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그 학교에 가면 특목고가 안부럽다 </strong>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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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울지역 중학생들은 서울시청 반경 5㎞ 이내 37개 학교로 구성된 ‘선(先)지원 후(後)추첨 고교’(일명 공동학군) 중 1~3지망까지 선택하거나, 거주지와 가까운 고교에 전산추첨으로 임의 배정된다. 공동학군의 지원율 분포는 학교선택권과 관련해 학생들의 학교 선호도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2010학년도부터 서울지역 학생들(현재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거주지에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학교를 선택해 지원하게 되는 ‘학교선택권’의 확대 실시를 앞두고, 학생 선호도가 높은 이들 학교의 특징을 살펴봤다.
◆전통의 이화(梨花), “이제는 국제화”
이화여고 학생들은 일정한 선발 과정을 거치면 호주, 일본, 싱가포르, 미국에 있는 자매결연 학교에 교환학생으로 갈 수 있다. 지난해에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호주에 3명, 일본에 1명이 유학을 떠났다. 이 학교 학생들은 또 미국, 일본, 영국, 중국 등에 있는 자매 학교 학생들과 국제 펜팔 활동을 의무적으로 하고 있다.
이화여고 2학년 이세희(18)양은 지난해 학교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호주 스트라스코나(Strathcona) 여고에서 1년간 공부했다. 이양은 “외고가 아닌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외고 수준의 국제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학교는 이화여고가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2외국어 정책도 독특하다. 교사 수급에 맞춰 제2외국어를 1~2개로 제한하고 있는 여타 고교와 달리 이화여고는 학생 요구에 맞춰 독어, 불어, 중국어, 일본어 등 4개 언어 수업을 개설하고 있다. 정창용 교장은 “국제교류를 통해 세계로 뻗어나가는 여성 교육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 ▲ 서울 이화여고 학생들이 원어민 강사에게 영어를 배우고 있다. /주완중 기자
◆공립의 힘 용산(龍山), “철저한 생활지도”
용산고에는 휴대전화를 학교에 가져오는 학생, 지각하는 학생, 수업시간에 조는 학생, 담배 피우는 학생, 폭력을 행사하는 학생이 거의 없다. 용산고의 이른바 ‘5무(無)운동’은 1997년 시작돼 지금은 일종의 전통이 됐다.
용산고 2학년 김기태(17)군은 “생활지도가 엄격해서 공부할 분위기가 조성된다는 점 때문에 1지망으로 지원했다”고 말했다.
용산고는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 적발된 학생에게는 아침 등교시간에 300분간 봉사활동을 하게 하고 2회에는 1000분, 3회째 적발되면 해당 학생을 선도위원회에 넘긴다. 지각을 하면 본인이 직접 ‘지각확인서’를 작성, 생활지도부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생활지도부장 김대성 교사는 A4용지 100페이지 분량의 손때 묻은 1500명 전교생의 ‘두발대장’을 보여줬다. 김기태 군은 “엄격한 두발규정은 부모님들이 더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김걸 교장은 “공립의 특성상 5년 주기로 교사들이 바뀌지만, 생활지도에 쏟는 교사들의 노력은 어느 학교보다 뛰어나다”고 했다.
- ▲ 지난해 개교 60주년을 맞았던 용산고 모습. /조선일보DB
◆공교육의 희망, “명지(明知)고교형 수업체제”
명지형 교과서, 과제반·일반반 편성, 주요 과목을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 몰입(immersion·2중 언어교육)교육…. 명지고가 공교육의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그 결과는 ‘과외 학생 15% 감소, 주요 과목별 평균 10점 상승’이었다.
전주대학교 총장 출신으로 지난 2002년 일반계 고교 교장을 맡아 화제가 됐던 명지고 박성수 교장은 “사교육에 내맡겨진 학생들을 공교육의 품으로 되찾아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박 교장은 교사 80여명과 ‘교재개발팀’을 만들고, 국내 교과서와 외국 서적을 2년간 분석해 2005년에 교과서를 만들었다. 이 교과서는 교과 핵심내용과 배경자료, 심화학습자료까지 한 권으로 만들어 참고서가 따로 필요 없도록 했다.
학교는 2005년 신입생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명지형 교과서로 수업하는 ‘과제반’과 기존 교과서로 수업하는 ‘일반반’을 꾸렸다. 그 결과 과제반의 평균이 일반반보다 높아졌고, 과외와 학원에 대한 학생들의 의존도도 낮아졌다. 명지고는 지난해부터는 수학, 과학, 사회 과목을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몰입교육 실험도 시작했다.
- ▲ 영어몰입교육을 하고 있는 명지고 교실. /조선일보DB
◆강북 여고 자존심 풍문(豊文), “높은 진학률”
풍문여고 2학년 최주나(17)양은 “입학 전 학교 정문에 대입 수시 합격자 이름이 100명이나 넘게 쓰여 있는 현수막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풍문여고 진학지도의 비결은 수시모집에 주력한다는 점이다. 수시모집의 경우 정시모집에 비해 내신과 자기소개서, 추천서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을 교사들이 적극 공략하는 것이다. 이 결과 작년 풍문여고는 최종 등록 기준으로 서울대 2명, 연세대 6명, 고려대 6명을 합격시켰다. 오효근 교감은 “입학 당시 학생들의 중학교 내신 수준이 낮은 것을 감안하면 정말 놀라운 결과”라고 말했다.
2학년 차윤정 양은 “우리 학교 진학상담실은 문턱이 낮다”고 말한다. 이 학교 진학실은 3학년 담임 교사 14명으로 이뤄져 있는데, 꼭 3학년이 아니더라도 진학 상담을 받을 수 있다.
풍문여고는 방과후 학년별로 성적 15% 이내의 학생들을 모아 자율학습을 하는 ‘장미반’을 운영하고 있다. 정태연 교장은 “장미반에는 도우미 지도교사 10명이 순환 배치돼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사항을 즉시 해결해준다”고 말했다.
- ▲ 서울 풍문여고 도서실. 학생들이 교사와 진로상담을 하고 있다. /주완중 기자 wjjoo@chosun.com
댓글목록
우리 중앙이 풍문만도 못하다니...... 기가 막힙니다. 진학률이 급격히 낮아진 지 10년이 넘도록 학교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은 바 없습니다. 학생들의 실력향상에 따라 교사들을 퇴출시키는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혁신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회에서 자리잡지 못하고 도태되는 졸업생들에게는 중앙정신이 발휘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