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52회) 교우, [시론] 국정에나 열정 쏟기를 - 조선일보 > 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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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78회 작성일 2003-08-06 00:00
김우룡(52회) 교우, [시론] 국정에나 열정 쏟기를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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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사설칼럼)



[시론] 국정에나 열정 쏟기를  (2003.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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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룡/한국외대 교수
매스컴의 4대 창시자의 한 사람인 윌버 슈램은 언론의 핵심 기능을 워치도그(watchdog)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 편에 서서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일이다. 국민의 이익을 위해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국민이 낸 세금이 올바르게 집행되고 있는지 언론은 계속 지켜야 한다.
그러나 워치도그는 종종 공직자를 격분하게 만든다. 격분하는 공직자가 있다면 권력과 언론 사이에 ‘건강한 긴장’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방증이 된다. 기자는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고 싶어한다. 부정, 부패, 비리, 부조리의 고발이 그것이다. 언론이 공직자를 격분하게 만들지 않으면 참 언론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 우리 상황은 이와 정반대다. 공직자들이 거꾸로 언론을 격분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 2일 국정토론회 석상에서 강도높게 언론을 비판했다. 언론이 공정한 의제와 정확한 정보, 냉정한 논리를 갖고 공론의 장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물론 이 지적에 공감할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특권에 의한 언론의 횡포는 용납할 수 없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 언론과의 갈등을 감수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언론의 횡포에 맞설 용기가 없는 지도자는 떠나라고도 했다.
언론과의 전면전을 시작한 느낌이다. 대통령의 훈시와 때를 같이해서 공정위는 대대적인 신문고시 위반 실태조사에 들어갔고, 언론 주무 장관은 언론피해구제센터를 새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민주주의 국가에 있어서 언론과 정치는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 언론은 정치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하고 여론을 반영한다. 언론은 권력을 감시 비판하고 또 견제하면서 민주정치 발전에 기여한다. 좋은 정치는 언론을 통해서만 가능하지 않은가. 정부 정책을 국민들에게 신속하고 정확하게 알리고 아울러 그들의 지지와 호응을 받아내는 길은 민주 언론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정치 실현을 위해서는 언론의 고유 기능이 보장되어야 한다. 곧 정부 비판이 자유로워야 한다. 정부의 핵심은 공직자들이다. 그러므로 정부에 대한 비판이란 공직자에 대한 비판을 뜻한다. 한국에 왔던 프리덤하우스의 레오나드 서스만 박사는 “민주적인 지도자는 모든 종류의 비판과 질타의 최우선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은 공개주의를 내세우는 데 비해 권력은 비밀주의를 지향한다. 언론과 권력의 갈등은 여기서 시작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언론을 통제하고자 한다.
첫째,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려 한다. 공직자들이 기자 접촉을 피하고 정부 정보를 숨기려 든다면 국민의 알권리는 공염불이 되고 만다. 정부의 비밀주의는 또 하나의 검열이라고 하겠다.
둘째, 정부의 정보관리 태도가 문제될 수 있다. 대통령은 제일 중요한 뉴스원이고 정부는 가장 중요한 취재 대상이다. 권력이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는 밝히고 불리한 정보는 숨긴다면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는 ‘홍보’보다는 ‘공보’에 힘써야 한다.
셋째, 정부의 속임수가 적지 않게 언론에 반영되고 있다. 대북 비밀 송금이나 정치자금 등 조작된 발표는 과거에 수없이 많았다.
넷째, 비상사태 등 위기 상황을 조성하여 자유로운 언론활동을 구속한 예가 많다.
끝으로 대리인을 내세워 언론에 간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정토론회가 언론 성토대회가 되었다는 지적도 있지만 미디어를 우군과 적군, 전파와 인쇄매체로 대립시켜서 통제하려는 의도도 드러났다. 또 노조와 시민단체의 힘을 빌려서 언론을 ‘개혁’해 보려는 저의도 엿보인다.
통제란 어떤 행위자가 선택을 내리는 데 있어 영향을 미치거나 또는 제한을 가하려는 일련의 노력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통제는 자유언론에 있어서 ‘공공의 적 1호’라고 할 만하다.
다른 사회기관과 마찬가지로 언론기관도 완벽하지 못하다. 그렇다고 이를 표현의 자유, 정보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한 명분으로 이용해서는 결코 안 된다. 국민 혈세로 인터넷 국정신문까지 만들어야 할 만큼 이 정부는 자신이 없는가. 당국자는 언론과의 싸움보다 국정에 먼저 열정을 쏟고 언론의 비판에 겸허히 귀기울이는 자세가 아쉽다.
(김우룡·한국외국어대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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