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부 해체에 대한 선생님의 글 -중학교 게시판에서 퍼옴-
본문
교실에서 야구부 학생들을 대하거나, 아끼는 제자 중의 한 사람인 현 야구부 감독의 눈길을 애써 피하면서 가급적 논쟁에 끼어들지 않으려, 조심스레 게시판만 열었다 닫았다 했습니다.
제가 나서게 된 이유는 이렇습니다. 너무도 사실과 근거를 두지 않은 주장이나, 상황을 모르는 분들의 낭만적 접근으로 우리 중앙중학교의 장기적이고, 계획적인 학교 발전 프로그램이 시달리는 현상만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더딘 손가락을 두드리게 되었다는 겁니다.
야구부 해체에 대한 의견이나 공론화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전임 윤덕기 교장선생님께서는 당신 임기 중에 야구부 해체를 실행하겠다 공언하실만큼 적극적이였습니다.
그 전 단계로 교육적 순기능 속에서 학원 스포츠로서의 본연을 벗어나지 않는 야구부 운영을 목표로 삼으셨고, 야구부 내부 문제를 챙길 주체를 교감 선생님(현재의 교장선생님)으로 하여 야구부 개혁을 강하게 드라이브했던 분이셨지요.
그러나 그 어른은 가까은 장래에 다가올 학급수 감축이라는 자연스런 요인에 의해 야구부는 해단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셔서 당신 임기 후의 과제로 넘기신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그 때부터 이미 우리 교직원들 사이에는 가는 방향이 제시되었다고, 공론화 단계를 넘어선 것이었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해단 문제에 대하여 우리 교직원 중 어느 한 분이라도 저항이나 반발하시는 의견을 낸 적이 없습니다.
다만 야구부장 선생님과 체육선생님의 고민스런 표정과 조심스런 몸가짐에서 그분들의 고뇌를 훔쳐볼 따름이었습니다.
아울러 당시 교감이셨던 현재의 교장 선생님은 학교의 장기적 발전 계획을 공사석에서 제시하면서 21세기형 선진 학교를 지향하기 위하여 소규모를 통한 개별화, 특성화 계획을 천명하시곤 했었지요.
그리고 그 계획 속에 이미 소규모 학교에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몇 가지 문제를 적시하셨는데, 그 가운데 야구부 문제도 언제나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우리 학교가 알찬 콘텐츠로 충실한 소규모 학교를 지향하고 그에 맞는 건물과 시설을 완비하는 이면에는 가슴 찢어지는 아픔들이 수 없이 많았습니다. 학급수 감축에 따라 사랑하고 존경하는 동료 선생님 열 다섯 분을 다른 학교로 보내야 했고, 그 이별의 아픔 앞에 우리는 우울하고 웃음 없는 3월을 세 해나 맞이해야 했습니다.
누가 갈 것인가를 놓고 3년 동안 같은 교과 선생님들은 고민하였으며 자청해서 20년 정든 학교를 떠나겠다는 희생적인 제의를 전해들어면서 눈시울이 붉어지는 일을 감내하는 3년을 보내야 했던 것입니다.
그 분들의 희생 위에 전국의 교육계가 주목하는 학교로 발전하였으며 앞으로 더 크면서도 실천적인 과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학교는 장기 발전 계획에 따라 구상이 현실로
구체화 되었고, 남녀공학 첫 학년을 맞이 하면서, 학생 수급과 성비, 지향점 등을 종합할 때, 예견했던 것처럼 야구부의 운영이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원만한 해단을 위하여 머리를 모으게 되었지요. 해단으로 야기되는 선수들의 피해를 어떻게 최소화할 것이냐는 주제가 가장 무거운 것이었고, 여러분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압니다.
당시 재학생들이 모두 고교에 진학할 때까지는 존치하자는 배려 어린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당연히 신입생은 받지 않아야지요.
그런데 가까운 장래에 야구부 해단 실행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보내겠다는 학부모가 계시며 해단되는 시점에 학생을 전학가도록 약속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의견 교환이 더 있었지만, 그 또한 마지막 배려라 생각하여 그리하도록 하고, 하지만 분명해야 한다는 다짐을 받았지요.
상황과 진전을 모르는 채, 문제를 낭만적으로만 접근하시는 교우님들, 그리고 사실 관계는 드러내지 않은 채 읍소로 전말을 호도하시는 어떤 학부모님 모두 자제를 호소합니다.
그리고 어떤 교우님이 과거 재학 시절 민주적인 학교 운영에 대한 자랑스러움을 담아내시며, 호소력 있는 말씀 하신 것 잘 보았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 학교는 그때보다 오히려 더 민주적인 의사 결정 과정에 충실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구성원이라는 개념도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중앙중학교 교우회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외연을 확장하고 더 많은 의견을 수렴하자는 취지에서 중앙중학교 교우회 결성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물론 중학교 교우들의 자발적이고 헌신적인 노력이 뒷받침되고 있지요.
지금 학교 구성원들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발전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아픔들을 어떻게 서로 다독이면서, 아픔은 있되 희망이 있는 미래에 시선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