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호(51회) 교우, 조선일보 2003.5.16. [시론] NEIS, 일단 시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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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blue> [시론] NEIS, 일단 시행을............이석호</font>
전 국민의 60%가 인터넷을 사용하고 무려 1,000만 가구 이상이 초고속 인터넷에 가입되어 있는 우리나라는 과연 인터넷 최강국이다. 2002년 한국전산원 통계에 따르면 PC의 보급대수도 2250만대로 국민 2명당 1대에 이른다. 이 같은 인터넷의 확산은 개인의 생활뿐만 아니라 산업, 정치, 행정 등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급속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데서 교육도 예외가 되지 못하고 있다.
NEIS는 정부가 2001년부터 추진해온 11개 전자정부 과제 중의 하나다. 16개 시·도교육청 1만1000개 학교의 행정 처리를 지원하고, 공교육의 질을 높여보겠다는 이상적인 취지에서 추진한 사업이다. 미국도 클린턴 정부부터 강력하게 ‘전자정부 프로젝트(e-government project)를 추진해왔듯이 전자정부는 전 세계가 경쟁적으로 추진하는 국가 전략사업이다.
그렇다면 11개나 되는 전자정부 시스템 중 각종 행정민원 관련 시스템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반면, 유독 NEIS에 대해서만 왜 이렇게 온 사회가 뜨겁게 논란을 거듭하고 있는가. 이것은 단순히 NEIS만의 문제가 아니고 세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우리 국민의 교육열과, 오랫동안 곪아온 우리 교단의 갈등이 NEIS를 통해 한꺼번에 표출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NEIS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개인정보 유출이나 보안 문제는 사실상 최신 정보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더구나 교무학사·보건·입학 등 3개 영역에서 논란이 된 학부모 정보에 대해서는 이름과 생년월일에 국한시키고, 성적 정보는 암호화해서 저장하도록 하고, 건강 기록 정보는 항목을 축소 조정하는 방안으로 수정하였다고 한다. 수차례 협의를 통해 상충되는 의견을 조정해 나가는 과정에서 얻어진 원만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것은 이런 정보가 NEIS에 입력되면 개인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있고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C/S)에 입력되면 안전하다는 식의 접근 방식이 과연 옳은가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방식으로 관리가 되든 그 정보가 우리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진정 필요한 것인가를 먼저 고민했어야 했다. 과거에 수기(手記)로 학생기록카드를 작성할 때는 교육에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부모직업은 물론, 집안의 재산 정도까지 기록하는 것도 괜찮았었다.
그처럼 관대하던 것이 NEIS에 입력하면 부모의 직업조차도 개인정보 유출로 보는 것은 올바른 접근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수기로 관리하는 정보라고 과연 어떠한 내용이든 인권 침해와 상관이 없는가. 교육에 직접 관계가 없는 학생 정보를 그 누가 모두 알 권리가 있는가. 차제에 다시 한 번 되짚어 보아야 할 것이다.
NEIS 실행이 이처럼 난항을 겪게 된 것은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선 교사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한 데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모든 국가 사업이 전 국민의 동의를 받아 추진될 수는 없겠지만, 교육은 특히 전 국민의 관심사이기 때문에 이런 민감한 사안에 있어서 논란의 소지를 미리 제거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 교육 당국은 질책을 피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이미 시스템이 개발돼 97%의 학교에서 운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 피해를 수반한 교육현장의 혼란과 막대한 예산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예전의 시스템(C/S)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NEIS를 시행해 나가면서 문제가 되는 점은 보완해 나가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책이라고 생각한다.
자동차는 우리에게 치명적인 위험을 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만에 하나 있을 사고 때문에 10분이면 차로 갈 수 있는 거리를 한 시간씩 걸어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사고를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 장치를 개발하고, 교통질서를 철저히 지키는 것만이 현명한 자가 취할 일이다.
(이석호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shlee@cse.s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