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먼저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할 지를 한번쯤 함께 고민 해보아야합니다.
도덕 재무장 운동! 은 어떻할까요?
서울신문 홈 >사설·오피니언 > 칼럼 > 최재천 인간견문록 |
[최재천 인간견문록] 불확실성의 시대/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 ||||
점집을 드나드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고 대선 삼수에 도전한 한 후보는 조상의 묘까지 옮겼다 한다. 공부를 잘하게 해달라고 부적을 몸에 차고 다니는 학생들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 시험을 치르는 자식을 위해 기도하는 부모의 심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성적이란 공부를 열심히 하면 오르는 것일진대 공부를 잘하게 해달라고 부적의 힘을 빌린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처럼 들린다. 한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대학에서 교수생활을 하다가 끝내 물러나고 만 잘 알려진 풍수지리 전문가가 들려준 웃지 못할 이야기가 있다. 풍수지리가 과연 학문이냐며 신랄하게 비판하던 교수들이 교수회의가 끝나자마자 조용히 연구실로 찾아와 부모님의 묘를 모실 명당자리를 골라달라는 청을 하곤 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지성인인 교수가 어찌 그럴 수 있느냐고 비난할지 모르지만 사실 우리들 대부분은 논리와 비논리의 양면성을 지니고 산다. 아마 그런 게 인간의 본성일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도무지 책을 읽지 않는다고 걱정하던 참에 그나마 좀 읽는다 싶은 아이들도 기껏 펼쳐 드는 책들이 그저 ‘해리 포터’ 아니면 ‘반지의 제왕’이다. 개인적으로 판타지 소설에 특별한 억하심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좀 지나친 듯싶어 하는 얘기다. 갑자기 신화에 열광하는 분위기 역시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신화가 창의성의 보고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명색이 과학기술의 시대라면서 논리보다는 점점 더 비논리로 기우는 경향이 뚜렷해 보인다. 도대체 왜 요즘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일까. 나는 그 원인을 우리 사회의 원칙 부재에서 찾고 싶다. 열심히 노력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는 공식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결과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원칙보다는 변칙이 활개를 치는 세상이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돈의 논리가 지배하는 시장을 제외하곤 원칙이 지켜지는 집단을 찾기 어렵다. 무너질 대로 무너진 문화예술계와 정계는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내가 몸담고 있는 학계도 원칙이 사라진 지 오래다. 사회 제도와 규범에 일관성이 없어진 탓도 크다고 본다. 주어진 상황 속에서 그저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고 그 결과로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어야 하는데 일관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입시정책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 모두 좌절하고 있다. 자연현상은 물론이고 세상사에도 변이란 늘 존재하는 법이다. 그러나 인과관계에 대한 확신이 깨지면 변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 또한 사라지게 마련이다. 물리학에서 얘기하는 불확정성의 원리도 세상 모든 일의 인과관계가 다 불확실하다는 뜻은 아니다. 얼마 남지 않은 선거철이지만 각자 나름대로 원칙을 정하고 그에 합당한 논리적인 판단을 내렸으면 한다. 우리 민주주의도 어느덧 환갑을 넘겼다. 이제는 진정 우리 모두가 존경할 수 있는 점잖은 대통령을 모실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미신, 환상, 신화, 비논리의 안개를 걷어내고 누가 가장 원칙에 어긋나지 않은 삶을 살아왔는가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보자. 그냥 덜렁덜렁 투표장으로 들어서는 것은 민주시민의 행위가 아니다.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기사일자 : 2007-11-30 30 면
|