장에 쬐끔은 마음이 걸린다. ㅋㅋ
뭐 그래도 할 수 없지, 내 앞에 있는 도시락인데 내가 안먹으면 누가 잡수리오~~~ 주는 떡도 못먹으면 그게 고자이고, 내시이고, 환관이지. 암~~ 벌려진(?) 밥상인데 그걸 마다하랴~~ 밥 먹고 이미 셋팅된 커피를 한 잔 빨아 볼까 해서리 설탕을 찾는데........... 아~~ 프림통, 설탕통, 시럽통이 아주 나란이 비슷하게 줄을 서있네.... 쏟지 않고 실수 안하려고 살살 이놈 저놈 들춰 보는데, 옆에 앉아 계신 분이 "이게 설탕이에요~~~." 이런단 말씀이야, 어떻게 그리 잘 아실까, 아직 커피를 타지도 않은 것 같은데... 하고 얼굴을 슬쩍보니.... 헤걱~~ 이 호텔 회장이신 서정호(62회)선배님 이시네.... 이런~ 이런~ '내 생애 이런 광영이....'라는 테레비젼 사극史劇형 멘트가 생각이 났다.
워낙 먹는데 집중하느라 상정 안건이 중앙 100주년 기념사업 ...등등 이었다는 것만 아련히 기억나는 나의 무디고 말초적인 신경을 탓하며, 시계를 흘끔 보니 어느덧 8시 20분경.......
20주년과 30주년 행사를 하는 해당 기별 회장이, 기조연설을 하라는 사무처장님의 사회발언에 정신이 번쩍. 콰쾅~~
먼저 64회 회장 권진웅 선배님의 30주년 행사관련 기조연설이 있었다. 흠~~ 역시 20주년을 치르셨던 분들이라서 왠지 관록이 있어 보이는건 내 생각만일까.... ㅎㅎ
본의 아니게 20주년 행사관련 기조연설은 본인이 하였는데, 이건 순전히 내가 나서길 원해서가 아니고, 아직 회장이 도착을 안해서였다. 에~구 이 넘이 언제 올라나..... 쩝 밥도 다 먹어서리 도시락도 안 남아 있을텐데.... 그 덩치에 배 고플텐데..어쩌나....ㅋㅋ 하기사 그 덕에 박정관(66회)선배님의 플래쉬 세례는 본인이 받게 되었지만.....ㅎㅎ
어쨋던 무사히 도착한 회장은 교우회 선배님들께 인사를 올렸고... 이어서 계우닷컴 발전방안 및 모교 남녀공학의 토의와, 봉황대기 야구 결승전시 학생들의 익숙치 않은 응원태도에 대하여 좌상에 앉아 계신 고교 교장 선생님에게 질타를 가하는 모 상임 이사님의 얘기도 들었고.....
8시 40분경 회의 폐회.... 호텔을 나서는데 비가 질질~ 찔찔~ 내린다.... "에이, 정신도 사나운데 왠놈의 비는 맨날 내리나...." 입 속으로 중얼거리며 담배 한 대 물고, 차 시동을 걸었다.
report by 김 의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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